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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라이트]경쟁 치열했던 강새벽役 "눈빛이 야생마 같아 뽑았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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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배우 정호연, 모델 휴식기에 새 진로 설계
안도와 두려움 절반씩 섞인 표정 극찬…인간 본성 그려내

[라임라이트]경쟁 치열했던 강새벽役 "눈빛이 야생마 같아 뽑았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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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성기훈(이정재)은 머리를 붉게 염색한다.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며 비장한 각오를 드러낸다. '오징어 게임'에서 강새벽을 연기한 배우 정호연도 머리를 붉게 물들인 적이 있다. '도전! 수퍼모델 코리아'에서 준우승하며 모델로 한창 주가를 올렸을 때다. 국내에서 활발하게 활동했으나 더 큰 무대를 갈망했다. 해외 진출을 앞두고 변신을 감행했다. 빨간 머리는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됐다. 루이비통 시티 익스클루시브(한 도시에서 열리는 쇼 중 특정 브랜드 쇼에만 서는 것) 모델 등으로 활동하면서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정호연은 안주하는 법이 없다. 타성적 태도를 버리지 못하면 발전할 수 없다고 여긴다. 모델 휴식기에 다양한 분야를 공부하며 새로운 진로를 설계했다. 그렇게 꿈꾼 직업이 배우다. 한국에서 한 달간 연기수업을 받고 배우 전문 매니지먼트사인 사람엔터테인먼트와 계약했다. 미국 뉴욕으로 돌아가 패션위크를 준비하며 틈나는 대로 연습했다.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오징어 게임' 오디션 제안이 들어왔다. 부모의 탈북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소매치기까지 하는 새터민 강새벽 역이었다. 함께 탈북한 어린 남동생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는 장면을 촬영해 보내야 했다. 정호연은 사흘 밤을 꼬박 새우며 새터민의 삶을 알아갔다.


"가족을 위해 사는 배역이다. 어려운 처지에도 흔들리는 남동생을 잡아주려고 애쓴다. 그 마음을 표현하려면 이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부터 파악해야 했다. 대본에 기술되지 않은 전사(前事)를 상상하며 일기를 작성했다. 남동생 손을 붙잡고 중국을 거쳐 한국으로 넘어온 순간과 한국에서 소매치기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일상 등을 내 기억처럼 써 내려갔다. 그렇게 새벽과 가까워지니 대사 한 마디도 쉽게 내뱉을 수 없겠더라. 모든 연기에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라임라이트]경쟁 치열했던 강새벽役 "눈빛이 야생마 같아 뽑았대요"


강새벽 역을 노리는 여배우는 많았다. 매니지먼트사들 사이에 '오징어 게임' 최대 수혜자가 될 수 있다는 소문이 퍼져 오디션이 수차례 진행됐다. 황동혁 감독은 연기 경험이 전혀 없는 정호연을 발탁했다. 그는 "외모부터 목소리까지 내가 생각했던 새벽이었다"라며 "신선한 매력이 실제 새벽처럼 나타나길 바랐다"라고 했다. 정호연은 "눈빛이 야생마 같다며 좋아하셨다. 삶을 향한 강한 의지가 느껴진다고 했다"라고 떠올렸다. "목표한 바를 반드시 이루겠다는 심지가 보인다고 하시더라. 특히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 직후 바스트 샷에서 칭찬을 많이 해주셨다."


머리카락 그림자가 드리운 얼굴을 천천히 들어 올려 하늘을 바라보는 장면이다. 눈빛은 종전처럼 매섭지 않다. 안도와 두려움의 기색이 절반씩 섞여 있다. 정호연은 이후 장면에서 적절하게 응용해 오징어 게임의 잔혹성과 인간의 본성을 동시에 부각한다. 애초 그에게 주어진 가장 큰 과제였다. 강새벽은 다른 배역과 잘 섞이지 않는다. 배역들 간 호흡이 적어 리액션이 많지 않다. 대신 표정 연기로 입체감을 쌓으며 묵직한 존재감을 나타내야 한다. 백미는 화장실에서 몸에 박힌 유리 조각을 빼내는 신. 유일하게 자신의 고통을 온전하게 드러낸다.


"가장 연기하기 어려웠다. 촬영을 앞두고 밥이 넘어가지 않을 정도였다. 강새벽을 꾸밈없이 보여줄 수 있는 장면이라서 잘 해내고 싶다는 생각이 앞섰다. 그런데 화장실에 들어서는 순간 눈물이 나더라. 아무리 참으려 해도 멈추지 않았다. 그 순간만큼은 강새벽이 됐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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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라이트]경쟁 치열했던 강새벽役 "눈빛이 야생마 같아 뽑았대요"


기술적 결함을 이겨낸 동력은 진심이다. 새터민의 삶을 파악하며 배역에 젖을수록 강새벽의 모습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차별화된 개성은 흐르는 시간이 무색하도록 여전히 생동력을 지니고 있다. 여느 때보다 눈물이 많아졌다. 일상적인 대화에서 강새벽이 할 법한 대답도 한다. 정호연에게는 하나하나가 귀한 경험이다. "즐거운 후유증이다. 아직 부족함이 많다. 이것저것 경험하며 한 걸음씩 나아가고 싶다. 이제 시작이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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