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해고마저 양극화 양상
고용 회복세 속에서 영구 해고
200만명 내년 일자리 못 찾을 듯
소득 양극화로 이어져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정현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미국 내 일시 해고된 노동자 가운데 4분의 1은 고용시장에 아예 복귀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일시 해고된 노동자들이 일터로 복귀하지 못할 경우 코로나19가 소득불평등을 확대할 것이라는 우려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의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일시 해고된 미국 노동자 920만명 가운데 200만명은 내년에도 일자리를 찾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봉쇄정책이 풀린 뒤 경제활동이 재개되면서 일시 해고된 인력들이 빠른 속도로 노동시장에 복귀하고 있지만 7월 이후 회복 속도가 더뎌지고 있다고 골드만삭스는 봤다.
이 같은 전망은 경제 회복과 고용 회복 흐름 속에서도 코로나19의 충격이 고용시장을 뒤흔들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지 않는 한 고용시장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조지프 브릭스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는 "7월 일시해고자들의 재취업 전망이 나빠지는 등 다른 움직임이 감지된다"고 분석했다.
고용시장 복귀가 어려워질수록 소득불평등은 한층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유지될 수 있는 일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소득 수준이 높고 재택근무가 가능한 사무직은 별다른 타격이 없었다. 지난 6월 중국에서 진행된 5000가구 이상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소득이 연 30만위안(약 5148만원) 이상인 가구의 지난 2분기 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다. 반면 연 소득 수준이 5만위안 이하인 가구의 감소폭은 최대를 기록했다.
소득뿐 아니라 자산 측면에서도 불균형은 심화됐다. 고용이 불안한 저소득층은 상대적으로 보유한 자산이 적지만, 고소득층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자산가치 급등을 경험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어 금 등 안전자산 가격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가 부(富)를 더욱 축적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저축도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가 최근 내놓은 '팬데믹 주도의 불평등 결과'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을 기준으로 미국 소비자를 3개 그룹으로 나누었을 때 고소득 소비자의 신용ㆍ체크카드 사용액은 1월 대비 4월에 40% 가까이 떨어졌다. 이는 감소폭이 30%가량인 저소득층에 비해 10%포인트 가까이 컸다. 고소득층이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여행이나 외식과 같은 여유 소비를 줄여 감소폭이 더 컸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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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페인 옥스퍼드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저소득층의 경우 소득이 줄면 그만큼 소비를 줄이거나 소비는 유지하되 부채를 늘릴 수 있다"면서 이들의 소비는 대부분 생활에 필요한 것인 만큼 후자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저소득층은 당장 생필품 구매를 줄일 수 없어 대출을 받아서라도 구매하게 된다는 의미다. 결국 부채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고소득층이 미래 불확실성에 대비해 저축을 늘릴 수 있는 여력이 많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소득 격차는 더욱 벌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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