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손선희 기자] 일본의 수출규제 사태로 정부와 함께 대책논의에 나선 국내 30대 기업 총수 및 고위 경영진은 30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소재·부품분야 국산화' 의지를 밝히면서도 "긴 호흡으로 정부의 지원과 기업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는 이번 사태의 장기화를 우려한 대목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일본 수출규제 사태와 관련해 진행된 '경제계 주요인사 초청 간담회'에서 이 같은 의견이 나왔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는 삼성ㆍ현대차ㆍSKㆍLGㆍ롯데 등 5대 그룹을 포함한 대기업 30개사 총수 및 최고경영자(CEO), 경제단체 4곳 등 34명이 참석했다.
이날 간담회는 비공개로 진행됐으나, 이 관계자는 일부 참석 기업인의 의견을 익명으로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한 기업인은 "우리(기업)는 최고급품 하이엔드 제품을 생산하거나 납품해야 되기 때문에, 거기에 들어가는 여러가지 소재부품도 상당한 높은 품질기준을 가질 수 밖에 없다"며 "소재부품의 국산화에는 긴 호흡을 갖고 정부의 지원과 기업의 노력이 있어야겠다"고 언급했다.
정부가 이번 사태의 대책방안 중 하나로 '소재부품의 국산화'를 제시하고 있으나, 그를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단기에 이루기는 어려운 목표란 점에서 정부가 이번 사태의 장기전을 대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는 상황이다.
모 그룹 회장은 소재부품 국산화와 관련해 "장비 쪽보다 소재부품 쪽의 국산화율이 낮다"고 대외의존도가 높은 상황을 지적하기도 했다. 아울러 한 기업인은 "비즈니스 분야(의 소재)가 일본이 상당한 독점력을 가진 분야인데, 기술의 자체 개발에 성공해 (국산화를) 진행하고 있다"며 "국내에 해당 소재와 관련한 생태계를 조성해 그 분야의 경쟁력을 높여나가려 한다"고 의지를 밝혔다고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전했다.
또 다른 참석자 역시 "약 1년 반 전에 소재에 대해 세계최초로 국내양산 체제를 갖췄다"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였지만 계속 노력하면 우리도 소재 쪽에서 세계적인 경쟁력 갖는 기술과 공장을 가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같은 희망론에 앞서 당장 일본의 조치에 따른 실질적 타격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소재부품 분야의 기술개발은 짧아도 3~5년, 길게는 10년 이상의 기간이 걸릴 수도 있는 만큼 이번 사태에 대한 우선대책이 되긴 어렵다. 당장 재고상황을 파악해 일본을 대체할 조달처를 찾아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재계는 정부의 외교적 노력을 촉구하면서 "양국 간 대화로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도록 기업 간에도 대화의 노력을 강화하겠다"며 힘을 보탠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간담회는 당초 오전 10시30분부터 약 1시간30분 간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예상보다 30분 길어져 약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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