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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심판 1인2역 권한 막강한데…공정위는 '기울어진 운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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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2역 맡다 보니 공정·중립성 논란…행정소송 4건중 1건꼴로 패소
공정위 전원회의에 9명 참석…공정위 소속 또는 인사권 위원장에
전문가, 독립성 강화 이구동성…美 행정법 판사 별도로 두기도

조사·심판 1인2역 권한 막강한데…공정위는 '기울어진 운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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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과징금 폭탄과 높은 행정소송 패소율로 드러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무리한 '기업 옥죄기'를 놓고 재계와 일부 전문가들은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심판 체계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판사, 검사란 '1인2역'을 동시에 수행하다보니 심판 기능의 독립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결국 내부 조사를 토대로 제재에만 골몰하고, 1심 판결의 효력을 갖는 공정위 결정이 법원에서 뒤집히는 경우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공정위 심판 기구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중대한 공정거래법 위반 사안의 경우 심판 기능을 떼어내는 방향으로 공정위 개혁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 됐다는 의견도 내놓는다.


◆한지붕 아래 판·검사 1인2역…기울어진 운동장=8일 공정위에 따르면 삼성전자 등 4개사의 계열 급식업체(삼성웰스토리) 부당지원 혐의와 관련해 이들 기업의 조사와 제재 여부 및 수위 결정을 모두 공정위가 담당한다. 공정위 기업집단국이 삼성의 부당지원 혐의를 조사했고, 이를 토대로 공정위 내외부 인사로 구성된 전원회의가 제재 수위를 결정한다. 즉 담당 조직은 다르지만 큰 틀에선 공정위가 판·검사 역할을 동시에 맡는 것이다.


공정위의 입장은 명확하다. 조사와 심판 기능이 분리됐다는 것이다. 전원회의 심의에서 법원의 대심제 방식이 도입돼 기업의 방어권을 보장하고 있고 최고 의사결정기구로서 독자적, 중립적인 판단을 내린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전원회의 위원의 절반 이상이 공정위 소속이고, 공정위원장이 대부분 위원들의 인사권을 쥐고 있단 점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전원회의에 참여하는 상임·비상임위원은 총 9명이다. 이 가운데 상임위원 5명은 모두 공정위 소속(공정위원장, 부위원장, 前 경쟁정책국장·기업거래정책국장·기업집단국장 출신 상임위원 3명)이다. 비상임위원 4명은 외부 전문가로 구성되지만 공정위원장·부위원장을 제외한 다른 상임위원 3명과 마찬가지로 위원장의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선임 과정 또한 '깜깜이'로 사실상 공정위원장이 인사권을 쥐고 있는 만큼 심판시 위원장의 의중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다.


재계 관계자는 "제재를 받는 피심의인 입장에선 조사를 하는 심사관과 제재를 결정하는 전원위원들 모두 같은 공정위 식구"라며 "공정위의 시정조치가 법원 판결에서 번번이 뒤집히는 것은 공정위가 그만큼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뜻 아니겠냐"고 했다.


◆일단 제재부터…동의의결제도 유명무실=공정위의 조사, 심판 기능이 실질적으로 분리되지 않다 보니 '과잉 제재→제재 불복에 따른 행정소송→패소 및 과징금 환급'의 악순환이 지속된다는 지적이다. 특히 '솜방망이 처벌', '기업 봐주기' 논란 등을 의식해 보신주의에 기반해 무리수를 둬, 오히려 4건 중 1건꼴로 행정소송에 패소하는 등 공정위 스스로 입지를 좁히고 있다는 비판도 적잖다.


공정위가 자진 시정 유도 보다는 제재 만능주의에 빠지면서 동의의결제도 활용 역시 미흡하다. 동의의결은 법 위반을 따지지 않고 신속한 경쟁제한 상태 해소와 피해자 구제를 목적으로 한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공정위가 2011년 동의의결제도를 도입한 후 총 12건의 동의의결 개시 신청이 들어왔지만 수용 건수는 6건에 그쳤다(삼성웰스토리 부당지원 건 제외). 공정위가 최근 사내급식 부당지원 혐의를 받는 삼성의 동의의결 신청을 기각하고 제재 수순을 밟기로 한 것도 일부 시민단체의 반발 등을 의식한 결정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동의의결제도와 같은 자진 시정 조치를 적극 활용해 기업의 불활실성을 신속히 해소해야 하는데 공정위가 기업 봐주기 비판을 의식해 ‘면피성’ 과잉 제재에만 나서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심지어 공정위가 중대한 법 위반이란 이유로 기업의 동의의결 신청을 기각했는데 행정소송에 패소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앞서 공정위는 현대모비스가 대리점에 부품을 강매한 혐의로 과징금 5억원 부과, 법인 대표 및 부품영업본부장에 대한 검찰고발 조치를 취했다. 현대모비스의 동의의결신청까지 기각하며 내린 제재였지만 법원은 2019년 공정위 패소 판결을 내렸다.


◆"공정위 심판 기능 독립성 강화 필요"=전문가들은 공정위 결정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선 심판 기능의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공정위가 벤치마킹한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심사관의 조사를 토대로 1차 판단을 거치는 '행정법 판사'를 별도로 두고 있다. FTC는 행정법 판사의 보고서를 토대로 최종 판단을 내린다. 행정법 판사가 FTC 내부 소속이긴 하지만 중앙기구에서 채용하고, 의회의 인준을 거쳐 임명된다는 점에서 공정위의 현행 심판 기구 운영 방식 보다는 공정성을 한층 강화했다는 평가다. 공정위원장이 사실상 인사권을 쥐고 있는 전원위원회 구성 체계를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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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정위는 그동안 심판, 소추 기능의 분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따라 제도 개선을 꾸준히 추진해 왔지만 아직 법원, 검찰의 관계에 비하면 미흡한 게 사실"이라며 "미국 FTC가 행정법 판사를 운영하는 것처럼 공정위도 계속적으로 독립성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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