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도 의외로 자주 등장하는 녀석이 바로 술이다. 요즘처럼 밖에 나가기 애매한 날에는 그냥 집에서 술과 함께 책을 읽어보자. 마시면서 주인공이 된 기분은 덤이고, 어떤 맛인지 알고나면 책에 대한 몰입도가 더 높아진다. 정확히 책 속 어떤 부분에서 내가 마시고 있는 술이 등장하는 지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상실의 시대> - 보드카 토닉
하루키는 책에 술을 많이 언급하는 저자로 유명하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소개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이미 너무 유명하지만, 그래도 소개를 한다면 일본 작가로 『1Q84』, 『해변의 카프카』 등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를 집필했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는 『상실의 시대』 (원제 : 노르웨이의 숲)에는 이 술이 나온다. 주인공과 친구가 학교 수업이 끝난 뒤, 바에 들려 사는게 괴롭다는 이야기를 나누며 마시는 바로 보드카 토닉이다. 주인공이 항상 바에서 마시는 이 술은 보드카와 토닉 워터를 더한 것. '스미노프 레드'가 들어간 이 칵테일은 대학생인 주인공들에게도 부담 없는 가격에 맛있게 즐길 수 있을 듯!
<아무튼, 술> - 샤또 페트리스
제목에서부터 술이 등장한다. 아무튼 시리즈의 20번째 이야기로, 술을 말도 안되게 좋아해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작가는 수능 백일주로 시작해 술과 함께 익어온 인생에 대한 내용을 글로 풀었다. 많은 술들이 이 책에 등장하는데, 가장 인상 깊었던 술은 '샤또 페트뤼스'. 이 와인은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결혼식에 소개된 후로 유명해졌는데, 연간 5만병 정도 생산되는 300만원짜리 와인이다. (더 비쌀 때도 있다는 사실) 저자는 이 와인을 맛 본 뒤로 밥을 굶으면서까지 비싼 와인을 마셨다는데, 에디터도 그 맛이 궁금해진다.
<위대한 개츠비>- 진 리키/민트쥴렙
F. 스콧 피츠 제럴드 <위대한 개츠비>에도 칵테일이 등장한다. 하나도 아니고 무려 두 개나! 먼저, 진 리키(Gin Rickey)가 나온다. 이 칵테일은 데이지와 그의 남편 톰, 그리고 개츠비가 모여 불편한 긴장감이 고조될 때 등장한다. 가뜩이나 날도 덥고 갈등도 있는 상황에서 이 열기를 식혀야겠다는 제안에 톰이 만들어 온 칵테일이다. 다른 하나는 민트 쥴렙(Mint Julep). 극중 여주인공인 데이지가 마시자고 제안한 술로, 그의 고향으로 나오는 켄터키에서 대중적인 술이다. 어렸을 적 즐겨마셨던 기억이 떠올리며 제안한 장면에서 등장한다. 두가지 술 모두 더운 날씨와 갈등으로 인한 열기를 식히고 싶은 마음으로 표현되었다.
<롤리타> - 파인애플&진
나보코프의 『롤리타』에서 주인공 험버트가 즐겨 마시던 칵테일이다. 주인공은 자신이 애정을 가진 것들에 대해서 애칭을 붙이는 습관이 있다. 그래서 롤리타를 '로'라고 부르는데, 즐겨마시던 진과 파인애플 주스를 섞은 칵테일에도 이름을 붙여준다. 파인애플의 앞 글자를 따서 '핀'이라는 애칭을 붙여준다. 논란이 많은 소설이지만, 칵테일은 죄가 없다. 정확히 어떤 칵테일인지는 몰라도, 파인애플 주스와 진, 페퍼민트 리큐어가 들어간 '어라운드 더 월드'라는 칵테일과 가장 비슷하지 않을까?
반윤선 에디터 yxxx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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