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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독서] 커피 마시듯 읽는 발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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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국립발레단 주역 김순정 교수 "발레는 인간 속 내재돼 있는 이야기"
줄거리·인물·개인적 해석·경험 담아 가장 오래된 '라 실피드' 등 25개 작품 소개

[기자의 독서] 커피 마시듯 읽는 발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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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김순정 성신여대 무용예술학과 교수(60)는 1980년대 국립발레단의 주역 발레리나였다. 1983년 국립발레단에 입단해 이듬해 '백조의 호수' 전막 공연에서 주역을 맡아 백조 '오데뜨'와 흑조 '오딜' 1인 2역으로 연기했다. 1986년에는 국립발레단의 창작 발레 '춘향의 사랑'에서 주역 '춘향'을 맡았다. 1987년 국립발레단이 '노틀담의 꼽추'를 초연할 때 주인공 '에스메랄다'로 5회 공연했다. 1997년 국립발레단이 10년 만에 '노틀담의 꼽추'를 재공연했을 때 김순정 교수는 에스메랄다의 어머니 '아그네스' 역으로 출연했다. 이때 딸 에스메랄다를 연기한 발레리나가 강수진 현 국립발레단 단장과 국립발레단 수석 무용수를 지내고 지난해 퇴단한 김지영 현 경희대 무용학부 교수였다.


김순정 교수가 최근 '김순정의 발레 인사이트'를 출간했다. 김순정 교수를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우리나라의 경우 발레를 아주 어렵게 접근해 걱정된다"며 "발레에 대한 이야기를 쉽게 소통하고 싶어 책을 썼다"고 했다.


책에는 현존하는 발레 작품 가운데 가장 오래된 '라 실피드'에서부터 25개 발레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각 작품에 대한 백과사전식 설명은 지양했다. 김순정 교수는 "체험에서 나오는, 숨결이 느껴지는 글을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


줄거리를 중심으로 설명한 작품이 있다. 작품의 역사 또는 중요 배역의 무용수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작품을 설명한 글도 있다. 김순정 교수가 출연한 경험과 당시 느낀 생각을 바탕으로 작품에 대한 나름의 해석이 담긴 글도 많다. 틀을 정해서 썼다기보다 작품과 관련해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편하게 풀어놓은 느낌이다. 그래서 술술 읽힌다.


김순정 교수는 한달음에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기를 바랐다. "깊이 있는 책을 읽다가 머리 아플 때 읽으면 좋은 책, 커피 마시듯 읽을 수 있는 책이었으면 좋겠다."


누구나 편하고 쉽게 발레를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자기 이야기도 많이 집어넣었다. "내 이야기를 넣으니 부끄럽기도 해 빼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인터넷에서 건조하게 발레 작품을 설명하는 글과 다른 게 무엇일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하면 안 읽히겠다 싶었다."


김순정 교수는 1987~1989년 영국으로 유학을 다녀온 뒤 1990년 국립발레단에 재입단했다. 그리고 이듬해 '돈키호테'의 키트리 역을 끝으로 국립발레단에서 퇴단했다. 이후 청주대와 동덕여대에서 후학을 양성하다 1999년 다시 러시아로 유학갔다. 발레 교수법을 배우기 위해서였다.


러시아 모스크바의 중고서점에서 발레에 관한 방대한 저술을 확인하니 놀라움과 부러움이 교차했다. 당시 스승인 임성남 선생님에 대한 기록까지 찾을 수 있을 정도로 러시아의 발레 자료는 방대했다. 임성남은 일본에서 발레를 배우고 1956년 귀국한 뒤 초대 국립발레단 단장으로 국내 발레 발전에 이바지한 주인공이다. 그는 김순정 교수의 예원학교 시절 부장 선생님이기도 했다.


"임성남 선생님이 발레를 배워 오고 1990년 한국ㆍ러시아 수교 후 우리나라 무용수들이 러시아에 진출해 본격적으로 발레를 배우면서 우리나라 발레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지금은 세계적인 발레단에서 활동하는 무용수도 많고 대단한 성과를 이뤄냈다. 하지만 이제는 발레의 외향적인 면만이 아니라 발레가 지닌 풍부한 정신적·문화적 자산에 대한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 지금부터가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기자의 독서] 커피 마시듯 읽는 발레 이야기

김순정 교수는 발레란 결국 '이야기'라 쉽게 접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래전부터 전해져 오는 동화와 그 속의 캐릭터들이 발레 안에 녹아 있다. 그 이야기를 전달해주는 도구로 발레만큼 효과적인 게 없다. 무용수의 몸을 먼저 생각하고 고통스러워야 발레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인간 속에 내재돼 있는 이야기들을 보여주는 것이 발레다. 발레 안에는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발레의 기술적인 면만을 보여줄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다양한 시각에서 발레를 볼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발레를 통해 인문학적인 부분도 충족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줘야 한다."


김순정 교수는 여전히 무대에 오르는 현역 발레리나다. 다음 달에는 후배가 준비 중인 '레 미제라블' 공연에서 여관 안주인 역으로 출연할 예정이다. 그는 전과 다른 역할로 여전히 발레를 배운다. 김순정 교수는 2003년 '지젤'에서 남자 주역 알브레히트의 약혼녀 '바틸드' 공주 역으로 무대에 올랐다.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 단장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지젤'에서 늘 주인공 지젤 역만 하던 그에게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무대에서 바틸드가 돼 지젤을 바라보니 '지젤'이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김순정 교수는 또 영원한 현역을 꿈꾼다. 책에서 그는 '호두까기 인형'에 대해 설명하면서 러시아의 전설적인 발레리나 마야 플리세츠카야를 언급한다. 김순정 교수는 러시아 유학 시절 모스크바에서 70세가 훌쩍 넘은 플리세츠카야의 춤을 보기도 했다. 그는 플리세츠카야의 죽음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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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리세츠카야는 2015년 90세 기념 갈라 콘서트를 준비하다 행복하게(?)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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