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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재벌, 신문 지면으로 푸틴에게 서한 "제발 전쟁을 멈춰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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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가르히들도 "전쟁 반대"…푸틴 탄압으로 정치적 영향력은 줄어

러시아 재벌, 신문 지면으로 푸틴에게 서한 "제발 전쟁을 멈춰달라" 2월28일자 이브닝 스탠더드 1면 [이미지 출처= 이브닝 스탠더드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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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푸틴 대통령, 제발 이 전쟁을 멈춰주세요(President Putin, please stop this war)."


영국 일간 이브닝 스탠더드의 지난달 28일(현지시간)자 1면 제목이다. 이브닝 스탠더드는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목숨을 잃은 우크라이나 6살 소녀의 사진을 전면에 배치하고 아무런 기사를 싣지 않았다. 단 전면 사진 아랫 부분에 이브닝 스탠더드의 소유주 예브게니 레베데프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만을 실었다. 레베데프는 1980년 모스크바에서 태어난 올리가르히다. 올리가르히는 러시아의 신흥 재벌을 뜻한다.


레베데프는 "러시아 시민으로서 우크라이나의 형제 자매들을 죽이는 일을 중단하기를 간청한다. 영국 시민으로서 유럽을 전쟁으로부터 구해달라고 요청한다. 러시아 애국자로서 젊은 러시아 군인들이 무의미하게 희생되는 것을 멈춰달라고 간청한다"고 썼다.


전쟁을 반대하는 올리가르히들이 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일 보도했다. 최근 러시아 주요 도시에서 연일 전쟁 반대를 외치는 시위가 벌어지는 등 러시아 내 푸틴에 대한 비난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러시아 사모펀드 VIY 운용의 안드레이 야쿠닌 창업자는 "러시아 정부와 러시아인은 다르다"며 "지금 러시아의 군사행동에 강력히 반대하는 많은 러시아인들이 있고 나도 그들 중 한 명"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알파 은행의 설립자인 미하일 프리드먼 회장은 지난주 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러시아와 우크라니아 국민 모두에게 상처를 준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했다. 러시아 최대 알루미늄 생산업체 루살의 올레그 데리파스카 회장은 지난달 27일 사회관계망서비스에 평화는 매우 중요하다고 썼다. 러시아 틴코프 은행의 창업자인 올레그 틴코프이 설립한 재단은 전쟁 반대를 외치며 아이들을 돕고 있어 새롭게 주목을 받았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구단 첼시의 구단주인 로만 아브라모비치는 우크라니아와 러시아 간의 평화 협상을 돕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브라모비치의 대변인은 "아브라모비치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평화적 해법을 찾기 위해 힘쓰고 있다"며 구체적 내용을 언급하지 않은 채 "아브라모비치가 우크라이나측 인사들과 연락했으며 그들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아브라모비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첼시의 운영권을 공익 재단에 넘겼다. 그는 2018년 이후 영국에서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다만 이같은 올리가르히들의 전쟁 반대 목소리가 푸틴에게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푸틴은 집권 후 자신에 반대하는 세력을 철저히 탄압하면서 자신의 세력을 공고히 해왔다. 과거 푸틴을 비난했던 올리가르히들은 현재 대부분 구금되거나 해외로 도피한 상태다. 푸틴은 집권 후 충성을 맹세하고 정치에 개입하지 않는 기업가들만이 자산을 늘릴 수 있도록 도왔다. 특히 2014년 크림 반도 병합 이후 자신을 반대하는 올리가르히에 대한 푸틴의 탄압은 더 심해졌다.


이로 인해 러시아의 일부 자산가들에 대한 부의 집중도는 푸틴이 집권했을 때보다 훨씬 심화됐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순자산 1억달러가 넘는 러시아 상위 500명 부자가 러시아 전체 가계 자산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전 세계 평균의 3배가 넘는 비율이다. 막대한 부를 소유하고 있음에도 올리가르히들의 정치적 영향력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러시아 재벌, 신문 지면으로 푸틴에게 서한 "제발 전쟁을 멈춰달라" 예브게니 레베데프 [이미지 출처= 블룸버그]


푸틴은 지난주 우크라이나 침공 결정 직후 기업가들을 불러모아 침공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푸틴은 또 서방의 제재를 받는 기업과 거래를 피할 경우 법적 처벌을 받게 될 것이며 정부가 서방의 제재 명단에 오른 기업을 도울 것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크렘린궁에 초청된 올리가르히 어느 누구도 푸틴에게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리가르히들은 아예 푸틴의 생각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한 외교관은 올리가르히 중 한 명이 내 재산 50억달러 중 40억달러를 잃어도 상관없다며 푸틴에게 생각을 바꿀 수 없냐고 물으면 푸틴은 10억달러를 지키고 싶으냐고 되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 직원들에게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한 e메일을 보낸 프리드먼 회장도 푸틴을 직접적으로 비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프리드먼 회장은 푸틴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비난하겠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하는 것은 회사 직원들에게 위험을 초래한다"고 답했다.


유럽연합과 영국은 지난주 잇달아 제재 명단을 발표했다. 프리드먼 회장은 EU 제재 명단에 포함됐지만 영국 제재 명단에서는 빠졌다. 프리드먼은 자신은 푸틴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재정적으로 관련이 없다며 EU에 이의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신에 대한 제재가 푸틴에게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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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며칠 안에 추가 제재 명단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영국 의회는 수 주 안에 영국 자산을 보유한 외국인 소유자의 신원 공개를 의무화하고 출처를 증명할 수 없는 의심스러운 자산을 동결할 수 있는 법안에 대한 표결을 진행할 예정이다. 다분히 영국 내에서 자산을 소유한 러시아인들을 겨냥한 법안이다. 프랑스도 1일 자국 내 러시아 올리가르히의 자산을 조사하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은 프랑스 한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경제ㆍ금융 전면전을 벌일 것"이라며 "자산 동결 뿐 아니라 압류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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