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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에서] ‘3D’ 보직으로 바뀐 장관의 입, 총장의 입(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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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에서] ‘3D’ 보직으로 바뀐 장관의 입, 총장의 입(下) 최석진 법조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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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석진 기자] 법무부는 직접 수사를 하는 기관이 아닌 정책부서다 보니 요즘과 같은 특수한 상황이 벌어지기 전까진 주요 법 개정이나 법무정책을 홍보하는 언론 대응이 대변인의 주요 역할이었습니다.


매년 상하반기 정기적으로 실시되는 검사 인사 때나 3·1절이나 광복절, 성탄절 등에 특별사면이 단행될 때, 그리고 국정감사 때 정도가 그나마 기자들이 법무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시기였죠.


반면 직접 수사를 맡고 있는 검찰을 대표하는 대검찰청 대변인은 기자들로부터 특정 수사와 관련된 예민한 질문들을 받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폐지된 이후로는 대검에서 직접 수사를 맡진 않고 있기 때문에 과거 수사기획관으로 불리던 대검 선임연구관이 대변인과 함께 공보 역할을 맡았던 시절에 비하면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와 대검의 직접 관련성이 줄어든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결국 모든 수사의 최종 지휘책임자가 검찰총장인 만큼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중요 사건을 어느 검찰청에서 수사하도록 배당할지, 또 대검이나 다른 검찰청에 소속돼 있는 검사를 어느 정도 파견해 수사를 지원할지부터 시작해서, 중요 피의자의 신병처리나 사법처리에 이르기까지 총장의 의중이 반영될 수밖에 없는 만큼 여전히 대검 대변인은 수사와 관련된 질문을 받게 됩니다.


특히 전국 검찰청의 주요 사건에 대한 수사 상황이 모두 대검으로 보고되는 만큼 일선 검찰청에서 취재가 막힐 경우 출입기자 입장에선 대검 대변인을 통해서라도 뭔가 확인을 시도할 수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매일 아침 다른 어떤 부서보다도 일찍 출근해서 조간이나 포털에 나온 주요 기사를 모두 확인하고, 총장에게 보고할 내용을 추리고, 각 이슈와 관련된 기자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어떤 답변을 할지를 미리 준비해야 하는 게 대변인실 소속 검사(대변인, 부대변인)나 직원들의 일상입니다.


대검 대변인은 하루 적게는 수십 통, 많게는 하루 수백 통의 전화를 받게 되는데 예민한 수사와 관련된 질문에 무조건 ‘확인해드릴 수 없다’만 반복할 수도 없는 만큼, 형사처벌 대상인 피의사실공표에 해당되지 않는 선에서 수사공보준칙을 준수하며 한 통화, 한 통화 대응을 한다는 게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닐 겁니다. 본인의 말실수 한 번이 곧 기사화될 수 있고 엄청난 파장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까요.


피의사실공표죄나 수사공보준칙 때문에 기본적으로 대변인들은 수사와 관련된 질문에는 구체적으로 답변하기가 곤란합니다. 때문에 검찰을 출입하는 기자들은 종종 ‘확인해드릴 수 없습니다’라는 답변을 ‘(말해드릴 순 없지만) 맞습니다’라고 자의적으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그 바탕에는 ‘최소한 검사가 거짓말은 안 한다. 못 한다’는 생각이 깔려있습니다. 다시 말해 오보 방지 차원에서라도 완전히 틀린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확실히 아니라고 말을 해주기 마련인데, 말을 못해주겠다는 건 어느 정도는 사실일 개연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죠.


물론 그 같은 판단이 틀리지 않기 위해서는 질문의 내용에 따라 기자와 대변인이 나눈 전후 대화의 흐름, 대변인의 말투에서 느껴지는 뉘앙스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한 소위 제대로 된 ‘촉’이 발동돼야 합니다. 분명한 건 어느 정도 기자가 사건의 내막을 알고, 정보를 가진 상태로 질문했을 때 대변인도 ‘그건 그게 아니라 이런 것’이라는 식으로라도 대응을 해주는 것이지 기자가 뭘 모르고 질문한다고 생각될 때는 대변인 입장에서는 굳이 대응할 필요가 없다고 느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함께 법조를 출입했던 한 후배기자가 언젠가 자신의 카카오톡 프로필에 적었던 ‘질문이 틀리면 답도 틀리다’는 말 속에 이런 상관관계가 잘 함축돼 있는 거 같습니다.


때에 따라서는 대변인이 아무리 사실대로 해명을 해도 기자가 믿어주지 않고 자기 주장만 고집하는 경우도 있을 겁니다. 대답하기 껄끄러운 똑같은 내용을 물어보는 전화를 수십통 연속해서 받다보면 대변인도 감정 조절이 힘든 경우도 있을 거구요.


대검 대변인은 아니지만 몇 년 전 서울중앙지검에서 공안부를 지휘하며 공안사건에 대한 공보 역할도 맡았던 모 2차장검사가 검찰을 출입한지 얼마 안 된 한 여기자와 통화하는 과정에서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하고 ‘쥐뿔도 모르는 게…’라는 식의 막말을 했다가 다음날 아침 신문지면에 실명이 보도됐던 사례도 있습니다.


한편 현 정부 들어 검찰이 대표적인 개혁 대상으로 몰리며 경찰과의 수사권 조정 등 문제에서 검찰의 입장을 대변해야할 법무부마저 검찰과 완전히 상반된 입장에 서면서 대검 대변인은 더욱 힘든 상황에 직면하게 됐습니다.


