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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격 떨어져" vs "대통령 모욕"…文 비판 전단 뿌린 청년 고소에 '갑론을박'

수정 2021.05.04 10:50입력 2021.05.04 10:15

비난 전단 30대 검찰 송치에…野 "고소 취하해야" 한목소리
文대통령 "권력자 욕해 국민 기분 풀리면 좋은 일"…과거 발언과 배치
전문가 "대통령, 비난 감수해야 하는 자리"

"국격 떨어져" vs "대통령 모욕"…文 비판 전단 뿌린 청년 고소에 '갑론을박' 지난달 27일 청와대 국무회의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사진제공=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2년 전 문재인 대통령과 여권 인사들을 비난하는 내용의 전단을 배포한 30대 남성 김 모 씨가 최근 모욕죄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됐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 사건과 관련, 대리인을 통해 김 씨를 고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야권은 김 씨에 대한 고소를 취하해 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한 나라의 국가 원수가 일반 시민을 상대로 소송을 벌이는 것은 과도한 처사라는 지적이다. 반면, 일각에선 허위 사실을 유포한 범죄에 대해선 강력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문가는 시민을 상대로 한 대통령의 고소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도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최근 문 대통령에 대한 모욕 혐의로 김 씨를 검찰에 송치했다. 김 씨는 지난 2019년 7월 서울 여의도 국회 근처에서 문 대통령과 박원순 전 서울시장 등 야권 인사들의 선친이 친일을 했다는 내용의 전단을 배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단의 뒷면에는 일본 음란물 이미지와 함께 "북조선의 개, 한국 대통령 문재인의 새빨간 정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 문구가 모욕죄에 해당한다고 보고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당초 김 씨를 누가 고소했는지 밝히지 않았는데, 일각에선 모욕죄가 피해자나 법정 대리인이 직접 고소해야 기소할 수 있는 친고죄인 점을 미뤄 김 씨에 대한 조치는 대통령의 의지였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최근 언론에 전단의 내용 수위가 묵과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문 대통령이 대리인을 통해 고소 절차를 진행한 게 맞다고 밝혔다.


"국격 떨어져" vs "대통령 모욕"…文 비판 전단 뿌린 청년 고소에 '갑론을박'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사진제공=연합뉴스


야권은 "모욕죄 고소를 취하해달라"고 문 대통령에게 촉구하고 나섰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3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에서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그리고 절망에 빠진 청년들의 상처를 보듬기 위해서라도 고소는 재고되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이 민망한 사태를 바라보는 국민들 마음이 편치 않다. 청년들의 비판 목소리를 들어달라. 언론자유와 민주주의를 외쳤던 정신으로 돌아가달라. 국격이 떨어지는 소리에 가슴이 무너진다"고 성토했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도 이날 대표단 회의에서 "독재 국가에서는 대통령에 대한 모욕이 범죄일지 모르지만,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대통령이라는 위치는 모욕죄가 성립되어선 안 되는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민들이 그 누구보다 자유롭게 비판하고 비난마저도 할 수 있어야 하는 존재가 바로 대통령"이라며 "배포된 내용이 어떤 것이었든, 대통령에 의한 시민 고소는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을 향한 비난에 대해 "참아야 한다"고 답한 과거 문 대통령의 발언이 조명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8월 교회 지도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대통령을 모욕하는 정도는 표현의 범주로 허용해도 됩니다. 대통령 욕해서 기분이 풀리면 그것도 좋은 일"이라고 말한 바 있다.


또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이었던 2017년 2월 JTBC '썰전'에 출연, '대통령이 된다면 승복할 수 없는 비판, 비난이 있을 때도 참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참아야죠. 뭐. 국민은 얼마든지 권력자를 비판할 자유가 있죠. 그래서 국민이 불만을 해소할 수 있고 위안이 된다면 그것도 좋은 일 아닌가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사회 곳곳에 '혐오 표현'으로 인해 발생하는 폐해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김 씨에 대해 강하게 처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한 누리꾼은 "김 씨가 배포한 전단에는 대통령에 대한 모욕뿐 아니라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허위사실도 기재되어 있었다. 단순 비방이 아닌 것"이라며 "가짜 뉴스에 대해선 절대로 용인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김 씨에 대한 문 대통령의 조치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일반인을 상대로 한 대통령의 고소는 매우 부적절하다"라며 "대통령은 비난과 함께 산다고 봐야 하고, 민주 국가에서는 표현의 자유가 존중되는 것이 중요하다. 인신공격성 발언은 자제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대통령이라면 그런 비난까지도 감수해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종의 내로남불로 볼 수도 있는 지점"이라며 "최근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강성 지지층의 '문자 폭탄'이 논란인데, 이런 부분은 전혀 언급하지 않으면서 자신에 대한 비난은 못 참겠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덧붙였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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