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상 권리 침해…선관위의 설명 필요"
일부 시민들 "투표 안 하겠다"
부정선거 및 선거불복과 구분 지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의 유례없는 선거 관리 부실이 드러나면서 시민들은 불안을 느끼기 시작했다. 정치적 성향을 떠나서 시민들은 선관위를 비판했지만 다만 부정선거와 관련 지을수록 사회의 신뢰만 갉아먹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날 선관위는 긴급위원회 전원회의를 열고 사전투표 과정에서 발생한 관리 부실에 책임을 통감하며 대책들을 마련했다고 발표했다. 선관위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들은 오는 9일 방역당국의 일시 외출 허가를 받아 본인 주소지 관할 투표소에서 일반 유권자와 동일한 방법으로 투표할 수 있다. 사전투표 당시 임시 기표소에서 투표사무원에게 표를 전달하는 방식을 폐기하고 직접 기표한 투표지를 투표함에 넣을 수 있게 됐다. 다만 일반 유권자들이 투표를 마친 오후 6시 이후부터 투표가 가능하다.
이 같은 선관위의 대책 발표에도 시민들은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이미 비밀투표의 원칙을 어겼다는 비판이 나오는 등 실질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날 오전 선관위는 기표된 투표용지가 유권자들에게 배포된 사례에 대해 “규정상 공개된 투표지는 무효 처리한다”고 밝혔다가 몇 시간 만에 다시 “일괄 유효 처리한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입장을 바꾼 명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20대 직장인 A씨는 “이번 사전투표에선 비밀투표가 지켜지지 않는 등 유권자들이 헌법상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생각한다”며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이해하기 힘들며 시민들의 불안 해소를 위해 선관위의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선 보이콧 움직임도 있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에 선관위의 관리 부실까지 드러나면서 선거에 대한 의욕이 떨어졌다는 게 이유다. 사전투표를 하지 않았다는 B씨(22)씨는 "대선 당일 본 투표를 하지 않을 것 같다"며 "안 그래도 뽑을 후보가 없었는데 이번 투표에서 더 이상 긍정적 의미를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관리 부실에 약해지는 사회신뢰…"부정선거 의혹 제기는 사회 더욱 혼란스럽게 할 것"
6일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종합상황실에 마련된 사전투표함 보관장소 CCTV 통합관제센터에서 관계자가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지난 4,5일 양일간 실시된 제20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는 전국 누적 투표율은 36.93%로 집계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코로나19 확진자 및 격리자 사전투표 부실 관리 논란에 휩싸였다./과천=김현민 기자 kimhyun81@
이번 논란이 대선 뿐만 아니라 사회신뢰를 약화시키고 갈등을 조장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직장인 C씨(32)는 "이번 선관위의 관리 부실 때문에 대선에서 패배한 후보와 정당을 넘어 지지한 시민들도 승복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벌써 주변에서는 재투표가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공무원들도 선관위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서울 자치구 공무원 D씨(29)는 "사실상 모든 실무는 갑자기 업무에 배정된 공무원의 몫"이라며 "주변 공무원들은 선관위가 실질적으로 하는 역할이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자영업자 E씨(52)는 "최대한 코로나19 확산을 막고자 하다가 이런 일이 발생했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선관위의 대책을 통해 본투표라도 혼선이 적은 투표를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직장인 F씨(29)는 "선관위의 관리 부실과 부정선거를 구분해서 봐야 한다"며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대선 이후 선거 불복을 외친다면 사회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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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소장은 "관리 부실이 투표 포기로 이어지는 것은 비약일 수 있다"며 "촛불시위 이후 국민들의 정치 의식이 성장한 만큼 많은 사람이 투표에 참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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