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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초대석]진화한 가치투자…"계속 오를 종목은 비싸도 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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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PBR 등 지나친 안정 추구했지만
성장성 높은 기업 적정가격에 사서
장기투자하는 것도 좋은 가치투자

빌 밀러 최대 성공은 아마존 산 것
최대 실패는 중간에 판 것

주목하고 있는 종목은 엔터·지주사
올 코스피지수 밴드는 1985~2350 전망
액티브·가치주투자 시기 다시 도래

[아시아초대석]진화한 가치투자…"계속 오를 종목은 비싸도 사겠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는 최근 아시아경제와 만나 보수적인 가치 투자에서 벗어나겠다고 밝혔다. '진화한 가치 투자'를 내세운 이 대표는 "앞으로는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이 엿보이는 성장주에도 눈을 돌릴 것"이라며 "특히 플랫폼주에 주목할 생각"이라고 전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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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조영주 자본시장부장, 정리=문채석 기자]'원래 가치가 높은 것이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싸게 팔릴 때 사두고, 그 낮은 곳에 방치된 가격을 시정하려는 조류가 차오르기까지 그냥 기다린다. 얼마나 기다리면 되는 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원래 가치가 있는 것을 싸게 사둔 것이므로 두려울 것은 없다.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다.'


가치주 명가(名家)로 이름 높은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이채원 대표 사무실에 적힌 문구다. 이렇듯 가치투자에만 집중했던 이 대표가 "체질을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아마존처럼 지속적으로 오를 주식이면 비싸 보여도 사겠다"고 밝혔다.



◆'진화한 가치 투자'를 선언하다=이 대표는 최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고 순현금비율이 높은 기업만 골라담아온 그동안의 전략을 조금씩 바꿔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워낙 성장성이 높아 추가적인 상승이 확실하다고 판단되는 주식은 공격적으로 사들이겠다는 의미였다. 그는 지난해 국내에 출간된 '자본 없는 자본주의' 이야기를 꺼냈다. 이 책에서 언급한 철강주의 경우 PBR이 0.3배 미만으로 내릴 만큼 주가가 저평가돼도 10년 뒤 다른 기술이 나오면 주가가 오르기 힘들 것이란 내용에 공감한다는 것이다.


기존 '가치투자'에서 한 단계 진화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 대표는 "그렇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지나치게 안정을 추구했고 종목을 고를 때도 낮은 PBR을 지나치게 추구했다"면서 "이젠 적정 수준의 멀티플(미래수익 창출력)을 평가받고 있지만 어느 정도 성장해 주가가 오른 종목에 투자하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바이오주든 엔터주든 성장성 높은 뛰어난 기업은 적정한 가격에 사서 장기투자하는 것도 훌륭한 가치투자"라고 덧붙였다.


대화는 버크셔해서웨이의 회장인 워런 버핏과 부회장 찰리 멍거의 '프랜차이즈주' 투자로 이어졌다. '강한 시장지배력과 높은 진입장벽'을 갖춘 업종이라면 비싸도 산다는 투자철학인데 과거 이들의 코카콜라 투자는 주가수익비율(PER)이 17배, PBR이 4배나 됐을 때 매수했음에도 투자금액의 10배를 벌어들였다. 이 대표는 '시장지배력+진입장벽'을 갖춘 업종으로 ▲정부가 보장하는 유틸리티주 ▲세계적으로 압도적인 경상기술력을 갖춘 기업(퀄컴 등) ▲지리적으로 완전독점권을 가진 상품(CJ CGV 내 팝콘가게 등) ▲규모의 경제를 확보한 프랜차이즈(코카콜라 등) ▲플랫폼주 등을 꼽았다.


