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뉴럴링크, 컴퓨터 칩 뇌에 삽입한 돼지 공개
뇌-컴퓨터 의사소통 기술 첫 걸음
생명과학·정보통신 등 잠재력 크지만
기술적 난제, 윤리 문제 등 극복해야
[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인공지능(AI)은 이미 우리의 일상이 된지 오랩니다. 정부나 기업은 물론, 이제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 안에도 AI 비서 기능이 기본으로 탑재됩니다. 하지만 AI가 인간과 공존하는 것을 넘어, 아예 인간의 머릿속에서 공생한다면 어떨까요? 사람의 두뇌 속에 미세한 컴퓨터 칩을 심은 뒤, 이를 전기적으로 제어하는 겁니다.
이런 상황은 마치 공상과학 소설이나 영화에나 나올 법한 장면으로 보이지만, 사실 오래전부터 연구돼 온 과학 분야입니다. 이른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rain-Computer Interface·BCI) 기술로, 미 정부 연구기관·대학 소속 연구진은 지난 1960년대부터 우리의 뇌와 전자칩이 '의사소통'할 방법을 연구해 왔습니다.
BCI는 최근 일부 진전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미국 기업가 일론 머스크가 지난 2017년 설립한 스타트업 '뉴럴링크'는 지난 8월28일(현지시간)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컴퓨터 칩을 뇌에 심은 돼지를 공개했습니다.
이 돼지의 뇌에는 뉴럴링크가 개발한 칩 '링크 0.9'가 삽입됐습니다. 해당 칩은 돼지의 두뇌 뇌파를 수집하고, 이 정보를 다른 컴퓨터에 무선 전송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이론만으로 존재했던 BCI를 현실에 구현한 사례입니다.
머스크 CEO는 이날 방송에서 "현재는 돼지에서 컴퓨터로 일방향 정보 전송에 그치지만, 향후 더 나아가 쌍방향 전송이 가능하게 할 것"이라며 "이식된 칩에 입력된 자료에 따라 러닝머신에서 다리를 정확하게 움직이는 돼지도 기대하고 있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컴퓨터와 사람 두뇌가 서로 신호를 교환하는 쌍방향 전송이 이뤄진다면 어떤 일이 가능할까요? 생명과학, 정보통신 등 수많은 산업 분야에 접목 가능합니다.
이를테면 손상된 신경을 대신해 전자칩으로 전기 신호를 방출하는 방식으로 마비된 신체를 복구할 수 있습니다. 또 로봇 의수, 인공 근육 등을 마치 자신의 원래 신체 부위처럼 미세하게 제어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실제 머스크 CEO는 지난 8월 한 미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올해 말까지 신경 손상 환자들을 대상으로 인체 컴퓨터 칩 임상 시험을 하길 원한다"며 "신체 일부가 마비된 사람에게 로봇 관절을 이식해 생각만으로도 조종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기존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를 이용해 실행하던 다양한 기능을 보다 손쉽게 조작하는 게 가능할 겁니다. 예를 들어 생각만으로 백과사전 정보를 검색하거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뇌로 실행시키는 경험을 실현할 수 있습니다.
기술이 더욱 발전하면 방대한 컴퓨터 데이터를 뇌와 직접 연결함으로써 인간의 인지·기억 능력을 확장하는 것도 가능해질 전망입니다. 인간의 지능 자체를 강화해 일종의 초인으로 만드는 셈입니다.
다만 BCI의 상용화까지는 아직 먼 길이 남아 있습니다. 우선 사람의 뇌에 인공물을 심는 것은 생명을 해칠 위험이 있습니다. 특히 무선연결 방식인 뉴럴링크의 임플란트는 뇌에 여러 전극을 삽입해야 하는데, 기계 장치에 문제가 생겨 제거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면 매우 위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뇌와 컴퓨터 간 정확한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겁니다. 신체 기관인 뇌가 보내는 신호를 컴퓨터가 정확히 해석하려면, 컴퓨터 알고리즘뿐 아니라 뇌과학 분야에도 능통해야 합니다. 그러나 현대 뇌과학은 아직 인간의 뇌를 10% 남짓한 부분밖에 밝혀내지 못한 상황입니다.
윤리적 문제도 제기될 수 있습니다. 이미 미국 일부 기업들은 지난해 직원들의 피부에 미세한 칩을 삽입해 생체 정보를 감시하는 일을 벌여 거센 비판에 직면한 바 있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미국 미시간주 하원은 지난 1월 회사가 노동자를 고용할 때 전자 칩 임플란트를 강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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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상황에서 만일 BCI가 상용화되면 기업은 노동자에 대해 더욱 세밀한 통제권을 손에 넣게 되는 셈입니다. 검증 안된 기술을 도입하려고 서두르기 보다는, 안전 규제 등 사회적 고민이 우선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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