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구 서울중랑경찰서장
캐나다 벤쿠버 경찰주재관 3년간 근무
韓-加 경찰 주요 정책 연구·비교
'캐나다 경찰의 주요정책' 책 발간
[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검찰의 형사절차 연구는 활발한데, 경찰의 수사 활동에 대한 연구는 극히 드물어 제가 한 번 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김성구 서울 중랑경찰서장은 최근 아시아경제 기자와 만나 경찰 수사에 대한 연구가 미비한 현실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김 서장은 1990년 경찰 생활을 시작해 생활안전, 형사, 교통, 경비, 경무, 감찰 등 다양한 부서를 거쳤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캐나다 벤쿠버총영사관 경찰주재관으로도 근무했다.
김 서장은 "주재관 근무 때 캐나다 경찰체계를 공부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 경찰 수사 활동을 연구한 논문과 서적을 찾아보니 모두 수십년 전 자료가 전부더라"며 "캐나다 경찰과 우리 경찰을 비교하는 연구를 해야겠다고 그 때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서장은 이렇게 경찰주재관으로 근무한 경험을 살려 지난 1월 캐나다 경찰과 우리나라 경찰 정책을 비교한 '캐나다 경찰의 주요 정책'을 출간하게 됐다.
김 서장은 캐나다 연방경찰과 지방자치경찰 조직을 소개하며, 우리나라 지방자치경찰제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김 서장이 꼽은 핵심은 인사 제도의 변화다. 그는 "캐나다에서 근무하며 가장 놀랐던 점은 사람을 뽑는 과정이었다"며 "우리는 시험점수가 높은 사람을 뽑는데, 캐나다 경찰은 사람 한 명 뽑으려면 주변인 15명을 1시간 가까이 인터뷰 한다"고 소개했다. 캐나다 경찰에는 경찰관 모집 업무를 맡고 있는 직원만 10여명에 달해 인사 채용에 상당한 공을 들인다.
이어 김 서장은 "경찰관의 정직성과 근면성 등을 보는 인사 채용 기준은 앞으로 우리나라 경찰도 꼭 도입해야 할 만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서장은 인상 깊은 정책 중 하나로 '집단 따돌림 예방 운동'을 꼽았다. 캐나다는 매년 4월22일을 '핑크 셔츠 데이'로 정해 학생들이 분홍색 옷을 입고 등교하도록 권장한다. 이는 2007년 한 남학생이 분홍색 옷을 입고 등교했다는 이유만으로 집단 괴롭힘을 당한 사건에서 유래했다. 이 운동에 경찰도 적극 참여한다고 한다. 경찰관은 분홍색 옷을 입고 각 학교를 찾아 학생들과 운동을 함께 하면서 집단 괴롭힘 반대 운동을 홍보하고 참여한다.
이와 관련해 김 서장은 "우리나라가 지방자치경찰제를 도입하면서 치안정책을 어떻게 디자인 하느냐가 중요한데, 핑크 셔츠 데이에 임하는 캐나다 경찰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많다"고 강조했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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