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유행 모델 운동화, 의류 등 중고 사기 피해 급증
이달 1일부터 27일까지 피해 금액 121억원

[아시아경제 장세희 기자]천안에 사는 박모씨(29)는 한 달 전 중고거래 사이트인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에서 ‘나이키 덩크로우 범고래’ 제품을 17만원에 판다는 글을 봤다. 자신의 이름을 ‘이ㅇㅇ’이라고 밝힌 판매자는 제품의 하자 일부를 인정하며 17만원에서 15만원, 13만5000원으로 가격도 곧잘 흥정해줬다.
실제 판매자가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신발에 묻은 때를 닦아서 다시 사진을 보내달라고 요구했고, 이에 판매자가 실시간으로 추가 사진을 보내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박씨는 입금 전 금융사기 방지 서비스인 ‘더치트’에 판매자의 휴대폰 번호를 검색했다. 사기 전력이 나오지 않자 안심하고 계좌번호로 13만5000원을 입금했다. 하지만 입금 이틀 후 판매자와 더 이상 연락이 닿지 않았다. 박씨는 곧바로 천안서북경찰서에 해당 사건을 신고했지만 범인을 잡지 못하고 있다.
사기 거래 방지를 위해 가동하고 있는 ‘더치트’ 시스템의 허점을 파고든 사기 행위가 늘고 있다. 이달 1일부터 27일까지 더치트에 등록된 피해 사례수는 1만9035건으로, 피해 금액은 121억원에 달한다.
피해사례 급증…에어팟 맥스, 최신 유행 모델 운동화 등 제품도 다양
사기는 대부분 오랜 기간에 걸쳐 사기를 치면 더치트 시스템에 등록될 것을 우려해 단타 방식으로 치고 빠지는 식으로 이뤄진다.
실제로 이모씨도 이달 2일부터 4일까지 이틀에 걸쳐 에어팟 맥스, 플레이스테이션5 디스크에디션, 나이키 덩크로우 베니스 등 14건의 사기를 친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 특수성을 감안했을 때 향후 관련 범죄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달 1일부터 27일까지 더치트에 등록된 피해 사례수는 1만9035건으로, 피해금액은 121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온라인 쇼핑액은 193조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으며, 해외직구 쇼핑액도 5조원을 넘을 정도로 거래가 활발하다. 경찰 관계자는 "사람들이 현금을 갖고 다니지 않아 강도, 절도 등의 강력 범죄가 줄어들고 오히려 온라인 거래 사기, 보이스피싱 등 눈에 보이지 않는 형태의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지금 뜨는 뉴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중고거래 사이트의 경우 플랫폼만 제공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거래를 하는 당사자가 항시 사기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며 "더치트 등의 사이트를 완전히 믿기보다는 주의하고, 사후 피해를 보면 적극 신고해 2차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