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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이야기] 근로장려세제의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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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이야기] 근로장려세제의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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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과 기본소득 도입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 최근 고용노동부는 2022년 최저임금을 9160원으로 고시했다. 2017년 최저임금 6470원에서 5년 동안 40% 정도 인상된 금액이다. 최저임금은 대폭 상승했지만, 소득 하위층의 근로 소득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 인상이 청년층과 취약 계층의 고용을 위축시킨 측면이 있고 최저임금 미만의 근로자가 바로 빈곤층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전 국민에게 매년 100만 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의 도입 논의도 한창 진행 중이다. 최저생계가 가능한 실질적인 의미의 진정한 기본소득은 연 1000만 원 정도가 되는데 전 국민에게 그 10%만을 지급하기 위한 재정부담이 올해 국방예산에 준하는 50조 원 이상이라고 하니 재원 조달의 심각성은 다언을 요하지 않는다.


최저임금 인상과 기본소득 도입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보편적 형태의 복지보다는 빈곤층이나 일자리가 없는 계층에 대한 선별적 지원방식이 그 효과나 재원 면에서 바람직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저임금과 기본소득의 아킬레스건이 지적되는 와중에 그 대안으로서 기존의 근로장려세제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2006년에 도입된 근로장려세제는 가구 단위로 소득이 적어 생활이 어려운 근로자에게 가구원과 총급여액에 따라 산정된 장려금을 지원하는 근로 연계형 소득지원제도다. 2020년 귀속분 기준 지급 가구는 433만 가구, 지급액은 4조5000억 원으로 2008년 대비 지급 가구는 8.5배, 지급금액은 11.4배로 괄목상대의 성장이 있었다. 근로장려세제는 근로장려금으로 근로유인을 제공해 저소득 계층의 노동참여를 고취함과 동시에, 저소득층의 소득을 일정 수준 보장함으로써 최저임금과 기본소득의 취지가 어우러져 반영된 경제적 사회안전망이다. 근로장려금은 근로자에게는 일하고자 하는 의욕을 제고하는 한편, 기업들에도 인건비에 대한 일종의 ‘매칭펀드’ 효과를 가져오므로 일석이조의 효과를 가져온다. 근로장려금은 소득요건으로 연 소득 2000만 원 미만의 단독 가구, 3000만 원 미만의 홑벌이 가구, 3600만 원 미만의 맞벌이 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총소득요건과, 가구원 모두가 소유하는 재산 합계액이 2억 원을 초과하면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고 1억4000만 원 이상일 경우 산정액의 50%만 지급되는 재산요건을 두고 있다. 근로장려금 지급액은 단독가구 연 150만 원, 홑벌이 가구 연 260만 원, 맞벌이 가구 연 300만 원을 최대치로 해 연 소득액에 따라 일정액이 차감되는 구조를 띤다.


근로장려세제는 1975년 미국의 닉슨 정부 시절 소득보장과 고용보장의 치열한 논쟁의 틈바구니에서 도입된 근로세액공제제도(Earned Income Tax Credit, EITC)에서 유래한다. 미국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부(-)의 소득세제(Negative Income Tax)에서 착안한 것으로, 영국·프랑스·캐나다·뉴질랜드에서도 동일한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이를 본떠 2006년 근로장려세제를 도입해 2009년 9월 최초로 근로장려금이 지급됐고, 지급 대상 확대·혜택 증대 및 신속한 지급을 골자로 하는 법 개정이 2018년 이뤄져 소득요건 및 재산요건이 완화됐다. 지급금액도 상향됐고 6개월마다 근로장려금이 지급되는 이른바 ‘반기지급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근로장려세제는 근로와 연계된 맞춤형 지원으로서 근로의욕을 고취해 열심히 일하는 저소득 가구의 버팀목이 돼 줄 뿐만 아니라, 기업에도 고용을 촉진하고 활성화할 수 있는 다목적 기능을 수행한다. 신규로 기본소득을 도입하거나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으로 복지제도 변혁을 모색해보는 것도 의미는 있지만, 그 본격적인 도입 전에 거래비용과 행정비용을 낮출 수 있는 기존의 근로장려세제가 정책 대안으로 제시될 수 있다. 다만, 근로장려세제가 소득보장과 고용보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합리적 수준의 최저임금과의 조화가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과소한 최저임금은 국가재정에 지나친 부담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OECD에서도 적정수준의 최저임금에 EITC가 결합한 제도가 효과적이라고 보고 있다. 200여 년 전 스핀햄랜드의 아픈 경험을 돌이키지 않기 위해서도 반드시 유념해야 할 요소다. 영국의 스핀햄랜드 제도는 18세기 말 지속적인 흉작으로 인한 식량부족 및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저소득층의 빈곤이 악화하자, 1795년 잉글랜드 남부 버크셔주의 치안 판사들이 농촌 노동자들에 대해 구빈법의 원외 구제를 목적으로 시행했는데, 빵의 가격과 가족의 수에 따라 최저 생활기준을 선정해 저임금노동자에게 보충적으로 임금을 제공했다. 노동자들은 임금 다과에 불구하고 빈민구호제도를 통해 같은 수입을 얻으니 대충 일하기 시작했고 고용주는 임금을 과하게 낮추고 노동자들을 필요 이상으로 고용했으며 정부는 노동자 수에 따라 지원금을 지급했다. 그 과정에서 생기는 비용은 빈민 구조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자립하려는 중간계급에 부과되는 상황이 연출됐다.


한편 행정적으로는 근로장려세제의 효과적 집행을 위해서 소득파악율을 보다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나라 국세청은 본청산하에 소득지원국을 두고 근로장려금에 대한 지원업무를 총괄하고 있고 높은 수준의 근로 장려금 관리조직과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기는 하지만, 근로장려세제가 소득보장과 고용보장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는터이므로 이를 보다 보강할 필요가 있다. 세원과 재정지출의 투명성 제고는 근로장려금 지급만이 아니라 다른 사회보장제도의 수급자 선정과 사회보험료 책정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도 그러하다. 나아가 근로장려금이 기본소득의 기능도 수행하게 되므로 유사 제도의 정비가 이뤄진다면 재정 여건이 허락하는 범위내에서 의미 있는 금액이 지급될 수 있도록 전향적으로 검토하는 것도 필요하다. 올해로 15살을 맞이하는 근로장려세제가 저소득계층의 생활을 든든하게 지원하고 복지 사각지대를 따뜻하게 비추면서도, 자칫 그 지원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도덕적 해이를 방지할 수 있는 차세대 복지 모델로 기능할 수 있도록 새로운 역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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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흠 김앤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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