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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칼럼] 한류는 휴머니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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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칼럼] 한류는 휴머니즘이다 인터뷰_김용락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원장./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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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초에 일주일간 필리핀에 다녀왔다. 여름휴가가 아니다.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승용차로 2시간10분 정도 떨어진 바탕가스라는 인구 300만명가량의 지방 거점도시에서 다시 승용차로 한 시간 정도 걸리는 곳의 심롱초등학교라는 해안가 조그만 시골 초등학교에서 열린 한류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이 행사는 일종의 봉사활동으로 학생이 200여명 남짓한 시골 초등학교에 '크리에이티브 룸'을 만들어 IT와 드론 그리고 한류 관련 콘텐츠를 넣어주고, 또 초등학교 학생들에게는 K팝과 댄스, 북춤, 태권도와 같은 한국의 현대예술과 전통문화 공연을 진행해준다.


이 행사에는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KOFICE)과 포스코건설의 대학생 봉사단 '해피빌더'들이 함께 했다. 말하자면 저개발국을 돕는 원조활동인 셈이다. 내가 직접 경험한 이런 유의 행사는 비단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5월 말께는 한국의 마지막 임시정부가 있었던 유서 깊은 중국 충칭시에서 이 도시의 변두리 가난한 농민공 자녀들을 위해 역시 한류 아이돌 가수의 재능 기부와 K팝을 비롯한 여러 가지 한류 관련 프로그램을 CJ ENM과 함께 하고 돌아온 적이 있다. 지난해에는 이와 같은 성격의 행사를 역시 민간 기업들과 함께 중국의 쿤밍시와 파나마, 몽골, 베트남, 캄보디아 같은 세계 여러 지역에서 펼친 바 있다.


이런 행사를 하면서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해외에 나가보면 한국의 경제력과 국력이 매우 커졌고, 전 세계에 퍼진 한류의 파급력과 영향력이 상상 이상으로 확장됐다는 것을 실감하곤 한다. 그러면서도 기업 이익의 일부를 세계 빈국의 어린이들을 위해 내놓는 우리나라 기업의 기부행위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느낀다. K팝을 열창하고 한국의 전통무용과 태권도를 따라 배우고 학용품과 축구공 같은 조그만 선물에 기뻐하는 아이들의 비록 추레한 옷차림이지만 머루같이 까만 눈망울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 한 편에서는 우리나라의 재벌기업이 더 많은 돈을 벌어서 더 통 큰 기부활동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국내에서 가끔 재벌기업들의 반칙적 경제활동이나 사회적 윤리에 반하는 행태를 보게 되면 그들의 나쁜 행태를 응징하고 제도적 보완을 하자는 재벌 개혁과 같은 사회적 의제에 깊은 공감을 가지면서 재벌에 대해 부정적 생각을 하게 되는데, 해외에 나가서 비록 규모가 크지는 않더라도 재벌 기업이 선행하는 것을 보면 우리 기업들이 더욱 많은 돈을 벌어서 해외의 더 많은 나라에 사회공헌을 하면 좋겠다는 다소 미묘한 감정도 갖게 되는 게 사실이다. 같은 논리로 우리나라가 더 잘사는 부국이 되어 가난한 이웃나라에 더 많은 나눔을 베풀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도 덩달아 같이 하게 되는데 이런 생각이 바탕이 돼 한류도 '착한 한류'가 돼 점점 더 세계에 큰 영향력을 미치게 된다.


세계 곳곳에서 K팝, K드라마, 게임, K푸드 등과 같이 한류가 다양한 영역과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한 자료에 따르면 경제적 가치가 2010년 7조원, 2015년 19조8000억원, 2020년에는 57조원으로 크게 격상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외형적 발전이나 경제적 효용가치와는 별개로 한류의 본질적 정신은 빈국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꿈을 주고 실의와 좌절에 빠진 전 세계인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그런 따뜻한 휴머니즘이 바탕이 돼야 할 것이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명제를 믿는다면 지금 기세등등한 한류도 언젠가는 막을 내리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때 많은 세계인들에게 한때 세계를 휩쓸었던 한류가 그 이전 문화 강대국들의 제국주의 문화침탈의 아류가 아니라 본질적으로 휴머니즘의 문화였다는 사실을 기억에 남게 해야 될 것이다.


이 세상에 많은 훌륭한 가치가 있지만 그 가운데서 나보다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으로 열등한 이웃을 적어도 내가 누리는 혜택의 수준까지 끌어올리려는 마음과 노력만큼 귀한 것도 많지 않고, 사회적 약자를 위해 자신의 것을 기꺼이 내 놓는 행위보다 더 숭고한 가치를 만나기도 쉽지 않다. 오늘날 전 세계를 누비는 한류도 자신의 것을 기꺼이 내주는 그런 마음의 한류가 돼야 그 생명력이 오래 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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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락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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