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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노후 인프라 투자,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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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노후 인프라 투자,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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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까지 노후 인프라에 32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정부 계획이 발표됐다. 인천이나 서울 일부 지역에서 '붉은 수돗물' 사건이 나기 전에 노후 인프라 투자계획이 수립되고 실행됐어야 했다. 때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도 늦지 않았다. 노후 인프라 투자의 시급성을 인식하고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한 것은 환영할 만하다.


노후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지체된 원인으로는 '4대강 트라우마'와 '인프라 충분론'을 꼽을 수 있다. 정치적 공방이 치열했던 4대강 사업 이후로 우리나라의 인프라 투자는 축소 일변도였다. 박근혜 정부만 해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해마다 연평균 6.0%씩 줄이기로 했다. 실제로 토목건설 투자 증가율은 지난 10여년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심지어 인프라 투자는 '콘크리트에 투자'하는 것이고, 인프라 투자 확대를 주창하는 사람은 '토건족'이라고 매도해왔다.


우리나라의 인프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내지 상위권 수준이라 충분하다고 우기는 사람도 많았다. 그 근거로 국토면적당 도로나 철도 길이를 내세우는데, 우리나라처럼 국토 면적이 좁은 나라에서는 조금만 건설해도 당연히 많아 보인다. 하지만 인구를 반영한 국토계수당 기준으로 보면 OECD 평균 이하 내지 하위권이다. 이처럼 OECD 순위도 어떤 지표로 평가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또한 우리나라의 인프라가 충분하니 더 이상 투자를 안 해도 된다는 '인프라 충분론'은 2가지를 간과했다. 하나는 미래 인프라다. 4차 산업혁명을 맞아 지금은 모든 인프라가 스마트 인프라로 변모하고 있다. 스마트시티 구축 등을 위한 인프라 투자 소요는 대단히 크다. 또 하나는 노후 인프라다. 1960년대 이후 이른바 개발연대에 집중 건설된 인프라는 선제적 유지관리가 필요하다.


노후 인프라는 인프라의 질적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양적으로 충분한 인프라를 건설했더라도 질적인 면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심각한 위해를 가할 수 있고, 인프라의 효율성도 크게 떨어진다. 예컨대 우리나라의 상수도 보급률은 2015년에 99%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역에 따라서는 누수율이 40%를 넘어서는 곳도 있다. 국민의 '생명선(life line)'이라고 불리는 상수도관은 노후화로 인한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교체 내지 전면 개량됐어야 한다.


이번에 발표된 정부의 노후 인프라 대책은 여러모로 의미가 크다. 노후 시설물의 수명 연장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지속적으로 하겠다고 선언함으로써 노후 인프라 정책의 획기적 전기를 마련했다. 사후적 대처가 아니라 종합적이고 선제적 유지관리 계획 체계를 마련했다는 것도 중요하다. 가칭 '국토안전관리원'을 설립해 시설물 건설부터 유지관리 단계에 이르는 생애주기 전반의 안전관리 업무를 담당하도록 하겠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이번에 발표된 정부의 노후 인프라 대책에도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다. 관리대상을 국토계획법상 46종에 달하는 기반시설 중 중대형 SOC와 지하시설물 등 15종으로 한정한 것이 문제다.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중소 규모 SOC도 노후화에 따른 위험성이 크다. 또 건축물이 관리대상에서 빠져 있다는 문제도 있다. 해마다 국비를 5조원씩 투자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겠지만 공공 및 민간으로부터 3조원씩 끌어들이겠다면 재원조달 계획을 좀 더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OECD 국가의 평균 건설투자 추이를 보면 1인당 국민소득이 1만5000달러일 때 정점에 도달했다가 2만달러 시대에는 줄어들었다. 하지만 3만달러 시대에는 다시 늘어났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노후 인프라에 대한 유지관리 투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에 진입하면서 정부 차원의 대규모 노후 인프라 투자계획이 발표됐다. 경제사회의 발전에 따른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노후 인프라 투자는 정치적, 이념적 투쟁의 영역이 아니라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영역이 돼야 한다. 노후 인프라 실태에 대한 정확한 조사가 선행돼야 하고 선제적인 투자 확대를 통해 더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노후 인프라 투자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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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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