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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투기 못잡았다고 시인한 부동산 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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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투기 못잡았다고 시인한 부동산 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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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일권 경제부장] 지난 주 정부의 부동산 대국민담화는 현 정부 차원에서 더 이상의 대책이 없을 것이라는 점을 사실상 공식화한 자리였다. 오는 9월 정기국회, 내년 3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고 정권 말이라는 정치적 입지를 감안할 때 새로운 대책이 나올 거라는 기대는 크지 않았다. 이번 담화는 그런 예상에 아예 쐐기를 박았다. 외부의 돌발적인 변수가 없다면 부동산 가격의 우상향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담화가 사실상 정부 차원의 마지막 부동산 메시지라는 점에서 정부 내부에선 찬반이 격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책이 없다면 비난만 받을 것이라는 의견이 강했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상황에서 아무런 말 없이 넘어갈 순 없다는 고위직의 견해와 청와대의 암묵적 동의가 결합되면서 결국 ‘강행’으로 결정됐다.


결과를 놓고 보면 역시나 안 하느니만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불안을 잠재울 생각은 없고 오히려 국민들이 알아서 잘 선택하라는 엄포만 가득했기 때문이다.


패착은 "불안감에 의한 추격매수보단 진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대목이다. 현 정부 집권 초기부터 정부 고위 인사들이 "집 사면 후회한다"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날렸지만 부동산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그런 현상을 지켜봐 온 정부 경제정책 책임자가 대국민 담화를 통해 불안을 잠재우기는커녕 또다시 호소에 매달렸다는 점에서 허탈감은 컸다. 담화 직후 세종시의 신규 아파트 분양 청약경쟁률은 200대1을 넘었고 전세가격 상승률은 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를 신뢰할 수 없다는 여론만 재확인한 것이다.


정부는 과거 사례에서도 교훈을 얻지 못했다.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도 지금과 비슷한 내용의 브리핑을 발표했다가 역풍을 맞은 적이 있다. 2006년 11월 당시 청와대는 "비싼 값에 집을 샀다가는 낭패를 면할 수 없다"고 지적하면서 "정부 정책을 믿어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집권 기간 내내 정부 말을 믿은 무주택자들만 가격 급등에 따른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이 "집을 사봐야 비싼 가격에 사는 것"이라고 발언한 사례 역시 현 정부와 판박이다.


부동산 시장 불안이 커진 것은 ‘주거안정’을 바라는 국민의 탓이 아니다. 집권 초기부터 아파트 공급 확대에는 소극적이었고 오히려 투기세력을 잡겠다는 정책이 불안을 키웠다. 투기를 잡겠다며 세금폭탄을 안겼지만 ‘집값은 오를 것’이라는 믿음이 매물잠김 현상만 불렀다. 임대차보호를 하겠다는 전월세 계약갱신청구권은 전월세 물량의 씨를 말렸다. 집값 폭등세가 이어지자 정부 말만 믿고 구매에 소극적인 사람들까지 구매 대열에 합류했다. 공급이 줄어들 것이란 메시지는 결국 정부가 만든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의 아파트 매매수급 지수는 지난해 6월 기준선인 100을 넘어선 이후 지난달까지 14개월째 그 아래로 떨어지지 않고 있다. 100은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기준인데, 이를 웃돈다는 것은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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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화문을 보면 정부는 여전히 수요심리를 억누르면 가격 급등현상이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공급은 충분하다"면서 "과도한 수익 기대심리를 제어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지난 4년간 투기를 잡기 위해 26차례 정책을 쏟아냈음에도 그 방향성을 고수하겠다는 것이다. 뒤집어보면 그동안 정책 성과가 미흡하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 된다. 정부는 불법 실거래가 띄우기 71만여 건을 전수조사했지만 확인건수는 12건에 불과했다. 그 사이 공급은 더뎠다. 몇 안되는 투기세력을 잡기 위해 4년간 초가삼간만 태운 꼴이 됐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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