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 종사자 AI 개발 애로사항 71% '핵심인력 부족'
내년까지 1만명 부족 전망…최고급 전문가는 더욱 희귀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카카오가 인공지능(AI) 전문 사내기업(CIC) 'AI랩'을 분사하기로 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조직구성이다. 개발인력 상당수는 인터넷 포털 검색 업무를 맡았다. 포털 이용자들의 검색어 빅데이터를 분석했던 경력이 AI 기술 개발에 도움이 된다고 카카오는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AI 인력난'이 있다. AI 전문 인력을 뽑기가 어렵다보니 내부에서 인력 이동을 단행한 것이다. 김병학 카카오 AI 총괄부사장은 "국내에는 AI 관련 인재가 턱없이 부족하다"며 "AI를 개발하면서 손이 많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AI 부문의 인재난이 이어지면서 관련 기업들의 고충이 커지고 있다. 대기업부터 스타트업들까지 AI 기술력이 생존의 비법으로 자리잡고 있지만 관련 인재를 확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스타트업계 관계자는 "그나마 대기업은 높은 연봉을 내세워 인재들을 스카웃할 수 있지만 벤처나 스타트업들은 상황이 막막하다"며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전문가를 확보하지 못해 기획 상태에 머무는 스타트업들이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가 발간한 '4차 산업혁명 시대. 우리의 인공지능 현황'에 따르면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종사자들의 71.1%는 AI 기술개발의 어려움으로 '핵심 인력 부족'을 꼽았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는 오는 2022년까지 국내 AI 관련 개발인력이 9986명 부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 큰 문제는 박사급 이상의 최고급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정송 한국과학기술원(KAIST) AI대학원장은 "AI교육과 연구는 갑자기 하겠다고 해서 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며 최고급 전문 인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캐나다 연구기관인 엘리먼트 AI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AI 전문가(박사급 이상) 인력이 170명으로 조사 대상 15개 국가 중 14위에 머물렀다. 미국(1만2027명)은 물론 우리나라와 경제 규모가 비슷한 영국(2130명), 스페인(633명) 등과 비교해도 초라한 수준이다.
그나마 있는 AI 인재들은 고액연봉을 받고 해외기업으로 향하는 경우가 많다. 구글의 AI 연구조직인 구글 브레인에서 근무하는 박사급 연구원 A 씨는 "구글 내 박사급 AI 개발자의 초봉은 30만~40만 달러(3억5800만~4억7800만원)로 높은 편"이라며 "국내 기업은 연봉 뿐만 아니라 연구 인프라, 연구 자율성, 위계적인 기업 문화 등을 고려하면 꺼려지는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내 기업들은 궁여지책으로 '인재 돌려막기'를 하는 경우가 잦다. 게임이나 온라인 등의 개발 인력을 AI 관련 업무로 이동시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개발 인력들이 '주경야독'을 불사하면서 AI 관련 기술력을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이 같은 인력은 단기간에 양성하기가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이성환 고려대 AI대학원 주임교수는 "국내 인재들을 다툴 것이 아니라 해외 AI 인재를 과감하게 스카웃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이와 동시에 개발자부터 최고급 전문가까지 장기적으로 키워내는 시스템을 하루 빨리 다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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