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도 발행…1주간 1700억 유동성 마련
중공업·건설 지원으로 재무부담 가중
[아시아경제 임정수 기자] 두산그룹의 실질적 지주사인 두산이 전자사업부(전자BG)의 장래매출채권을 유동화해 950억원을 마련했다. 또 회사채 750억원어치를 발행해 총 17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한다. 두산중공업과 두산건설 등 계열사에 대한 잇따른 재무적 지원으로 자금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3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두산은 KB증권 주관으로 특수목적법인(SPC) '디페이제이차'를 만들어 950억원을 조달했다. 두산의 전자BG가 인쇄회로용동막적층판(PCB기판) 등을 공급하고 향후 3년간 받게 될 매출채권을 담보로 활용했다.
이번 자금조달은 두산이 매출채권을 특수목적법인(SPC)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매출채권을 은행 신탁에 맡긴 대가로 받는 수익권을 디페이제이차에 넘기고, 디페이제이차는 두산에서 인수한 신탁수익권을 다른 SPC에 담보로 제공하고 자금을 빌리는 방식이다. 돈을 빌리는 명목상 차주는 디페이제이차이지만, 실제로 자금을 확보하는 주체는 두산이 되는 셈이다.
두산은 디페이제이차를 앞세우는 대신에 우발채무 부담을 졌다. 디페이이차가 원리금을 적기에 상환하지 못하면 두산이 부족한 자금을 보충해 주거나, 채무를 인수하기로 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이러한 방법으로 두산은 부채비율이나 차입금을 늘리지 않으면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두산 전자BG는 반도체 인쇄회로기판(PCB)을 대덕전자 등에 공급한다. 또 계열사인 듀산퓨얼셀에 연료전지부품, IT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두산은 지난해 분할한 두산퓨얼셀에 올해 466억원 규모의 제품과 용역을 공급하기로 한 상태다. 이를 포함한 전자BG의 연간 매출은 6000억원 내외다.
IB업계 관계자는 "전자BG가 향후 3년동안 창출할 매출액 대비 대출의 비중(LTV)이 상당히 낮다"면서 "매출이 안정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유동화대출의 상환 안정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두산은 매출채권 유동화와 동시에 내달 초 75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한다. 최근 KB증권과 키움증권을 대표주관사로 실시한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모집액을 넘어서는 기관투자 수요를 끌어모았다. 이에 따라 두산은 1주간 총 1700억원가량의 시장성 자금을 조달하게 된다.
빌린 돈은 차입금 상환에 주로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3월 발행한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오는 3월 도래한다. 현재 만기가 1년 이내인 기업어음(CP)과 전자단기사채 등이 3000억원을 넘어선다. 지난해 9월말 기준 1년 이내에 상환하거나 차환해야 하는 단기차입금과 유동성장기부채는 모두 8400억원에 이른다.
두산은 2016년부터 계열사 지원 부담이 확대됐다. 두산건설이 갖고 있던 계열사 지분과 부동산을 매입했고, 2017년과 지난해 신주인수권부사채(BW) 인수와 유상증자로 두산중공업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등 계열사 지원을 지속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2017년까지 1조원 안팎을 유지하던 두산의 별도 재무제표 기준 총차입금은 지난해 3분기에 1조6400억원까지 증가했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두산중공업과 두산건설 등 계열사에 대한 재무적 지원으로 두산의 차입금 부담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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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사업부 분할 등으로 자체 현금창출력은 약화됐다. 지난해 연료전지사업(두산퓨얼셀)과 소재사업(두산솔루스)을 분할했고, 면세점 사업을 포기했다. 오는 3월에는 두산메카텍 지분을 현물로 출자하는 방법으로 두산중공업 유상증자에 참여한다.
임정수 기자 agreme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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