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방지 위해 무관중 경기 진행
관중석 성인용품 추정 마네킹 세워 논란
FC 서울 측 "세세히 파악 못해 죄송" 사과
영국 더 선 비롯 외신 '성인용 인형' 사건 보도
전문가 "성인지 감수성 필요"
[아시아경제 김수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무관중 경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FC 서울 구단이 성인용품인 리얼돌을 관중석에 올려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구단 측은 즉각 사과했지만, 어린이·청소년 등 누구나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경기에, 리얼돌을 동원했다는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17일 경기 중 관중석에 놓여진 리얼돌을 보면 양손을 번쩍 들어 `FC 서울` 피켓을 들고 있다. 붉은색 재킷을 입고 있는 인형이 있는가 하면, 딱 붙는 바지를 입은 인형도 있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각종 온라인커뮤니티 등에서는 "비이상적인 크기의 가슴을 부각한 리얼돌을 마네킹으로 세우다니 제정신인가?", "공공장소에 성인용품 전시 부적절하다" 등 비판이 이어졌다.
한 네티즌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응원 문구만 문제가 아니다"라며 "논란 터지기 전까지 마네킹을 설치하면서 무엇이 문제인지 전혀 몰랐다는 게 말이 되냐"라고 지적했다.
이어 "의도가 너무 뻔해서 역겨울 정도"라면서 "무관중이라고는 하나 공공장소이고 전 연령이 즐기는 경기에서 저런 마네킹을 쓴 것 자체가 문제다"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누리꾼도 "백번 양보해서 몰랐다 쳐도 경기 전에 분명 관리 차원에서 (관중석을) 봤을 것"이라며 "설치되고 이상한 점을 아무도 못 느낀 거냐. 솔직히 여성 가슴만 부각한 마네킹이었는데 보고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야 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걸 재밌는 이벤트로 내세운 것도 문제다. 책임자가 나와서 제대로 해명하라"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FC서울 마케팅팀은 이날 경기를 마친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응원 문구를 확인하지 못한 저희의 불찰이다. 해프닝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패션 쪽에 마네킹을 제공하는 업체에서 설치를 했는데, 해당 업체가 마네킹 개수가 부족하자 과거 BJ를 관리하는 매니지먼트사에서 제공받은 샘플을 경기장에 설치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후 FC 서울 측은 18일 구단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재차 사과하기도 했다.
FC서울은 "17일 경기 때 설치했던 응원 마네킹과 관련, 팬 여러분들께 사과드린다. 깊은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라며 "이날 설치된 마네킹은 우려하시는 성인용품과는 전혀 연관이 없는 제품들이라고 처음부터 확인했다. 다만 설치 마네킹 중 기납품 했던 마네킹을 되돌려 받고 설치하는 과정에서 성인 제품과 관련이 있는 회사와 특정 BJ의 이름이 들어간 응원 문구가 노출됐다. 세세하게 파악하지 못했고 변명 없이 저희의 불찰이다"라고 사과했다.
이어 "향후 이 문제에 대해 좀 더 다양한 진단과 검토를 거친 후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할지 고민하겠다"라며 "더불어 향후 재발 방지에 대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겠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구단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파문은 지속해서 커지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더 선(The Sun) 등 외신은 17일(현지시간) 서울 상암월드컵 경기장의 무관중 경기장에 놓여 있던 마네킹들을 언급하며 "'현지 성인용품점 홍보를 위한 성인용 인형'으로 밝혀졌다. FC서울이 이에 사과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포르투갈의 마이스푸트볼, 그리스 에스노스, 루마니아의 디지스포트 등 해외 매체들도 객석에 등장한 '리얼돌' 소식을 전했다.
앞서 지난해 6월에는 리얼돌 수입을 보류한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는 대법원판결이 나와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판결로 인해 리얼돌 수입 허용 판결을 규탄하는 시위가 벌어지는가 하면, 리얼돌 수입 금지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잇따라 게시되는 등 해당 판결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컸다.
특히 여성 연예인, 지인 심지어는 아동의 모습을 본뜬 리얼돌이 제작될 수 있어,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나왔다.
지난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리얼돌 수입 및 판매를 금지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 글은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기도 했다.
당시 청원인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여성의 신체적 특징을 그대로 떠 만든 마네킹과 비슷한 성인기구"라며 "머리 스타일뿐만 아니라 점의 위치, 심지어 원하는 얼굴로 커스텀제작도 할 수 있다고 한다"라고 적었다.
이어 "한국에선 실제로 연예인이나 지인의 얼굴과 음란 사진을 합성해 인터넷에 게시하는 행태가 벌어지고 있다"며 "리얼돌도 안 그러리란 보장은 없다. 본인도 모르게 본인의 얼굴이 리얼돌이 된다면 정신적 충격은 누가 책임져 주나"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는 이같은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성인지 감수성 교육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건정 여성가족부 여성정책국장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 발생했다"라면서 FC서울 측에서 마네킹이 설치되는 시간 동안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과 관련해서는 "관계자들이 미리 사전조치를 취하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상의 구석구석에서 얼마나 성인지 감수성이 필요한 일인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준 사건이었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김수완 기자 su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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