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 "핵 동결은 입구일 뿐"
WMD의 완전한 제거가 목표 재확인
[아시아경제 김동표 기자]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를 앞두고 미국 국무부가 북한 내 대량살상무기(WMD)의 완전한 제거가 협상의 최종 목표임을 재확인했다. '핵 동결'로 목표를 낮춘 것이 아니냐는 미국 내 지적에 대해 핵 동결은 과정일 뿐 최종 목적지가 아님을 분명히 한 것이다.
9일(현지시간)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 비핵화와 관련한 미국의 최종 목표가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 "협상의 목표는 여전히 북한 내 WMD의 완전한 제거이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한 번도 핵 동결을 최종 목표로 규정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최근 일부 언론이 보도한 '핵 동결'과 관련해 "핵 동결은 결코 비핵화의 마지막 단계가 될 수 없다"면서 동결은 비핵화 과정의 입구에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오테이거스 대변인의 발언은 북·미 실무협상 재개를 앞두고 미국이 핵 동결로 골대를 옮긴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된 가운데 나왔다. 대내외적으로 미국의 목표를 분명히 함으로써 내부 비난여론을 잠재우고 협상 전 북측에도 전략적 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미국의 이같은 입장이 협상 타결의 문턱을 낮추는 게 아니라 오히려 높이는 것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이 핵 동결을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 '조건'으로 간주할 경우 협상 타결이 더욱 요원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동결이 협상의 의제가 아니라 협상의 조건이라면 그에 대한 상응조치도 없을 수 있다는 점에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언급한 인도적 지원이나 연락사무소 개설이 동결에 따른 상응조치인지도 불명확해진다"고 했다.
그는 "(북한 입장에서) 상응조치도 불분명한데 협상을 시작하기 위해 플루토늄 재처리, 우라늄 고농축 등 핵물질 생산뿐 아니라 미사일과 화생무기 생산을 중단하고 모든 관련 시설을 폐쇄 봉인하라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요구조건"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또 "동결이 협상의 조건이라면 동결을 확인하고 감시하기 위한 사찰단이 북한 내 상주하는 문제와 동결 시설 목록을 신고하는 문제도 만만한 일이 아니다"면서 "미국이 또 허들을 만들고 골대를 옮기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문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동결은 협상 의제이지 조건일 수 없다"면서 "북한도 일단은 WMD가 아니라 모든 핵 프로그램의 동결을 약속하고 미국도 그에 상응한 조치를 동시에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 국무부는 6.30판문점 북·미 회담에 대해 '역사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그 성격을 '회담'이 아닌 '회동'으로 규정했다.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비무장지대에서 이뤄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만남을 두고 "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 특별하고 역사적인 날이었다"다면서도 "정상회담도 협상도 아닌 두 지도자의 만남"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북·미 실무협상으로 추후 합의되는 정상회담이 '제3차 북·미 정상회담'으로 규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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