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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기] '설강화' 정해인·지수, 대본 보고도 몰랐나…신뢰 잃은 '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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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기] '설강화' 정해인·지수, 대본 보고도 몰랐나…신뢰 잃은 '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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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이슬 기자] 민주화운동 폄훼, 안기부 미화 등 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인 '설강화'의 주연 정해인과 지수(김지수)를 향한 질타가 거세다. 역사의식 부재, 연기력 논란 등이 도마 위에 오르며 배우 책임론도 고개를 드는 분위기다.


지난 18~19일 방송된 JTBC 토일드라마 '설강화'(극본 유현미·연출 조현탁)에서는 1987년 서울의 한 여대 기숙사 재학생인 영로(지수 분)와 신분을 감춘 채 안기부를 피해 숨어든 간첩 임수호(정해인 분)의 모습이 그려지며 논란이 불거졌다.


영로는 우연히 만난 간첩 임수호에 반했다. 이후 자신의 기숙사에 숨어든 임수로를 본 영로는 그를 운동권 학생이라 믿고 숨겼다. 이전에 베를린 대학생이라는 걸 들었기 때문. 그러나 영로는 안기부에 쫓기는 수호의 정체를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왜 그가 운동권이라 확신했는지도 그려지지 않았다. 영로의 감정이 민주화운동을 하는 대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인지 사랑에 빠져서 인지 모호하게 그려졌다.


아울러 '설강화' 제작진은 안기부 요원을 악당으로 그리지 않았다. 총을 들고 들이닥친 이들에게 '법'을 운운하며 호통 치는 기숙사 사감, 요원을 향해 "아줌마"라 외치며 간첩을 구해주는 여대생 영로의 모습은 과거 안기부가 저지른 악행을 떠올릴 때 너무나 동 떨어진 설정이다. 여기에 더해 그들에게 서사를 부여하거나 감정을 이입하게 연출한 장면도 보기 불편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는 예견된 논란이다. '설강화' 첫 방송 9개월 전인 지난 3월, 유출된 시놉시스 내용이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제작진은 "미완성 시놉시스와 캐릭터 소개 글 일부의 조합으로 구성된 단편적인 정보에서 비롯됐고, 파편화된 정보에 의혹이 더해져 사실이 아닌 내용이 사실로 포장되고 있다"며 시청을 당부했다.


당시 제작 무산 위기를 면피하기 위한 것이었을까. 당당했던 제작진의 태도와는 달리, 베일 벗은 '설강화'는 우려하던 역사왜곡 문제점을 그대로 노출했다.


'설강화'의 논란은 시놉시스만 봐도 누구나 예상 가능한 터. '배우 책임론'도 고개 드는 분위기다. 기획 단계에서 문제점을 간파한 후 외면했어야 하고, 세상에 나오지 말았어야 할 작품이라는 데 의견이 모인다.

[돋보기] '설강화' 정해인·지수, 대본 보고도 몰랐나…신뢰 잃은 '악수'


창작자로서 올바른 역사의식과 다수가 시청하는 드라마를 만드는 책임감이 요구된다. 이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고민이 부족한 대본의 경우 배우 캐스팅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드라마, 영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작품 등 콘텐츠 홍수 시대다. 배우는 밀려드는 대본을 제대로 보는 지혜의 눈을 가져야 한다. 창작진 뿐 아니라 출연진에게도 올바른 역사관과 책임의식이 요구되는 까닭이다.


80년대 민주화운동은 가슴 아픈 역사이자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역사이다. 우리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 희생한 많은 민주운동가들의 정신과 이름을 잊지 말아야 하고, 옳게 기억해야 한다. 이는 중등교육과정을 수료한 사람이라면 알 수 있다.


이를 정해인과 그룹 블랙핑크 멤버 지수는 몰랐을까. 왜 배우 수명을 건 악수(惡手)를 둔 걸까.


