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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칼럼] 제로레이팅에 대한 규제정책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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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칼럼] 제로레이팅에 대한 규제정책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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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모 스타트업 대표는 국회 세미나에서 '망 사용료'와 '제로레이팅' 때문에 '스타트업'이 고사위기라고 성토한 바 있다. 아프리카TV 등 우리 토종 기업들은 연간 수백억 원의 망 사용료를 통신사에 지불하고 있다. 아프리카TV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약 150억원이나 매년 150억원가량의 망 사용료를 통신사에 지불하고 있으니 그 부담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반면 구글 유튜브 등 해외 기업은 안 내거나 내더라도 국내 기업에 비해 현저히 낮은 금액이다.


한편 이동통신사가 특정 데이터에 대해 이용자에게 요금을 부과하지 않는 '제로레이팅'도 다수 시행되고 있다. SKT가 자사계열사인 '11번가'를 이용하는 고객에게 데이터 사용료를 면제했던 것이 대표적이다. 뿐만 아니라 SKT는 최근 10대 중고생 가입자를 대상으로 페이스북 메신저에 대해 데이터 비용을 면제하는 요금제를 시행하고 있다. 닐슨코리안클릭 자료에 의하면 2018년 1월 기준으로 30대 미만의 카카오톡 이용자 수는 전년 대비 10% 하락한 반면 페이스북 메신저 월 사용자 수는 2016년에 비해 2배 증가했다. 데이터 사용료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청소년을 상대로 페이스북 메신저에 대한 데이터 요금을 면제해 준다면 이들이 30, 40대가 되었을 때 메신저시장은 카카오가 아니라 페이스북이 주류가 될 수 있다. 제로레이팅 적용대상 서비스는 오로지 '이동통신사'만이 결정할 수 있다. 결국 '제로레이팅'의 실시로 데이터에 대한 접근ㆍ선택의 주도권은 이용자가 아니라 통신사가 쥐게 된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통신비 인하를 이유로 이러한 이동통신사의 제로레이팅에 대해 매우 관대하다.


디지털 격차 해소를 이유로 누구보다도 제로레이팅에 관대했던 나라가 '인도' '브라질' 등 개발도상국이다. 특히 인도는 통신사가 자유롭게 데이터에 대한 차별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인터넷 접근 여력이 없는 대다수 시민들이 제로레이팅이 적용되는 페이스북의 무료 서비스에만 의존하게 되면서 시민들은 '페이스북이 곧 인터넷'이라고 믿게 되었다. 통신당국은 이 사태를 바로잡고자 2016년 제로레이팅과 같은 특정 데이터 무료제공을 완전히 금지했다.


혹자는 제로레이팅을 허용하는 미국과 유럽의 사례를 인용하며 우리나라도 완전히 허용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망에 대한 투자가 비교적 자유로우며 이미 오래전부터 구글, 페이스북이 인터넷망에 투자해 왔다. 반면 우리나라는 미국 등과는 달리 정부로부터 허가받은 특허기업만이 통신망을 제공할 수 있다. 따라서 인터넷망의 공공재적 성격은 특히 더 강하다. 유럽 역시 제로레이팅을 무조건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 유럽전자통신규제기구(BEREC)는 제로레이팅이 새로운 혁신서비스의 진입 장벽이 될 수 있으며 유럽시민의 콘텐츠 선택권 및 경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규제당국은 지속적으로 시장상황을 모니터링해 제로레이팅이 새로운 혁신적 서비스를 막는 불공정 혹은 권리남용적 관행ㆍ계약을 포함하는 경우 이를 중지시키는 등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제로레이팅이 불공정경쟁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도 제시하고 있다.


최근 대법원은 시민단체의 통신비 원가 공개 요구를 인용하면서 "전파 및 주파수라는 공적 자원을 이용해 제공되고 국민 전체의 삶과 사회에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이동통신서비스의 특징, 이동통신서비스가 공정하고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되어야 할 필요 내지 공익, 이를 위한 국가의 감독 및 규제 권한이 적절하게 행사되고 있는지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했다(대법원 2018.4.12.2014두5477).


통신사 입장에서는 인기 콘텐츠ㆍ플랫폼의 데이터 사용을 무료로 제공할 경우 가입자 유치에 이득을 볼 수 있고, 이용자에게 무료로 제공한 데이터에 대한 비용을 콘텐츠사업자에게 전가시킴으로써 비용 이득을 볼 수 있다. 또한 자사 계열 플랫폼ㆍ콘텐츠에 대한 데이터 이용료 면제로 사업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다. 제로레이팅 시행이 통신사에 손해될 요인은 전혀 없다. 그러나 이러한 통신사의 문지기(gatekeeping) 기능이 남용된다면 저(低)자본ㆍ혁신 서비스는 인터넷 문턱에도 제대로 들어와 보지도 못한 채 사장될 수 있다. 특히 해외 거대 자본력을 가진 플랫폼(구글ㆍ페이스북 등)이 국내에서 그 지배력을 확장해가고 있는 속도를 고려해 볼 때 제로레이팅에 대해 정부가 방임하기보다는 국내 플랫폼ㆍ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정책의 설계가 필요하다. 제로레이팅 적용 서비스의 기준을 만들어 투명하게 공개하고, 제로레이팅 허용 절차 역시 공정성과 객관성 및 전문성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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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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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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