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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단위의 기준은 '왕의 신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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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단위의 기준은 '왕의 신체'? 도량형 단위가 체계화되지 않았던 시대에 단위의 기준이 된 것은 '왕의 신체' 였습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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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한국의 도량형 단위법은 '미터법'입니다. 미터법은 국제표준입니다. 그런데 아직 미터법을 사용하지 않는 나라가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미국은 아직도 야드파운드법을 사용합니다. 국제규격을 표기할 때는 미터법으로 표기하면서도 국내에서는 야드(yd)와 파운드(lb), 피트(ft) 등을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습관 때문입니다. 익숙하게 사용하는 야드와 파운드를 미터(m)나 킬로그램(kg)으로 환산해서 사용하기가 불편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단위는 영국에서 건너간 것입니다. 독립 이전부터 영국에서 사용하던 도량형 단위를 그대로 사용하면서 오늘날까지 이어진 것입니다. 그런데 영국에서는 이 야드와 피트 등을 어떻게 사용하게 됐을까요?


야드나 피트 등의 단위는 모두 '왕의 신체'에서 나온 단위입니다. 옛날 과학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기에 사람들이 길이 등을 기준으로 잡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린 것 중 하나는 사람의 신체였습니다. 사람의 특정 신체부위의 길이나 폭을 기준으로 삼았던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의 신체라는 것은 사람마다 길이와 폭 등이 다 달랐습니다. 어떤 사람은 팔이나 다리가 길지만 어떤 사람은 반대로 짧았습니다. 발의 크기나 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기준이 될 신체가 필요했는데 그 기준에 적합한 사람이 바로 왕이었습니다. 누구도 반발할 수 없었기 때문일까요?


대표적인 왕이 영국의 헨리 1세였습니다. 헨리 1세는 "내가 팔을 뻗었을 때 코 끝에서 엄지손가락 끝까지의 거리를 '1야드(yard)'로 정한다"라고 말했다고 전해집니다. 1야드는 91.44㎝ 입니다. 이 때 정해진 야드가 지금의 야드파운드법의 길이 단위가 됩니다.


야드 하나로 모자랐는지 헨리 1세는 자신의 발길이로도 단위를 만듭니다. 그는 자신의 발뒤꿈치부터 엄지발가락 끝까지의 길이를 '푸트(foot)'라고 정했습니다. 복수형으로 사용할 때는 '피트(feet)'가 되는데 이 또한 길이를 나타내는 단위가 됩니다. 1피트가 30.48㎝니까 당시 헨리 1세의 발은 상당히 큰 편이었던 것 같습니다.


기호는 ft로 같이 사용하지만 단수일 때는 푸트로, 복수일 때는 피트로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 1ft는 1푸트, 2ft는 2피트라고 사용하는 것입니다.


왕의 신체를 이용해 단위를 만든 다른 경우는 바로 '큐빗(cubit)'입니다. 큐빗은 고대 이집트나 수메르에서 사용하던 단위인데 필꿈치부터 가운데 손가락 끝까지의 거리를 '1큐빗(약 460㎜)'으로 정하고 이를 주로 사용했습니다.


큐빗 중에서 특히 유명한 단위는 '로얄 큐빗'입니다. 로얄 큐빗은 바로 이집트의 왕이었던 파라오의 팔꿈치부터 가운데 손가락 끝까지의 거리에 손바닥 너비를 더한 길이입니다. 왕의 팔뚝인 만큼 일반인보다 더 커야 한다는 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로얄 큐빗을 길이 단위로 사용해 돌의 크기를 통일시켜 만든 것이 피라미드라고 합니다. 이집트의 큐빗은 그리스와 로마 시대를 거쳐 유럽에 전해져 널리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과학을읽다]단위의 기준은 '왕의 신체'? 고대 이집트에서 사용하던 길이 단위 '큐빗'은 팔꿈치부터 손가락 중지 끝까지의 길이였습니다. [사진=EBS 화면캡처]

이렇게 오래 전부터 사용해오던 도량형을 다른 단위로 바꿔 사용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 대표적인 나라가 미국이나 영국 같은 나라들입니다. 반면 영국처럼 야드나 피트 등을 사용하던 프랑스의 경우 1789년 혁명 이후 미터법을 제정했고, 지금까지 미터법이 잘 정착돼 사용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미국이나 영국과 달리 프랑스가 미터법을 사용할 수 있었던 계기는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무거운 '벌금'이었습니다. 프랑스는 혁명을 거치면서 왕정 시대의 폐단을 없애야 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왕족이나 귀족들이 멋대로 정해 사용했던 15만 개에 달하는 도량형이었습니다.


프랑스 국민들도 새로 바뀐 미터법에 잘 적응하지 못했습니다. 거의 50년이 지난 1840년부터 본격적으로 미터 단위를 사람들이 사용하게 되는데 그 이유가 10프랑의 벌금 때문이었습니다. 수 차례의 시행 착오를 거친 프랑스 정부는 미터 단위를 사용하지 않으면 당시로서는 상당히 고액인 10프랑의 벌금을 부과하자 어쩔 수 없이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지요.


자율적 행동이 바탕에 깔린 권고보다 법률에 의한 강제성이 국민들이 다소 불편해도 새 제도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만든 것입니다. 광활한 중국 대륙의 도량형을 최초로 통일했던 진 시황제의 비결도 역시 강제성이었습니다. 당시 진 시황제는 통일된 도량형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본보기로 신체의 일부를 절단할 정도로 강력하게 밀어붙였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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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가 지배하던 시대에나 가능했던 일입니다. 지금 미국에서 미터법을 시행해 정착시키기 위한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자율적 사용을 권고하는 것과 벌금을 부과하는 것 등 여러 방법이 있겠지요. 조만간 미국도 미터법을 강제로 시행할 수밖에 없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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