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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명아빠' 지키러 모인 '개딸'들…이재명 '팬덤 정치' 시동 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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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패배 후 이재명 팬덤 '개딸들' 활성화
2030 젊은 여성층 중심으로 지지 움직임 커져
팬덤 현상, 정치인에게는 든든한 우군
'정치 여론 양극화' 등 부작용도 커

'재명아빠' 지키러 모인 '개딸'들…이재명 '팬덤 정치' 시동 거나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대선 승복 기자회견을 마친 후 당사를 나서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 사진 =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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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우리 개딸님들, 진심으로 고마워요. 사랑합니다."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열흘이 넘게 지난 2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소통 행보를 이어가고 있어 관심이 쏠린다. 이 고문이 대선에서 낙선한 뒤 일부 유권자들은 그의 팬을 자처하며 온라인·오프라인 상에서 활발하게 응원 중이다. 자신을 이른바 '개딸'이라고 칭하는 이들 중 상당수는 2030 세대의 젊은 여성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비록 대선은 석패했지만, 이 고문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예상 외 '초박빙 접전'을 펼친 것은 젊은층 여성 유권자들의 '막판 결집' 때문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이 고문의 다음 정치 행보에 힘을 실어주는 '팬덤화'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이재명 수호' 자처하고 나선 2030 '개딸'


개딸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21일 오전 기준 이 고문의 팬카페인 '재명이네 마을' 홈페이지 가입자 수는 13만5000명을 넘어섰다. 지난 10일 공식 개설 이후 단 11일 만에 이룬 성적이다. 총 게시글도 14만개를 초과했다.


개딸이라는 말은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에 등장하며 인기를 끈 신조어로, '성격이 개처럼 드센 딸'이라는 뜻이다. 활발한 온라인 활동을 통해 이 후보를 적극적으로 두둔하겠다는 취지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


이 고문 또한 개딸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데 열성을 보이고 있다. 개딸들이 SNS의 다이렉트 메시지(DM)를 통해 그에게 응원 메시지를 전송하면 적극적으로 답장을 보낸다. 스스럼없이 팬들을 '딸'이라고 지칭하며 친근한 모습을 연출하기도 한다.


'재명아빠' 지키러 모인 '개딸'들…이재명 '팬덤 정치' 시동 거나 '개딸' 팬덤은 이 고문을 동물에 비유하는 이미지를 만들어 올리거나, 다이렉트메시지(DM)을 주고 받는 등 열성적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현재 온라인상에서 활동하는 개딸들은 대부분 2030 세대의 젊은 여성 유권자들이다. 이들은 '더쿠', '밀리토리', '여성시대' 등 여성 중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주로 활동하며 이 고문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열성적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대선 직후부터 15일까지 총 11만7700명이 신규 권리당원이 가입했으며 이들 중 상당수는 2030 여성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권인숙 민주당 의원은 지난 11일 '트위터'에 쓴 글에서 "민주당 서울시당의 입당자 중 70~80%가 2030 여성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라며 "2030 여성들이 민주당을 바꾸기 위해 입당하고 있다. 선거기간 약속한 성평등, 통합의 길을 제대로 갈 수 있도록 기꺼이 동지로 함께 해주고 있다"라고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여성 정책 기대감, 젊은 여성층 팬덤 현상으로 나타나


일부 젊은 여성들이 이 고문의 '팬덤'을 자처하고 나선 것은 이 고문과 민주당이 여성 친화적인 정책을 펴줄 거란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대선에서 이 고문이 윤 당선인과 0.7%포인트(p) 차로 접전을 펼친 것 또한 젊은 여성층의 전폭적 지지 덕분이었다.


지난 9일 공개된 지상파 방송 3사(KBS·MBC·SBS) 공동 출구조사에 따르면, 윤 당선인의 20대 여성 득표율은 33.8%로 집계된 반면 이 고문은 58.0%였다. 이에 따라 20대 전체 득표율은 윤 당선인이 45.5%, 이 고문이 47.8%로 이 고문이 근소하게 앞섰다.


이 고문과 민주당 또한 젊은 여성층의 표심을 끌어모으기 위해 적극적으로 구애에 나선 바 있다. 이 고문은 후보 시절인 지난 3일 서울 등에서 '여성 집중 유세'를 벌였다. 당시 그는 "저는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는 이상한 소리를 하지 않는다. 성차별 해소를 위해, 남녀가 평등하게 사회·경제 생활을 할 수 있는 양성평등 나라로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명아빠' 지키러 모인 '개딸'들…이재명 '팬덤 정치' 시동 거나 지난 8일 서울시 마포구 홍대 걷고싶은거리 광장무대에서 열린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의 마지막 유세에서 지원유세를 하는 박지현 당시 선대위 여성위원회 부위원장 / 사진=연합뉴스


이 고문은 디지털성착취물 제작·유포 범죄인 일명 'n번방' 사건을 최초로 공론화한 '추적단 불꽃' 출신 박지현 활동가를 선거대책위원회 여성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하기도 했다. 대선이 끝나고 선대위가 해체된 이후 민주당은 그를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임했다.


