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권장사까지…'문어발' 편의점에 자영업자들의 비명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자율규약으로 성장이 막힌 편의점들이 플랫폼 확대에 나서면서 자영업자들과 영역 충돌로 인한 갈등을 빚고 있다. 편의점업계가 커피와 치킨에 이어 알짜 고객인 직장인들의 점심 식권 장사에까지 손을 뻗치면서 자영업자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27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업계 3위 세븐일레븐은 '식신e식권'과 손잡고 내달 중 모바일 식권 결제서비스를 시작한다. 앞서 진출을 선언한 CU와 GS25에 이어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식권 서비스 사업에 뛰어드는 것이다. 원칙적으로 전국적 서비스가 가능한 만큼, 향후 시장이 커지면 편의점 점주들의 매출 증대 효과가 클 것이란게 업계의 전망이다. 이마트24도 지난해부터 식권대장과 손잡고 7개 점포에서 식권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는 등 확대를 위한 기회를 엿보고 있다.

업계는 직장인들의 점심식사 문화가 변하면서 편의점들도 식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몇 년 전만 해도 함께 식사하는 문화가 일반적이었다면, 최근 젊은 직장인들은 경제적 부담 등을 고려해 혼자 도시락을 먹는 일이 보편화됐다"고 전제했다. 이어 "웬만한 백반집 밥값이 7000~8000원 수준으로 식권에 추가 비용을 내고 먹어야 하는 경우가 많지만, 편의점은 식권 한 장에 도시락과 커피까지 해결할 수 있어 알뜰족들에게 인기가 많을 것"이라고 내가봤다.

문제는 세븐일레븐까지 식권사업에 뛰어들 경우 식권매출에 의존해던 회사 근처 음식점들은 매출감소가 불가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체 편의점 매장수가 3만여개가 넘는 상황에서 외식자영업자들의 불만은 커질 수 밖에 없다. 편의점업계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편의점의 '1000원 원두커피'다. 가성비(가격대비성능)를 바탕으로 매년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 중인 편의점 커피는 지난해에만 총 2억5000만잔 가까이 판매된 것으로 추산된다.

자영업 대표 업종인 치킨 역시 편의점에 위협받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말 BBQ와 손잡고 낱개 치킨 판매에 나섰다. GS25는 치킨을 직접 튀겨 판매하는 가맹점에 설비 지원을 검토하는 등 치킨 판매 확대에 나섰다. CU는 2000여개 점포에서 조각 치킨을 판매 중이며, 미니스톱 역시 치킨ㆍ꼬치류를 강화할 계획이다.

편의점 입장에서는 영역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자율규약으로 덩치 불리기를 위한 경쟁이 힘들어졌기 때문. 자율규약이 본격화된 지난 1월 순증 편의점 점포 수는 전년 동기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이에 각 점포의 매출 확대를 위해 객단가ㆍ객수를 늘릴 수 있는 신규 서비스를 도입하는 것이다.

반면 자영업자들의 설 자리는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음식점업 매출을 기반으로 작성된 음식점업 생산지수는 3.3%나 하락하며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반면 임대료ㆍ원재료ㆍ최저임금 상승 등으로 인해 비용 부담은 늘어나는 등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국 4만개나 되는 편의점과의 경쟁 구도까지 거세지는 셈이다.

이철 한국외식업중앙회 기획홍보국장은 "그렇잖아도 자영업자들이 어려운 상황에서 편의점들이 사업 영역을 확대하며 자영업 업권을 침해하고 있어 고민이 깊다"며 "편의점 본사는 대기업이지만, 가맹점주들은 소상공인이라 딱히 하소연할 명분도 없는 상황"이라고 답답해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