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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의 영화읽기]물빛·물결로 전하는 '브랜드 뉴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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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애니메이션 영화 '너와 파도를 탈 수 있다면'

[이종길의 영화읽기]물빛·물결로 전하는 '브랜드 뉴 스토리' 영화 '너와 파도를 탈 수 있다면'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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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바라보고 있는/수면은 선명하게 반짝이고/조금씩 색을 바꾸면서/계속 빛나고 있어/때때로 운명은/시험하는 듯 길을 가리키고/우리는 서 있기만 하네/하지만 그 아픔을 넘어선다면/그래, 맞아 눈을 뜬 그 순간/시작될 거야 아주 새로운 이야기가/그 발이 내디딘 한 걸음으로/너의 길을 열어가자/약속의 장소에 가기 위해서."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너와 파도를 탈 수 있다면'은 현지 댄스ㆍ보컬 그룹 에그자일(EXILE)의 노래 '브랜드 뉴 스토리(Brand New Story)'를 수차례 들려준다. 냉혹한 현실에 부딪힌 젊은이들의 꿈과 이상을 응원하기 위해서다.


얼핏 보면 평범한 로맨스물 같다. 불투명한 미래를 두려워하는 대학생 히나코 무카이미즈(가와에이 리나 목소리)와 정의감 넘치는 소방관 미나토 히나게시(가타요세 료타 목소리). 영원할 것 같았던 연인의 사랑은 미나토가 인명을 구조하다 파도에 휩쓸리면서 물거품처럼 사라진다. 홀로 남은 히나코는 슬픔에 잠겨 멍하니 허공만 바라본다.


[이종길의 영화읽기]물빛·물결로 전하는 '브랜드 뉴 스토리' 영화 '너와 파도를 탈 수 있다면' 스틸 컷


애잔한 정서로 귀결될 것 같았던 이야기는 물의 순수한 면이 조명되면서 판타지 성장물로 변한다. 히나코가 화장실에서 '브랜드 뉴 스토리'를 흥얼거리자 세면대 물줄기 속에서 미나토가 나타난다. 물만 있으면 어디서든 '브랜드 뉴 스토리'를 불러 미나토를 만날 수 있다. 강가에서도, 물병에서도, 빗줄기에서도….


감독 유아사 마사아키는 물의 세계를 자주 그린다. 대표 작품은 '새벽을 알리는 루의 노래(2017).' 부모의 이혼으로 쇠퇴한 항구도시에 이사 온 카이(시모다 쇼타 목소리)가 자기 노래를 듣고 나타난 사랑스러운 인어 루(다니 카논 목소리)와 만나 굳게 닫힌 마음을 여는 이야기다.


물은 카이 등 주요 등장인물들의 감정 전달에서 큰 역할을 한다. 유아사 감독은 정해진 형태가 없는 물의 속성을 최대한 활용한다. 왜곡되고 과장된 작화를 과감하게 나열해 인물의 감정을 세밀하고 선명하게 드러낸다.


[이종길의 영화읽기]물빛·물결로 전하는 '브랜드 뉴 스토리' 영화 '너와 파도를 탈 수 있다면' 스틸 컷


물빛도 다채롭게 채색한다. 에메랄드빛으로 설렘과 호기심을 부각하고, 짙은 녹색으로 공포와 슬픔을 조성한다. 물결을 노랗게 물들여 따뜻하고 순수한 화합도 가리킨다. 영화의 주제인 인간과 자연의 공존이다. 블루 아워(해뜰녘과 해질녘의 박명이 지는 시간대)를 현실과 환상이 뒤섞이는 세계로 조성해 삶과 죽음의 경계조차 허물어버린다.


물에 담긴 짙은 개성은 '너와 파도를 탈 수 있다면'에서도 돋보인다. 유아사 감독은 크게 일어 해변을 때리는 파도를 황금빛으로 그려 미나토의 희생을 부각한다. 아울러 물웅덩이와 파도를 우중충한 빛깔로 덧칠해 히나코의 그리움과 슬픔을 강조한다. 그 색깔은 미나토가 투영되면서 맑고 투명해진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매개이자 불확실한 미래를 가리키는 상징으로 대두된다.


"와사비 가와무라(이토 겐타로 목소리)가. " "그 녀석이 왜?" "나를 좋아한대." "그래서, 너는?" "나는 미나토 너를…." "난 너하고 손을 잡을 수도 없어. 안을 수도 없고. 키스도 못 해. 와사비는 좋은 사람이야. 솔직하고 다정하고." "왜 그런 말을 해? 난 이대로가 좋아. 노래하면 만날 수 있고, 손 못 잡아도 껴안지 못해도 늘 함께 있을 거잖아?" "내 말 들어. 새 파도는 끊임없이 오게 돼 있어. 좋은 파도가 아닐 때는 그냥 보낼 때도 있지만, 물속에 숨어만 있으면 파도를 탈 수 없게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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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의 영화읽기]물빛·물결로 전하는 '브랜드 뉴 스토리' 영화 '너와 파도를 탈 수 있다면' 스틸 컷


미나토에게 서핑을 가르쳐준 사람은 다름 아닌 히나코였다. 서핑은 파도 타는 느낌으로 보드를 움직여야 하는 운동. 물의 흐름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 히나코는 그걸 알면서도 시간을 거슬러 정체된다. 하지만 미나토와 재회하면서 현실을 직시한다. 다시 보드에 오를 용기를 얻는다. 다음 파도가 거센 숨결로 밀려와도 상관없다는 눈치다. 물결이 때마다 다르게 넘실대는 걸 알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처럼….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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