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정의선 총괄 수석부회장의 사실상 '원톱' 체제를 갖춘 이래 과거의 '패스트 팔로어' 전략에서 벗어나 독자적 색깔을 내고 있다는 일본 언론의 관전평이 나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5일 세계 5위 규모의 현대차그룹이 정 수석부회장의 창업 3세 경영 시대를 맞아 기존의 '뒤쫓기' 전략에서 탈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 수석부회장의 부친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리더십 아래에 있던 2000년대에는 경쟁사의 히트 모델을 재빨리 모방해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패스트 팔로어(새로운 제품이나 기술을 빠르게 쫓아가는 전략 또는 기업)로 약진했으나 그 결과 독창성은 물론 최근 자동차 산업의 구조 전환에도 대응이 부족하다는 게 니혼게이자이신문의 판단이다.
하지만 최근 정 수석부회장이 1200여명의 임직원 앞에 나서 "지난 5~10년 동안은 정체기였다. 앞으로는 직원 개개인이 창의력을 발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한 데 주목했다. 과거처럼 강력한 리더를 일사불란하게 따르는 게 아니라 직원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육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외부 기술을 폭넓게 받아들이는 개방형 경영 전략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하이브리드에 이어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 부문에서 일어나는 전 세계적 트렌드를 선제적으로 받아들이고 연구개발(R&D)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는 현대차그룹의 체질 변화에 관심을 쏟았다. 현대차는 올해 R&D 투자 규모를 지난해 대비 47% 증가한 8조8000억원으로 늘리고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현대차그룹의 노사 관계 변화에도 주목했다.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주주 환원 등을 강하게 요구한 것이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올해 현대차 노조가 파업을 하지 않고 임금 및 단체 협약을 조기에 타결한 것도 주주가치 제고와 자동차 동종 업계의 불황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덕분이라는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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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실적을 놓고 보면 현대차그룹이 부진에서 벗어나고 있지만 십수년 전의 돌풍을 재현하기는 쉽지 않다고 봤다. 규모 면에서나 수익 면에서나 일본의 도요타가 압도하고 있으며 현대차그룹이 자율주행을 포함한 미래차 분야에서 세계 톱 수준에 올라서기 위해서는 정 수석부회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여전히 많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적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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