이를 두고 윤호중 민주당 비대위원장은 지난 13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박 공동위원장은 온갖 협박에 굴하지 않고 불법, 불의에 저항해 싸워왔다. 청년을 대표하는 결단과 행동으로 민주당에 더없이 필요한 소중한 정신이자 가치"라며 "박 공동위원장은 성범죄 대책 및 여성정책은 물론 사회약자·청년 편에서 정책 전반을 이끌어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슈 선점 효과 크지만 '문자폭탄' 등 부작용도…'양날의 칼' 팬덤 정치


일각에서는 '개딸'들을 중심으로 모인 2030 팬덤이 이 고문의 향후 정치 행보에 큰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 '정치인 팬덤'은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정보가 확산하는 인터넷의 특성을 이용해, 공직자 선거나 경선 과정에서 든든한 우군으로 활약하기 때문이다. 권리당원으로 대거 가입해 정당에 특정 정치인을 추대하도록 당에 압박을 가하는 등 조직적인 행동을 보여주기도 한다.


정치인 팬덤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한 사례 중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9대 대선 민주당 후보 경선 당시 팬덤의 화력 덕분에 수월한 선거전을 치를 수 있었다. 문 대통령의 팬덤은 스스로를 '달빛기사단', '문꿀오소리' 등으로 지칭하며 경선, 대선 이후로도 문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베테랑 정치인들도 팬덤의 위력에 부러움을 토로한 바 있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지난 2018년 한 기자회견에서 '온라인 정치인 팬덤 활동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문 대통령의 팬덤은) 부러운 일"이라며 "나는 사람이 밋밋해서 그런지 그런 팬덤이 없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당시 그는 서울시장 같은 지방자치단체장 경선에도 문 대통령 팬덤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문팬은 정치적으로 잘 훈련되고 분석을 해서 나름의 판단을 하고 있다"면서 "그 사람(경선 도전자)의 과거와 행동, 성취를 (이해하고 판단을 내린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재명아빠' 지키러 모인 '개딸'들…이재명 '팬덤 정치' 시동 거나 지난 2017년 5월4일 문재인 민주당 당시 대선후보가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일산문화공원에서 열린 집중유세에 참석해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 / 사진=아시아경제DB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그러나 팬덤 정치에 순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 지나치게 열성적인 지지층은 과격한 움직임으로 인해 정치 여론을 양극화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앞서 지난 2017년 당시 문 대통령의 강성 지지층은 당내 경선 경쟁자들을 향해 욕설 문자, 혹은 이른바 '18원 후원금'을 보내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당내 다양한 의견이 개진될 때마다 문자폭탄을 날려 억누르려는 시도는 의원들 사이에서도 우려가 나온 바 있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우리 진영의 불공정을 드러내놓고 반성할 기미가 보이면 좌표를 찍고 문자폭탄을 날리고 기어이 입을 다물게 했다"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 고문 또한 새로운 지지층을 적극 포용하고 나서면서도 이들 중 일부의 '돌발 행동'에 대해서는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9일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재명 고문에게 전화를 받았는데, 지지자들과 당에 대한 걱정이 많더라"라며 "의원들에게 문자폭탄 세례가 간다고 하는데 하는 사람에게도 받는 사람에게도 미안하고 면목이 없으니 자세를 호소하는 메시지를 내달라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의도가 선하더라도 누군가에게 집단적 강요로 느껴지면 바람직하지 않다"라며 "분열과 분노는 우리 스스로의 상처만 헤집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는 국내 정치의 '팬덤 문화'는 흔히 발견되는 현상이라면서도, 강성 지지층이 정당 동을 지나치게 압박해서는 안 된다고 제언했다.


이종훈 정치 평론가는 "김대중 전 대통령,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에도 지금의 팬덤을 방불케 하는 열성 지지자들이 존재했다"라며 "시대가 흐르면서 팬덤 활동이 온라인 기반으로 넘어간 것을 빼면 한국 정치에는 언제나 팬덤 현상이 공존했다고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팬덤 정치는 영향력이 크지만, 너무 커지면 당내 소신을 지키는 의원들이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등 문제가 생길 수 있다"라며 "강성 지지층이 의원들의 활동에 너무 큰 압박을 가하지 못하도록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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