검찰개혁을 대표적 국정과제로 제시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대학교수 출신의 박상기·조국 전 장관에 이어 정치인 출신의 추미애 현 법무부 장관까지 평소 검찰에 대해 지극히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던 인물들이 잇따라 장관을 맡게 되면서 법무부 대변인이나, 대검 대변인이나 난처해진 건 마찬가지입니다.


윤 총장의 지시로 검찰이 조국 전 장관을 수사했을 때나, ‘검언유착’ 사건 당시 추미애 장관이 수사지휘를 통해 윤 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배제시키고 측근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수사 책임을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게 일임했을 때, 한명숙 전 총리와 관련된 감찰 사건을 두고 법무부와 대검이 부딪쳤을 때, 그리고 최근 추 장관이 윤 총장의 가족·측근과 관련된 5개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를 통해 윤 총장을 직접 수사 대상으로 지목하기까지 대검 대변인은 과거 어느 대변인도 경험해보지 못한 힘든 상황 하에서 총장의 입장, 대검의 입장을 정리해 공표해야했습니다.


이나저나 대검 대변인도 검사고, 인사권자는 법무부 장관인데 장관과 총장이 갈등을 빚는 초유의 사태로 인해 수시로 법무부나 장관의 입장에 반박하는 총장이나 대검의 입장을 전달해야 하는 대변인으로선 상당한 심적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편 일선 검찰청에서 공보 역할을 전담하게 된 전문공보관들 역시 힘들긴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대검 중수부 폐지 이후 가장 중요한 사건 수사를 도맡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전문공보관의 경우 업무로 인한 피로도가 전국 검찰청 중 최고가 아닐까 짐작됩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서울중앙지검의 공보 역할은 4~5명이 나눠서 맡았습니다.


고소·고발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부 사건은 1차장검사, 선거범죄나 국가보안법 위반, 노동사건 등 공안사건은 2차장검사, 정치인이나 대기업 회장의 비리 사건 등 특수사건이나 마약·조직폭력 등 강력사건, 또 금융범죄사건은 3차장검사가 직접 수사를 지휘하는 역할과 함께 공보 역할도 담당했었던 것이죠.


그런데도 워낙 서울중앙지검에는 사건이 많다보니, 총무부 부장검사에게 부대변인 역할을 맡겨 세 명의 차장검사를 돕도록 한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자들은 구체적 수사 상황을 잘 모르는 총무부장보다는 차장검사나 담당 부장검사와의 통화를 선호할 수밖에 없어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죠.


그런데 지금 전문공보관은 이렇게 여러 명이 나눠서 해도 힘들었던 공보 업무를 혼자 전담하고 있습니다.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수사를 계기로 지난해 12월부터 시행된 법무부 훈령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 때문이죠. 각 검찰청의 전문공보관 외 검사나 수사관의 언론 접촉이 전면 금지되면서 수사 부서의 부장검사는 물론 종래 공보 업무를 맡았던 차장검사를 통한 취재도 현재는 불가능해진 상태입니다.


피의자의 인권보호 필요성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이 같은 조치가 하필 조 전 장관에 대한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일 때 전면적으로 이뤄져 과연 순수한 의도인지 의심받기도 했고, 이후 종전 같으면 포토라인에 섰을 수사 대상 거물 정치인이나 대기업 오너들이 조 전 장관의 덕(?)을 보기도 했습니다. 피의자 보호는 강화됐지만 수사결과 발표 전까지 수사 상황이 베일에 가려지게 되면서 그만큼 국민의 알권리가 제한됐다는 점 역시 부인할 수 없습니다.


새로 제정된 훈령으로 서울중앙지검의 모든 사건 공보를 전담하게 된 전문공보관은 일단 물리적인 업무량만으로도 굉장히 힘든 자리로 보이지만 현 공보관이 지난 인사에서 연임된 걸 보면 어느 정도 본인의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올해 초 추 장관이 친정부 성향으로 분류된 이성윤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시킨 이후에는 법무부와 서울중앙지검이 같은 편에서 대검과 척지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법무부와 대검 대변인, 그리고 서울중앙지검 전문공보관 사이에도 미묘한 긴장관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종전 같으면 언론 대응이라는 공통의 업무를 두고 협업관계를 유지했을 이들이 각 소속 기관이 갈등관계로 변질되면서 오히려 대변인이나 전문공보관이 취재하는 기자에게 “중앙에선 뭐라 그래요”, “대검에서 그렇게 얘기해요?”라고 반문하거나 “그건 대검에(혹은 중앙에) 물어보세요”라고 떠미는 경우도 종종 생기곤 합니다.


아무튼 확실한 건 법무부 대변인, 대검 대변인, 또 각 일선 검찰청의 전문공보관들이 법무부와 대검의 불편한 관계와 강화된 공보준칙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힘들게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대변인이나 과거 차장검사 등 공보 업무를 맡았던 대부분의 검사들이 하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대변인 시절 그렇게 기자들의 전화에 시달리며 힘들어했는데, 막상 보직이 바뀌어 전화가 뚝 끊어지면 왠지 허전하고 서운한 기분마저 든다는 겁니다. 그래서 대변인을 마치고 일선 수사 현장으로 복귀한 검사들에게 전화를 걸거나 기회가 생겨 찾아가면 그렇게 반가와 할 수가 없습니다.



여러모로 많이 힘든 상황이지만, 법무부와 검찰의 입장을 대표해 전달하는 대변인, 공보관 여러분 모두 힘내십시오. 화이팅!!




최석진 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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