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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오늘] 브이 포 벤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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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오늘] 브이 포 벤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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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진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대한항공직원연대 지부장이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 경선 출마 선언을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브이 포 벤데타 가면'을 얼굴에 쓰는 퍼포먼스를 했다. 가면은 낯익다. 우리는 2018년 5월14일 광화문에서 열린 대한항공 사주 '갑질' 항의 집회에서 저 가면을 봤다. 지난해 4월16일 에콰도르 반정부 시위, 11월 첫날 이스라엘 가자지구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시위, 같은 달 5일 홍콩 정부의 '범죄인인도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 폴리텍대학 학생들의 시위, 같은 날 스페인 카탈루냐 분리 독립을 요구하는 100만 시위대의 행진에서 저 가면을 봤다.


'브이 포 벤데타(V for Vendetta)'는 만화다. 앨런 무어가 쓰고 데이비드 로이드가 그렸다. 주인공은 혁명을 일으켜 전체주의 정부를 전복하려는 무정부주의자 '브이'다. 배경은 디스토피아가 된 1980~1990년대의 영국. 벤데타(vendetta)는 증오의 대상을 기어이 무너뜨리는 핏빛 대결을 가리킨다. (김낙호) 디스토피아는 유토피아와 반대되는 공동체 또는 사회, 주로 전체주의적인 정부에 의해 억압받는 사회다. 만화에서는 핵전쟁으로 파괴된 영국을 파시스트들이 지배한다. 가이 포크스로 변장한 브이는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정교하면서도 폭력적인 계획을 실행해나간다.


우리에게는 만화보다 영화가 익숙하다. 제임스 맥테이그가 감독하고 조엘 실버와 워쇼스키 형제가 제작해 2006년 3월17일에 같은 제목으로 개봉했다. 휴고 위빙, 내털리 포트먼, 존 허트, 스티븐 레아 등이 나온다. 주인공은 웃는 듯, 우는 듯, 뚫어지게 바라보는 듯 얄궂은 표정을 한 가면을 쓰고 있다. 한 번도 제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다. 각종 포털이 집계한 우리 관객 수는 50만명을 넘지 못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는 1억3200만달러(약 1556억2800만원) 이상을 벌어들여 상업적으로 성공했다. 온라인이나 케이블TV 채널 등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원래 이 영화는 제400회 '가이 포크스의 밤(Guy Fawkes Night)' 전날인 2005년 11월4일에 개봉하려 했다. 가이 포크스의 밤은 영국에서 매년 11월5일 '화약음모(Gunpowder Plot)'의 실패를 기념하는 연례행사다. 화약음모는 가이 포크스를 비롯한 영국의 구교도들이 국회의사당을 폭파하고 국왕 제임스 1세와 대신들을 암살하려다 실패한 사건이다. 1605년 11월5일의 일이다. 밀고를 당해 체포된 포크스는 런던탑에 수감돼 고문을 받았고 1606년 오늘 '교수척장분지형(絞首剔臟分肢刑)'을 당했다. 교수대에 매달아 초주검으로 만든 뒤 산 채로 장기를 적출하고 눈과 심장을 도려낸 채 말에 매달아 땅바닥에 굴리는 참혹한 형벌이다.


런던 사람들은 국왕이 암살을 피한 것을 축하하면서 "이것은 어떠한 위험이나 혼란도 없는 안전을 알리는 기쁨의 증거"라며 화톳불을 피웠다. 가이 포크스의 밤은 그렇게 시작됐다. 1673년 이후로는 교황으로 꾸민 허수아비를 불태웠고, 요즘엔 대부분 가이 포크스의 허수아비를 태운다. 허수아비의 이름은 '가이'다. 대개 아이들이 만드는데 낡은 옷과 신문지로 몸을 만들고 '가면'을 씌운다. 이 때문에 19세기 영어에서 '가이'는 낡은 옷을 입은 사람을 뜻했다. 이 말이 미국으로 넘어가 점차 뜻이 바뀐 끝에 남성을 가리키는 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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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석 시인·한국체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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