'설강화'는 JTBC 흥행 드라마 '스카이캐슬' 제작진이 준비해온 신작이다. 전편의 흥행 감독과 작가가 선보이는 멜로 드라마. 배우로서 흥행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신뢰를 얻은 제작진과의 작업은 편하다.


하지만 거기에 현혹되지 말고, 극 내용을 면밀히 파악했어야 맞다. 더군다나 1980년대 엄혹한 시대가 배경이 된 작품이라면 검증이 수반됐어야 하지 않을까.


출연을 결정한 것은 작품과 배역을 관통하는 신념에 동의한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80년대 군부정권에 맞서 민주화운동이 전개되는 배경을 단순히 드라마의 '가상' 배경이라 봤다는 건 스스로 깊이 고민하지 않았음을 드러내는 것과 같다.


SF 스릴러나 새롭게 창작된 히어로물이라면 또 모를까. 시대에 발 붙인 여대생과 간첩을 연기하면서, 시대 배경을 단순히 장식 쯤으로 치부한 것은, 배우로서 자신이 지닌 대중문화계 영향력을 간과한 안일한 태도다.

[돋보기] '설강화' 정해인·지수, 대본 보고도 몰랐나…신뢰 잃은 '악수'


지수는 연기력 논란에 휩싸였다. '설강화'를 이끄는 영로로 분한 그는 한없이 벅차 보인다. 대사 전달도 안 될 만큼 엉망인 발성과 발음, 시종일관 과하게 웃거나 혀 짧은 소리로 말하는 모습은 멜로 드라마임을 과하게 의식한 듯하다.


충분한 연기 훈련을 받고 배우로 나섰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설강화' 제작진은 소위 '선수'들이다. 지수가 영로로 분하기엔 연기력이 부족하다는 걸 알았을 터. 그런데도 지수를 캐스팅 한 것은 단지 그룹 블랙핑크의 인기에 편승하려는 제작진의 노림수로 밖에 안 보인다. 블랙핑크의 전 세계 팬덤에 '설강화'는 방영 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와 계약을 맺었다. 막강한 팬덤을 등에 업고 '설강화'는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공개되고 있다.


배우 정해인을 향한 질타도 거세다. 정약용의 후손임을 언급하고 알리며 홍보해온 그가 짧은 역사관을 노출한 점은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설강화' JTBC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정해인이 연기하는 임수호는 '신림동 하숙생들 사이에 '박정희의 경제개발정책'을 주제로 석사학위 논문을 준비 중인 베를린대학 경제학과 대학원생으로 알려져 있으나 실은 남파공작원'이라고 소개돼 있다.


또 '천재적인 재능을 지닌 음악가였던 아버지가 반동분자로 몰려 함경북도 무산 탄광으로 쫓겨날 때, 백두산 줄기이자 중앙당 핵심 간부의 딸이었던 어머니는 이혼을 선택, 그와 여동생과 아버지를 버렸다'는 글이 눈에 들어온다.


이를 통해 정부 공작으로 간첩으로 몰려서 한국땅도 못 밟고 세상을 떠난 작곡가 윤이상을 떠올리게 하는데, 그를 버젓이 북한 사람으로 묘사했다는 점도 비판을 받고 있다.

[돋보기] '설강화' 정해인·지수, 대본 보고도 몰랐나…신뢰 잃은 '악수'


인물소개만으로도 '설강화'의 비뚤어진 역사관을 짐작 가능할 터. 정해인이 이를 보고도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했다면, 앞으로 그가 출연하는 작품을 시청자가 계속해서 신뢰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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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설강화'가 끝난 후 큼지막하게 협찬 로고를 장식하던 치킨 브랜드 푸라닭도 '손절'에 나섰다. 오랜 기간 정해인을 모델로 기용해온 푸라닭 측은 "광고모델의 작품 활동을 응원하는 차원에서 진행되었다"고 해명하며 "'설강화'와 관련된 모든 광고 활동을 중단 및 철회 요청하였음을 알린다"고 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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