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2M' 몬스터 기본적인 행동 패턴 AI와 결합
모니터링 · 사용자 분석 등 넥슨·넷마블도 개발
ID '린저씨80'은 여의도 면적 80배 이상에 달하는 광활한 게임 속 세상(월드)을 탐험하다 '개미굴 지역'에 접어들었다. 이곳에서 맞닥뜨린 몬스터는 '여왕 개미'. 혈맹의 동료들과 차분히 공격을 시작한 린저씨80은 이내 뭔가 다른 점을 발견했다. 일정한 패턴으로 움직이는 여느 게임의 몬스터와 달리 여왕개미는 누구를 상대하는지 파악해 전혀 다른 행동을 보인 것이다. 예측을 벗어난 돌발행동으로 린저씨80 일행의 가슴을 졸이게 한 여왕개미는 알고보니 인공지능(AI)이 적용된 몬스터였다.
오는 27일 출시되는 엔씨소프트의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리니지2M'에서 게임 사용자가 경험하게 될 상황이다. 알파고와 대국처럼 굳이 이벤트를 만들지 않아도 이제는 게임 속에서 언제든지 AI와 맞대결을 펼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새로운 국가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AI 기술이 게임 분야에 광범위하게 적용돼 담금질되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11일 엔씨소프트에 따르면 출시를 앞두고 있는 '리니지2M'에 등장하는 일부 '몬스터'들은 기본적인 행동 패턴에 AI가 결합된 모습으로 탄생했다. 몬스터는 기획자의 의도에 맞춰 몇 가지 행동을 반복하도록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이 패턴을 바꾸면 전과 다른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엔씨소프트의 모바일 게임에 AI가 등장한 것은 리니지2M이 처음이다.
◆리니지2M에 등장하는 AI = 리니지2M 개발팀은 개발 과정에서 엔씨소프트 내부 AI센터와 긴밀하게 협업을 진행했다. AI센터는 온라인 게임에선 2016년 '블레이드&소울'의 '무한의 탑'이라는 콘텐츠에 AI 기능을 적용한 경험이 있다. 이는 AI 기술을 MMORPG, 특히 격투 콘텐츠에 도입한 첫 사례였다. 사용자와의 대전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상황에 따라 AI가 대응 방법을 생각하고 반응하도록 했다.
이번에 리니지2M에 적용된 AI도 자신을 공격해온 캐릭터들의 정보를 수집한다. 이를 기반으로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유리한지 판단한다. 리니지2M 사용자들은 AI가 적용된 각 몬스터의 콘셉트와 상황에 따라 매번 새로운 형태의 전투를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김남준 리니지2M 개발실 PD는 "전략으로 승리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아직 모든 보스 몬스터에 적용되지는 않았지만 향후 확대 적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넥슨ㆍ넷마블도 AI 기반 차세대 게임 기술 개발 = 게임 전반에 AI 기술을 적용하면서 '차세대 게임'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 넥슨과 넷마블도 마찬가지다. 넥슨은 10년 넘게 서비스하고 있는 여러 게임에 쌓인 게임 행위 데이터를 기반으로 비정상적인 플레이를 골라내는 데 AI를 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넥슨의 대표 PC온라인게임 '서든어택'과 '카트라이더'에서는 AI 기술로 24시간 모니터링을 해 게임을 비 정상적으로 플레이 하거나 게임 속도를 조정하는 행위 패턴을 실시간으로 탐지한다. 넥슨은 AI 시스템은 더 많은 데이터가 쌓일수록 보다 정밀하고 신뢰도 높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다는 점에서 새로운 게임 서비스 개발을 앞당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넷마블은 지능형 게임 기반의 기술 기업으로 변신하는 '넷마블 3.0'을 준비하고 있다. 우선 넷마블은 게임 개발과 플레이에 역량을 집중한 AI 기술을 개발 중이다. '맞춤형 AI 플레이어'는 사용자의 숙련도, 사용 패턴 등을 복합적으로 분석해 최적의 콘텐츠를 제공한다. 특히 넷마블의 '지능형 게임'의 핵심은 AI가 사용자 패턴을 학습해 지속적으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포인트를 제공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콜럼버스'는 이를 위한 기초가 되는 기술을 일컫는 것으로 넷마블이 보유한 전 세계 약 6800만 월간 이용자(MAU)를 분석해 최적의 서비스와 콘텐츠를 제안한다. 김동현 넷마블 상무(콜럼버스 실장)는 "콜럼버스 기술은 현재 리니지2 레볼루션, 블레이드&소울 레볼루션, 마블 퓨처파이트 등 넷마블 핵심 타이틀에 탑재돼 있다"고 강조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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