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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칼럼] 인터넷의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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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칼럼] 인터넷의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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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세기의 재판'이라는 칭호로 언론에 오르내린 방송통신위원회와 페이스북 간의 1심 판결이 나왔다. 방통위가 페이스북이 접속 경로를 국내 통신사의 캐시 서버에서 해외 서버로 고의적으로 변경하는 바람에 국내 이용자가 피해를 입었다고 과징금을 부과한 것에 대해 페이스북이 불복해 이뤄진 소송에서 재판부는 페이스북의 손을 들어줬다.


사실 법원의 결정은 인터넷의 구조와 원리를 이해한다면 매우 당연하고 상식적인 판결이다.


그런데, 방통위와 많은 언론사는 이 판결이 부당하고 글로벌 기업의 횡포가 가중돼 역차별 문제가 심화될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는 인터넷의 구조와 원리 자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통신사들의 주장에 경도됐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인터넷은 전 세계 어디에서든 이용자와 콘텐츠 제공자(CPㆍContents Provider)가 접속돼 있는 상태이기만 하면 원하는 데이터가 자유롭게 흘러갈 수 있도록 하는 약속하에 성립된 것이다. 이용자와 CP는 인터넷에 접속하기 위해 통신사 등에 비용을 내고 서비스를 이용한다. 이용자와 이용자, 이용자와 CP 간에 주고받는 데이터가 1개 통신사의 망을 거치든 50개 통신사의 망을 거치든 각 망을 관리하는 통신사들은 최선을 다해 차별하지 않고 데이터를 전송해줄 의무가 있다. 전 세계 모든 이용자와 콘텐츠를 이어주는 인터넷은 이런 원칙과 약속하에서 운영되고 있다.


이런 인터넷에 이용자와 CP가 어디에서 접속할지, 어느 통신사의 망을 통해 접속할지는 그야말로 이용자와 CP의 선택의 문제일 뿐이다. 비용과 품질을 비교해 유리한 서비스와 접속 지점을 선택할 수 있다. 이용자든 CP든 통신사의 접속 서비스를 이용할 때 품질이 좋아도 비용이 너무 비싸다든지, 저렴한 비용이지만 너무 품질이 떨어진다든지 하면 당연히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방통위는 페이스북에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망 이용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망 이용 계약에 대해 정부가 개입하겠다는 입장이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CP에게 망 접속 계약을 강제하고 품질 유지 의무를 엉뚱하게 CP에게도 부과해, 결과적으로 높은 비용을 국내 통신사에 지불하게 하려는 내용이다. 반시장적이고 불공정할뿐더러 인터넷의 원리를 부정하는 행동이다.


더군다나 명분으로 내세우는 국내 CP와 해외 CP 간의 '역차별'이라는 것은, 그동안 국내 통신사가 국내 CP들에게서 높은 망 접속 비용을 받아온 데다 전 세계적으로 이 비용이 낮아지는 추세에 역행해 우리나라의 망 접속 비용이 지속해서 증가하는 것을 해결해달라고 국내 CP들이 요구해온 것이다. 국내 CP들이 이번 판결이 상식적이고 당연하다고 반응하는 것에서 역차별의 의미가 무엇인지 쉽게 알 수 있는 일인데, 방통위는 이를 핑계로 망 이용 가이드라인 추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네이버의 태국 이용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해서 태국 정부가 네이버에 반드시 태국 통신사에 직접 서버를 연결해야 하고, 그 요금을 태국 통신사가 요구하는 대로 정하도록 하고, 품질이 떨어지면 네이버에도 책임을 묻겠으니 충분한 용량을 구매해야 한다고 규제를 가한다면, 우리 정부는 이를 정당하고 공정한 태국 정부의 조치라고 칭찬해야 할까.


국적을 바꿔 국내 CP와 국내 통신사의 문제에서도 이 같은 규제가 이뤄진다면 불공정하고 부당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정부는 더 이상 국내 CP나 스타트업과의 역차별을 내세워 비상식적 규제를 추진하지 말고, CP와 이용자들의 망 접속 비용 부담을 낮춰 스타트업들이 자유롭게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게 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재판부의 다음 판시 내용을 깊이 고민해보길 권한다.


"인터넷 이용자들은 인터넷을 통해 적극적ㆍ개방적이고 다양한 모습으로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정보와 의견을 교환하고 있고, 인터넷의 이러한 기능은 정보를 제공하는 CP가 있음으로써 더욱 고양될 수 있다." "만약 CP에 대해 서비스 품질과 관련한 법적 규제의 폭을 넓혀간다면 CP의 정보 제공 행위 역시 규제를 받을 수밖에 없어 명확한 규정이 없는 이상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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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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