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희 대구교육감 인터뷰
"정해진 정답 찾기 아닌
새로운 해결 방안 찾는 교육 필요"
"대학 교수들도 '수능 문제를 못 풀겠다'고 했습니다. 이런 교육을 위한 교육감이 되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강은희 대구시교육감은 지난 4월23일 대구교육청에서 진행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국내 처음 공교육에 국제바칼로레아(IB)를 도입한 계기를 묻자 이처럼 답했다. 대구교육청은 2017년부터 준비를 거쳐 2018년 IB를 도입했다.
강 교육감은 제19대 국회에서 교육위원으로 일하면서 수능의 문제점을 봤다고 했다. 그는 "매년 수능 문제를 받아 봤는데, 교수님과 전문위원들은 수능이 고도의 훈련을 통해 높은 점수를 받게 되는 시험이라고만 했다"며 "그런데 (수능) '시험을 보고 나면 공부했던 내용을 다 잊어버려도 되나' 하는 의문이 강하게 들었다"고 말했다.
강 교육감은 교육감 출마를 결심하면서 학생들이 지금의 입시 지옥과 수능의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대안을 본격적으로 모색했다고 한다. 그렇게 찾은 답이 IB였다는 것이다. 강 교육감은 "정해진 정답 찾기가 아니라 이제는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실생활에 적용하고 새로운 해결 방안을 찾아내는 교육이 필요해졌다고 생각한다"며 "IB를 도입한 이유"라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IB 도입 당시 시행착오는 없었나.
▲공교육에 IB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기 위해서 교육청 차원의 철저한 준비를 했다. 2018년부터 교육청 차원의 타당성 조사를 실시해 공교육에서 IB 도입 가능성을 다각적으로 논의했다. IB 본부와 한국어와 협약 체결로 가장 큰 걸림돌인 언어 장벽을 제거한 뒤 교육청 내 조직개편을 통해 매우 밀도 있고 꼼꼼하게 준비했다.
-IB 교육은 교육 현장에서 어떤 강점을 보이고 있나.
▲IB 교육은 질문하고, 행동으로 옮긴 뒤 사고하는 방식의 순환적 수행으로 배움이 확산된다. 고등학교 과정에서는 논술·서술형 에세이, 프로젝트, 개별 구술, 연구발표 등 평가를 통해 미래에 직면하게 될 문제를 혁신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한다. 전 세계 명문대로부터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IB 교육을 받은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는.
▲지난해 11월 대구 관내 IB 월드스쿨 재학생 4748명과 학부모 143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IB 프로그램 만족도 설문 조사 결과, IB 교육을 통해 학업에 대한 흥미가 증가했다는 응답이 학생 88.5%, 학부모 92.2%로 나타났다. 자신감이 향상됐다는 응답도 학생 88.6%, 학부모 93.7%에 달했다. 학생과 학부모가 학생이 성장하고 있음을 직접적으로 경험했다는 의미다. 단순한 지식 암기 능력이 아닌 문제해결력, 비판적 사고력, 논리력 등을 IB 교육을 통해 기를 수 있다고 본다. 성장의 경험이 높은 만족도로 나타난 것이다.
-IB 교육이 사교육비도 줄일 수 있을까.
▲수능과 대학 입시 영향으로 여전히 많은 학생이 문제 풀이 중심의 주입식 교육을 받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IB 교육은 사교육이 개입될 여지가 훨씬 적다. IB 프로그램은 학생의 창의적 사고에 기반한 교육활동을 하고, 자기 생각을 꺼내고 표현하는 교육, 수업 설계와 교사의 피드백이 밀접하게 이루어지는 수업·평가 시스템을 갖고 있다. 사교육을 받는다고 해서 점수를 잘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물론 IB 교육을 받는 학생들이 기초가 부족하면 일부 도움을 받기 위해 사교육을 받을 수 있지만, 더 잘하기 위해서 학원에 다니지는 않는다고 한다.
-대학 진학 연계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고 있나.
▲IB 특성상 수능 시험은 볼 수가 없다. 따라서 수시모집 중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대학에 진학하고 있다. 수능 최저학력 기준이 없는 학생부종합전형과 학생부교과전형, 논술전형, 실기와 실적 위주 전형에도 지원이 가능하다. 2026학년도 100개 대학 입학전형을 분석해 본 결과 IB를 이수한 고교생이 전체 모집인원(24만8569명) 대비 수능 최저학력 기준이 없는 45.6%(11만3246명) 모집 단위에 지원이 가능한 것으로 나왔다.
대구=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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