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도 로펌도 당사자 주장 ‘죄명·금액’ 기준으로 판단
구체적 매뉴얼 만들어질 때까지 혼선 불가피 전망
[아시아경제 최석진 기자] “검찰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해야 된다고 하네요.”
검찰의 직접 수사 대상을 대폭 축소한 개정 검찰청법이 1일부터 시행되며 고소·고발장을 접수하려는 시민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특히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고 직접 고소장을 작성해 제출하는 서민들이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해도 되는 사건인지 구별이 쉽지 않아 불편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올해 첫 업무일인 지난 4일부터 바뀐 제도에 따라 검찰의 수사 대상 범죄가 아닌 죄명의 고소·고발장을 접수하려는 민원인을 상대로 경찰에 접수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국내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에서는 4일 하루에만 20명 정도의 민원인이 검찰청에 고소·고발장을 접수하려고 왔다가 직원의 안내를 받고 경찰서로 발길을 돌렸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 1층의 고소·고발 전담관실에서는 민원인들의 눈에 잘 띄는 출입문 옆과 접수 창구 앞에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해야 할 대상범죄 예시’라는 안내문을 붙여 놓았다.
안내문에는 재산범죄 중 ‘5억원 미만’의 사기·횡령·배임, 공직자범죄 중 ‘3천만원 미만’의 뇌물수수 등 민원인들이 혼동하기 쉬운 죄명의 구체적인 금액까지 기재됐고, 형광펜과 붉은색 펜까지 동원됐다.
고소·고발장의 내용을 일일이 확인해 걸러내야 하는 검찰 역시 힘들어진 건 마찬가지다.
전날 검찰청 직원 A씨는 “고소·고발장을 직접 확인하기엔 시간이 걸리고 (고소·고발장을 접수하러 온) 당사자한테 죄명과 피해액 등을 직접 물어보는 게 제일 빠르다”고 말했다.
A씨는 “어제 한 20건 정도를 반려했는데 검찰에 접수할 수 있는 고소·고발장이 아니라고 설명하면 대부분 다 이해를 했다”며 “로펌에서 접수한 고소·고발 건 중에는 아직 반려된 게 없다”고 전했다.
로펌 역시 일단은 의뢰인의 주장에 기초해서 고소·고발장 접수 기관을 결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차장검사 출신의 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 B씨는 “검찰에 관할(수사권)이 없는 사건은 검찰에 고소해봤자 경찰로 이첩할 것이기 때문에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해야 되는데, 나중에 수사를 해서 기소 단계에 이르러야 정확한 피해 금액을 확인할 수 있어서 고발 단계에서는 당사자 얘기를 들어보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검찰이나 경찰이 내부 구성원들을 위한 매뉴얼을 만들고 검경 협의체에서 논의를 통해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당분간 실무상 애매하고 어려운 게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부터 검사의 직접수사권은 개정된 검찰청법 제4조(검사의 직무) 1항에 따라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 등 6대 범죄와 ▲경찰공무원 범죄 ▲이들 범죄 및 경찰이 송치한 범죄와 직접 관련성 있는 인지 범죄로 축소됐다.
그리고 이들 유형에 해당하더라도 대통령령인 ‘검사의 수사개시 범위에 관한 규정’에 따라 뇌물수수(3000만원 이상), 정치자금법 위반(5000만원 이상), 사기·횡령·배임(5억원 이상), 조세포탈(5억원 이상) 등 범죄의 경우 이득액이나 피해액이 일정 금액 이상일 때만 검찰이 수사권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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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우편접수 등을 통해 검찰의 수사 대상 외의 범죄사건에 대한 고발장이 검찰에 접수되면 검찰은 해당 사건을 경찰로 이송해야 한다. 반면 경찰은 수사 범위에 제한이 없어 검찰이 수사할 수 있는 6대 범죄사건도 일단 경찰에 고발장이 접수되면 경찰이 수사하게 된다.
최석진 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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