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에 일어나면
한밤중에
집 밖에 서 있는 사람이 있다.
나는 안에 있어
그 사람이 누구인지 모른다.
그 사람은 머리가 짧아 보인다.
바람에 날아가지도 않고
한쪽으로 기울어지지도 않고
어둠 속에 부풀어 오르지도 않는다.
그 사람은 까맣다.
그 사람은 밖에서 까맣게 서 있다.
한동안 그 사람으로 있다.
하지만 어쩌면 그 사람은 그 사람이 아닌지도 모른다.
밖에 서 있는 동안 그 사람 비슷한 것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 사람을 지나가는
사람들도 다 비슷하고 어떤 사람은 지나가면서 입을 가리고 무어라고 얘기하지만
입을 가린 채 비슷하고
비슷한 것은 계속 비슷한 것으로 있다. 나는 안에서 계속 안에 있다.
이제 비슷한 것에게 오늘의 작별 인사를 한다.
어쩌면 다른 것에게 했는지도 모른다. 밖에 있는 또 다른
■한밤중에 문득 일어난 사람, 한밤중에 문득 일어나 집 밖에 서 있는 사람을 생각하는 사람, 집 밖에 서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모르면서 그 사람을 생각하는 사람, 바람에 날아가지도 한쪽으로 기울어지지도 않는 그런 사람을 생각하는 사람, 어둠 속에서 부풀어 오르지도 않고 다소곳이 앉아 있는 사람, 점점 골똘해지는 사람, 점점 깜깜해지는 사람, 집 안에 있지만 점점 집 밖에 서 있는 사람이 되는 사람, 그러다가 마침내는 집 밖에 우두커니 서 있게 되는 사람, 집 밖에서 집 안의 사람이 궁금해지는 사람, 그렇게 한밤중 내내 서로를 그리워하는 사람, 또 다른 내게 다정하게 작별 인사를 하는 사람.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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