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가족협의회 12일부터 분향소 운영
"아들 쓰러진 후 눈물 마를 날 없다" 인과성 인정 호소
중구청 "도로법 위반…강제철거 방침" 통보
"죽을 각오로 막을 것" 유족들 강경한 입장
[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멀쩡했던 사람 쓰러졌는데 설명이라도 해 달라", "너무나 서럽다."
코로나19 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코백회)는 지난 12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 소라탑 앞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했다. 코백회는 백신으로 인한 피해가 명백함에도 인과성 없음으로 일관하는 정부에 대책을 촉구하기 위해 분향소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영하의 추위가 맹위를 떨쳤던 17일에도 코백회 회원들은 닷새째 분향소를 지키고 있었다.
김두경 코백회 회장은 전날부터 이날까지 분향소 옆에 마련된 휴식 천막에서 밤을 지새웠다. 그는 아들 지용씨(26)가 지난해 3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고 쓰러진 이후로 눈물이 마를 날 없는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건강하게 군대를 다녀온 뒤 병원에서 작업치료사로 일했던 지용씨는 보건의료인력 우선 접종 권고에 따라 백신을 맞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구토와 오한, 발열 등 부작용 증세를 보였다. 이후에는 사지마비 증상까지 왔고, 주변의 도움 없이는 일상생활이 어려운 상태가 됐다.
김 회장은 "병원에 입사하기 전 건강검진까지 받았고 아무 이상이 없었다. 입사 후에 병원에서 백신을 맞으라고 해서 접종을 했고 입사한 지 겨우 열흘 만에 아들이 쓰러졌다"며 "백신으로 인한 부작용으로 보인다는 소견서까지 받았지만, 정부에서는 인과성을 인정해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이는 손가락 하나 까딱 못하고 눈도 제대로 못 뜨는데 검사 결과 아무 이상이 없다며 병원에서도 퇴원하라고 하더라"라며 "혼자서는 걷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퇴원하라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너무나 억울하다. 안내자가 되어야 할 정부가 모든 책임을 국민에게 떠넘기고 있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주형씨는 지난해 9월 당시 31세였던 아들을 잃었다. 화이자 백신을 맞은 아들이 자는 모습을 보고 집을 나선 이씨가 며칠 뒤 돌아왔을 때 아들은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고 한다. 아들은 지병이 없는 건강한 청년이었다고 이씨는 전했다.
그는 "우리는 정부가 맞으라고 해서 백신을 맞았을 뿐이다. 돈을 떠나서 아들이 이렇게 된 뒤에도 인과성 인정은커녕 나와서 사과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며 "내 아들처럼 사망한 경우가 코백회 회원 중 30명 정도는 되는데, 백신과의 인과성 인정을 받은 사례는 지금까지 단 두 명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백신 맞은 뒤 아프게 된 사람들은 병원 신세를 져야 하고 그 돈을 감당하기가 어려워 생활고까지 겪는다"며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사람은 몰라도, 가장인 남편이 쓰러지고 자식이 사망한 사람들은 어떻게 살라는 거냐"고 호소했다.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질병관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백신 접종 후 발생한 1100여 건의 사망 사례 중 인과성이 인정된 경우는 단 2건에 불과했다. 또 중증 후유증 신고 사례 1300여 건 중에서도 인과성이 인정된 경우는 4건에 그쳤다.
코백회는 정부를 향해 ▲백신 안전성 재검토 ▲피해보상 전문위원회 심의내용 공개 ▲만12~17세 코로나19 백신 의무접종 및 방역패스 철회 ▲백신 피해자 특별법 제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청계광장을 담당하는 중구청은 분향소가 도로법상 위반에 해당한다며 자신 철거를 요청하는 통지서를 코백회 측에 전달했다. 중구청 관계자는 "시민 통행에 방해되는 노상적치물에 대해서는 사유지가 아닌 경우 철거를 요청하고 있다"라며 "단체를 설득해 철거 요청을 계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코백회는 철거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김 회장은 "죽음을 각오하고 (분향소 철거를) 막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멀쩡했던 아이가 저렇게 됐는데, 누구라도 나와서 설명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원래대로 돌려놓던가 그게 아니라면 제대로 된 사과를 하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정부는 계속 국민들에게 백신을 맞으라고 강요하고 있다. 아들이 그렇게 됐는데 내가 어떻게 백신을 맞나. 죽음을 각오하고 맞으라는 건가"라며 "희생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그건 막아야 한다.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했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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