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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Stage] 무대로 간 학교 '싹쓰리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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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학교를 배경으로 한 공연들이 쏟아지고 있다. 뮤지컬 '베어 더 뮤지컬'과 연극 '어나더 컨트리',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은 모두 극중 주인공이 10대 고등학생이다. 하지만 극에서 그려지는 10대들의 성격과 모습은 천양지차다.


세 작품은 각기 다른 뚜렷한 색깔로 재미를 준다. '베어 더 뮤지컬'에서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10대들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어나더 컨트리'는 학생들이 담아내는 고민의 무게감이,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은 배후에 숨어있던 빌런의 등장으로 파생되는 긴장감이 매력적인 작품이다.

[On Stage] 무대로 간 학교 '싹쓰리 청춘' 뮤지컬 '베어 더 뮤지컬' 공연 사진 [사진= KG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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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 더 뮤지컬= '베어 더 뮤지컬'에는 세 작품 가운데 가장 철이 없는 학생들이 등장한다. 이들이 일으키는 사건과는 별개로 인물들의 성격 면에서 가장 현실적인 고등학생의 모습을 그린다.


공간적 배경인 '성 세실리아' 기숙학교는 보수적인 카톨릭계 고등학교다. 무대 중앙에 높다랗게 설치된 커다란 십자가가 이를 상징한다. 하지만 십자가가 너무 높아 학생들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덕분에 학생들은 스스럼 없이 일탈을 저지른다. 억압의 상징일 수도 있는 십자가 앞에서 학생들이 저지르는 일탈은 묘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다만 보수적인 관점에서 불경스럽다고 여겨질 수 있는 장면들이 더러 있다. 남자 주인공 제이슨은 성격, 외모, 학업 등 모든 면에서 완벽한 모범생이다. 하지만 다른 남자 주인공 피터와 사랑하는 사이다. 여주인공 아이비의 생일날 파티 장면은 꽤 도발적이다. 파티장은 여성 속옷을 이어 달아 꾸며지고 무엇보다 앙증맞은 남성 성기 모양의 장식품이 무대 중앙에 등장해 눈길을 사로잡는다.


극은 제이슨과의 하룻밤 불장난으로 아이비가 임신을 하면서 소용돌이치고 모든 사건의 원인 제공자인 제이슨을 응징하면서 막을 내린다. 제이슨은 극 중간 신부 앞에서 고해성사를 하며 자신의 괴로움을 토로하기도 한다. 몇몇 장면들이 불편했던 관객들 입장에서는 제이슨이 고해성사를 하고 응징을 받는 장면에서 다소나마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베어 더 뮤지컬'은 굉장히 영악한 극이기도 하다. 다만 극이 다소 무책임하게 마무리되는 면이 없잖아 있다. 제이슨 때문에 상처를 입은 아이비와 피터를 그대로 남겨두기 때문이다. 사고친 뒤 수습 못하고 도망친 10대처럼 극이 마무리되는 느낌이다.

[On Stage] 무대로 간 학교 '싹쓰리 청춘' 연극 '어나더 컨트리' 공연 장면 [사진= 페이지원 제공]

◆어나더 컨트리= '어나더 컨트리'에서는 대견하면서도 한편으로 징그러운 학생들이 등장한다. 공간적 배경은 1930년대 영국의 명문 공립학교의 기숙사 '개스코인'. 학생들이 토로하는 고민의 무게가 사뭇 다르다.극은 조국 영국을 떠나 소련으로 망명한 인물 '토미 저드'의 고백에서 시작한다. 저드는 1930년대 영국이 얼마나 혼란스러웠는지 아느냐며 그래서 자신은 조국을 버릴 수 밖에 없었다고 항변한다.


학생들이 나누는 대화에서는 명예, 변절, 권위, 민주주의, 부르주아 등 고등학생들이 말하기에는 다소 무거운 용어들이 잇달아 등장한다. 명문의 전통을 지키기 위해 규율이 강조되고 선후배 문화는 군대와 다름없다. 학생회 '트웬티투'와 선도부 '프리펙트'는 전통을 지킨다는 명분 아래 학생들을 통제한다. 그나마 트웬티투는 학생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려 하지만 프리펙트는 오로지 규율만 강조한다. 오늘날에도 흔히 볼 수 있는 사회구조를 투영한 셈이다.


마르크스주의를 열망하는 저드는 억압적인 규율의 불합리성에 대해 계속 지적하는 인물이다. 저드가 문제를 제기하면서 벌어지는 논쟁들은 오늘날 우리가 어떤 가치를 지향해야 하느냐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다. 그래서 극 중 학생들의 모습은 대견스럽다. 하지만 정치적인 학교 구조 속에서 학생들은 정치적인 모습을 보인다. 부유층 자제들만 모여 있다 보니 어렸을 때부터 인맥을 쌓으려 애쓰는 모습을 보이고 정치적 실리를 따져 이합집산한다.

[On Stage] 무대로 간 학교 '싹쓰리 청춘' 연극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 ' 공연 장면 [사진= 아이엠컬처 제공]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 세 극 중 가장 끔찍한 학생들이 등장한다. 세 작품 중 유일하게 공간적 배경이 교내가 아니다. 사건은 엘레나 세르게예브나 선생님의 집에서 벌어진다. 공간적 배경 자체가 학생들이 이미 학교의 통제를 벗어나 있음을, 또 학생들이 기존 권위에 침범하고 있음을 상징한다.


극의 시작은 더할 나위 없이 밝다. 엘레나 선생님이 생일을 외롭게 홀로 보내던 중 학생 네 명이 생일케익을 들고 선생님을 찾아온다. 즐겁고 흥겨운 분위기가 이어진다. 하지만 선생님이 제자들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러 부엌에 들어가는 순간 학생들의 본색이 드러낸다. 선생님이라는 호칭은 '저 여자'로 바뀌고 학생들은 어떻게 해야 저 여자를 자신들의 의도대로 조종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학생들의 목표는 시험 답안지가 있는 학교 금고 열쇠를 받아내는 것. 시험 성적을 고쳐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서다. 학생들이 선생님에게 준 선물도 목적 달성을 위한 뇌물이며 엘레나 선생님을 옭아매기 위한 덫임이 곧 드러난다.


네 학생 중 '발로쟈'는 악의 상징이다. 그는 다른 학생들과 달리 굳이 시험 성적을 고칠 이유가 없다. 그는 선생님으로부터 열쇠를 받아내는 것을 일종의 게임으로 여긴다. 그러면서도 목표 달성을 위해 어떤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영화 배트맨의 '조커' 같은 인물이다. 발로쟈는 배후에 숨어있다 다른 학생들이 주저할 때 본색을 드러내면서 극의 긴장감을 높인다. 결국 엘레나 선생님은 학생들을 인간 이하로 취급하며 그런 제자들을 가르친 자신에게서 깊은 절망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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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 더 뮤지컬은 8월23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어나더 컨트리도 8월23일까지 대학로 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 스콘1관에서,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은 9월6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한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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