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정윤 기자] 개화기 당시를 그린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이 인기리에 종영하면서 일제강점기 때의 복고 의상을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뉴트로(New-tro) 트랜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영향으로 서울 종로구 익선동과 전주한옥마을 등에는 뉴트로 의상을 빌려주는 의상 대여점과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스튜디오에서 사진을 찍어주는 사진관들이 생겨나 성업 중이다. 하지만 뉴트로 열풍에 편승한 일부 의상 대여점과 사진관의 무분별한 마케팅 탓에 일제강점기 문화를 미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조선귀족 의상 입고 사진 찍기"라는 광고 문구가 논란이 됐다. 이 문구를 게재한 곳은 전주한옥마을에 위치한 한 사진관. 이 사진관은 고객들에게 소품으로 개화기 당시 의상을 대여하는데 사진관이 소개에 사용한 '조선귀족'이라는 문구는 1910년 일제의 강제 병탄에서 공을 세워 작위를 수여받은 친일파를 뜻한다. 2005년 설치된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는 총 139명의 조선귀족을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결정했다. 이에 누리꾼들은 "친일파 옷을 입고 사진을 찍으란 것이냐"며 지적했다.
의상 대여점과 사진관의 무분별한 마케팅은 '경성시대'라는 키워드로 '모던 걸ㆍ모던 보이'로 변신, 궁궐이나 한옥마을을 배경으로 한 마케팅 문구에도 등장한다. 일제는 조선총독부 칙령으로 당시 서울인 한성부를 강제로 경성으로 명칭을 바꿨다. 경성시대라는 말 자체가 일제 식민통치의 잔재이며, 한 나라의 수도에서 경기도 일반 지방 행정단위로 전락한 당시 상황을 미화시키는 오해를 부를 수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의상 대여점과 사진관은 이러한 표현이 부정적인 의미를 갖는지 인지하지 못한 채 사용했다고 전했다. 조선귀족이라는 광고 문구를 실은 사진관의 관계자는 "조선귀족이 부정적인 의미인지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기훈 연세대 사학과 교수는 "조선귀족이나 경성시대라고 표현하며 일제강점기를 행복한 때도 보이게 하는 건 왜곡에 가깝다"며 "조선귀족이라는 표현은 금도를 어긴 것이며, 일제강점기를 미화할 수 있는 표현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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