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배달하던 가장, 역주행 벤츠에 참변…靑 청원 30만명 돌파
올해 상반기 교통사고 사망 10% 감소…오토바이 사망자는 증가
[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최근 코로나19로 배달 서비스가 증가하면서 오토바이 등 이륜차 사고가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오토바이의 경우, 다른 차종과 달리 운전자 신체가 외부로 노출되기 때문에 치사율이 높다는 데 있다. 일각에서는 '빨리빨리'를 요구하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배달원들이 신속 배달을 하다 이 같은 사달이 일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 야식 배달하다 '음주 역주행' 차에 치인 50대 배달원 숨져
1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9월9일 01시경 을왕리 음주운전 역주행으로 참변을 당한 50대 가장의 딸입니다'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해당 청원은 11일 오전 11시 30분기준 31만2300명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해당 사건은 지난 9일 오전 0시55분께 인천시 중구 을왕동의 편도 2차로에서 술에 취해 자신의 벤츠 차량을 몰던 A씨가 중앙선을 넘은 뒤 마주 오던 오토바이를 들이받은 사고에 대한 청원이다.
이 사고로 치킨을 배달 중이던 50대 남성 B씨가 숨졌으며,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을 넘는 0.08% 수치로 전해졌다. 경찰은 사고를 낸 A씨에게 윤창호법을 적용하기로 했다.
1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9월9일 01시경 을왕리 음주운전 역주행으로 참변을 당한 50대 가장의 딸입니다'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자신을 B씨의 딸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지난 새벽 저희 아버지는 평소처럼 치킨 배달을 하러 가셨다. 그날따라 저녁부터 주문이 많아서 저녁도 못 드시고 마지막 배달이라고 하고 가셨다"며 "배달을 간 지 오래됐는데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를 찾으러 저희 어머니는 가게 문을 닫고 나섰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그 순간 119가 지나갔고 설마 하는 마음에 저희 가게에서 2km 근방에서 저희 오토바이가 덩그러니 있는 것을 발견했다"면서 아버지는 결국 숨졌다고 전했다.
특히, 청원인은 "사고 목격담을 확인하니 중앙선에 시체가 쓰러져있는데 가해자는 술이 취한 와중에 119보다 변호사를 찾았다고 하고, 동승자는 바지 벨트가 풀어진 상태였다고 하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끝으로 그는 "저희 아빠는 본인 가게니까 책임감 때문에 배달하셨다"며 "배달 알바를 쓰면 친절하게 배달 못 한다고 본인이 갖다 줘야 한다고 했다. 가게 시작 후 직접 배달했다. 일평생 단 한 번도 열심히 안 사신 적이 없다"며 경찰의 엄중한 수사를 촉구했다.
◆ 배달 수요 폭증에 이륜차 사고도 급증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배달 서비스가 증가하면서 오토바이 등 이륜차 사고 사망자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늘어난 주문량을 소화하기 위해 배달 오토바이 운전자들이 속도와 신호를 위반하는 등 무리해서 운전을 하다 보니 사고까지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자신을 배달 노동자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고객들의 독촉 전화를 많이 받고, 거기에 정신이 팔리다 보니 안전 운전이 잘되지 않는다"면서 "또 수익을 위해선 배달을 많이 해야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과속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문제는 오토바이는 자동차와 달리 넘어지거나 뒤집히기 쉽고 신체가 노출된 구조라 사고가 나면 중상 위험이 높다는 데 있다.
지난 8일에도 강원도 춘천에서 배달 오토바이와 승합차가 충돌해 20대 배달원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는가 하면, 지난달 28일 광주 서구 치평동 한 편도 4차선 도로에서 20대 배달원이 몰던 오토바이와 마주 보고 달리던 승합차가 충돌해 배달원이 숨지는 사건이 있었다.
이처럼 이륜차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는 늘어나고 있다. 경찰청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교통사고 사망자가 전년 동기(1621명)에 비해 10.0% 감소한 가운데 오토바이 등 이륜차 사고 사망자 수는 전년(233명)에 비해 13.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19 여파로 배달 주문이 늘어난 영향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 "배달 늦다" 등 배달독촉 자제해야
일각에서는 배달원들의 사고가 고객들의 '배달 독촉'과 연관된다고 지적했다. 배달앱 등에서도 '배달이 늦다', '한 시간 넘게 걸린다' 등의 리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특히, 이 같은 지적들은 음식점의 낮은 별점 평가로 이어질 수 있어 배달원들의 부담감이 더 크다.
지난해에는 한 순댓국집 사장이 배달대행 기사들에게 20분 안에 배달을 완수하라는 배달 지침을 내려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당시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순댓국집 사장이 배달대행기사들에게 쓴 공지'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 따르면 사장은 안내문을 통해 배달 대행기사에게 몇 가지 준수사항을 고지했다. 배달 오더를 받는 즉시 10분 안에 가맹점으로 찾아와 음식을 받고, 10분 안으로 손님에게 전달하라는 내용이다.
사장은 "비나 눈이 오는 날은 5분 추가해 25분 안으로 배달을 완료하라"며 "그래도 빨리해주면 더 좋다"고 했다. 그러면서 "총 20분 안으로 배달 못 할 거면 배달 일하지를 말라"며 "배달은 무조건 신속하게 해야 한다"고 신속배달을 강조했다.
당시 일부 누리꾼들은 이 같은 지침이 '갑질'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20분 안팎으로 배달을 마치려면 신호를 위반하고 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누리꾼은 "10분이면 목숨 걸고 과속해야 한다"며 "배달하는 사람이 있어야 순댓국집도 돌아가는 건데, 배달하는 사람에게 갑질해도 되겠냐"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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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전문가는 보호장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민경진 교통사고종합분석센터장은 "배달문화 확산과 함께 관련 이륜차사고의 위험 또한 증가했다"며 "이륜차 탑승자는 사고발생 시 심각한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보호장구를 꼭 착용하고 교통법규를 준수해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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