그는 특히 국내 증시에서 '플랫폼주'에 주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세계적인 가치투자자인 빌 밀러(Bill Miller)는 인생 최대 성공은 20년 전 1달러에 아마존 기업공개(IPO)에 참여한 것이고, 최대 실패는 아마존을 중간에 판 것이라고 말했다"며 "아마존이 지금만큼 오르기 전이었다면 나도 아마존 주식을 샀을 것"이라고 전했다. 더불어 "기술력을 떠나서 카카오톡(카카오)의 국내 시장점유율이 얼마나 높은 지를 보면 외면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엔터주·지주사에 관심 많다"=이 대표는 알짜 엔터주와 지주사에 주목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엔터주는 오르기 전에 미리 사기만 하면 훌륭한 가치투자"라고 표현했다. 중국을 이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업종이라고도 했다. 회사의 간판 운용역인 정광우 매니저가 JYP엔터테인먼트(JYP Ent.) 주가가 4000원이던 시절부터 매수한 사례도 들었다. 가치투자 개념을 창시한 1934년 벤저민 그레이엄 시절의 소위 '담배꽁초 투자' 방식으로는 엔터주를 결코 담을 수 없었다. 순현금기업만 집중적으로 사들여 '몇 년간 빨고 버리는' 식으로는 성장동력(모멘텀)이 폭발적인 종목에 투자하기 어렵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지난 2월28일 기준 JYP엔터테인먼크 지분율 5.75%를 보유한 3대주주고 에스엠도 지난달 22일 기준 5.13%를 들고 있다.


그는 "지주사는 엔터주보다 덜 부담스럽고 담백한 업종"이라고 평가했다. 정책 당국의 규제로 가격이 인하돼 지금이 사들일 절호의 찬스라는 분석이다. 이 대표는 "SK텔레콤의 경우 현 매매가보다 두 배는 가치가 높다고 보고 있는데, 증권사 연구원들은 밸류에이션을 매길 때 시세의 30%를 할인하고 있다"면서 "이런 계산법에 동의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지주사가 지나치게 할인돼 있는데, 특히 중소지주사 중 PBR이 0.3~0.4배 수준으로 내린 기업은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증시 전망과 관련해서는 코스피지수 밴드로 '1985~2350'을 제시했다. 보호무역주의가 확대돼 세계 경기가 급반전할 가능성이 작고, 내수가 빈약한 한국 산업구조 체질이 단기간에 바뀌기 어려운 만큼 2300~2400까지 가긴 어렵다는 관측이다. 이에 따라 알짜배기 종목을 쌀 때 미리 담는 '액티브 투자'와 '가치주 투자'가 다시 주목받을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올해 본격적으로 종목 장세가 나타나면 가치주펀드가 (부진을 털고) 수익을 낼 타이밍이 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최근 10년간 미국 나스닥지수가 5배 올랐고, 성장주는 지수보다 수익률이 10배 이상 높았을 정도로 과열됐다는 점에 주목했다. 미국 FAANG(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 만큼 세계에서 두각을 나타낼 만한 성장주가 국내에서는 보이지 않는 점도 고려했다. 결국 가치주 종목 장세가 올 것이란 믿음이다. 이 대표는 "결론적으로 지난 10년간 성장주와 패시브 장세가 너무 길게 갔는데, 연초에 액티브 쪽 자금이 패시브로 몰린 만큼 하반기엔 다른 쪽으로 움직일 것"이라며 "미국인들이 약국에 갈 필요가 없을 정도로 보급화된 아마존 만큼 네이버(NAVER) 등이 미국, 중국에서 대중화되긴 어려운 현실이 성장주의 한계를 말해준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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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경협주에 대해선 구체적인 수혜산업이 나타날 때까지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대북 금수조치와 국제연합(UN) 금융제재가 풀려야 남북 경제협력이 구체화될 텐데 그 단계도 가기 전에 어느 업종이 수혜를 입을 것이니 미리 사두라고 말할 수는 없다"며 "테마주에 편승하기보다 진정한 수혜주를 찾을 필요가 있는데 통신·전력·가스 등 공기업 비중이 큰 업종은 수익 회수 기간이 길어질 수 있기 때문에 독과점 수준의 시장지배력을 갖춘 사기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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