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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 펀드 韓상륙 20년] 기업가치 제고로 포장된 먹튀…선진국형 지배구조가 해법<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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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 펀드 韓상륙 20년] 기업가치 제고로 포장된 먹튀…선진국형 지배구조가 해법<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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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유제훈 기자] 1999년 3월, 미국계 헤지펀드 타이거펀드는 외국계 4개 펀드와 연합해 SK텔레콤의 지분 9.85%를 확보했다.10%에 가까운 지분을 사들인 이들은 경영진 교체, 사외이사제 도입, 해외투자 시 주주동의 등의 무차별 공격을 퍼부었다.


이에 SK텔레콤은 사외이사수 확대, 배당금 상향 등 요구를 받아들이고, 추가로 경영권 방어하는 데에만 2조원을 써야 했다. 이후 타이거펀드는 주가가 오르자 지분 전량을 매각해 6300억원의 차익을 남기고 떠났다.


타이거펀드의 '바이(Bye) 코리아' 이후 다른 해외 행동주의 펀드들이 한국을 노리기 시작했다. IMF 외환위기로 뻥 뚫린 한국 시장은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운 해외 행동주의 펀드들에겐 놓칠 수 없는 황금 시장이었다. 그리고 20년 간 삼성, 현대자동차, SK 등 국내 3대 그룹은 해외 자본으로 부터 타깃이 돼 왔다. 경영권 이슈와 지배구조 개편 때 마다 여지없이 이들이 개입했다.


재계 안팎에서는 행동주의 펀드는 거스릴 수 없는 흐름인 만큼 평가에 앞서 취약성을 상시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투명한 탄탄한 자본구조ㆍ지배구조ㆍ사업전략 등을 구축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뻥뚫린 한국 자본 시장, 해외 자본 공습이 시작되다 = 2003년 영국계 소버린자산운용은 SK그룹을 해체 위기까지 몰고 갔다. 당시 SK그룹의 지주회사 격이던 SK㈜의 지분 14.99%를 매입하며 단숨에 최대 주주로 등극했다. 이들은 SK그룹 정상화를 위해 지배구조 개편과 기업범죄에 연루된 오너일가와 측근 경영진의 퇴진을 요구했다. 이들은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까지 벌이며 SK그룹의 비정상적 지배와 경영구조 개혁에 힘을 보탤 것이라는 기대를 키웠지만 주가가 오르자 지분을 빠르게 처분하기 시작했고, 분쟁 2년 만에 9000억원이 넘는 투자 수익을 챙겨 한국 시장을 떠났다.


삼성물산 주식 5%를 매집한 뒤 삼성그룹의 비정상적 경영구조를 지적하며 이건희 회장 일가를 강하게 압박했던 영국계 자본 에르메스도 비슷하다. 초기 비정상적 지배구조 문제와 주주 이익 확대를 주장했지만 역시 주가가 오르자 돌연 지분을 팔고 수백억원대 수익을 챙겨 떠났다.


미국계 자본 칼아이칸도 KT&G 지분 인수 후 단기 투자로 1500억원대 수익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삼성과 현대차에 투자해 이재용 부회장과 정몽구ㆍ정의선 회장 부자의 지배구조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미국계 엘리엇도 기존 해외 자본의 행태를 답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행동주의 펀드 韓상륙 20년] 기업가치 제고로 포장된 먹튀…선진국형 지배구조가 해법<上>

◆토종 행동주의 펀드 전성시대 시작되나 = 2006년엔 한국형 행동주의 펀드의 효시인 '장하성 펀드(라자드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가 설립됐다.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당시 헤지펀드인 라자드자산운용과 손잡고 대한화섬, 한솔제지 등의 지분을 매입했다. 장하성 펀드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장하성 펀드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채 2012년 청산됐다.


플랫폼파트너스자산운용은 지난해 인프라 펀드인 맥쿼리인프라의 운용사인 맥쿼리자산운용을 상대로 운용사 교체를 요구해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한국타이어의 배터리 계열사인 아트라스BX, KISCO홀딩스를 상대로 임시주주총회를 요구하는 공개주주 서한을 보낸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역시 한국의 대표적 행동주의 자본으로 꼽히고 있다.


국내에서 토종 행동주의 펀드가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은 사모펀드 시장 성장세와 관련 있다는 분석이다. 2010년 이전만 해도 100여 곳에 불과했던 사모펀드는 5배 넘게 성장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국내에 출범한 사모펀드는 530개에 자금 규모만 68조8203억원으로 집계돼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행동주의 펀드 평가…지배구조 재편 계기로 = 재계가 바라보는 행동주의 펀드 시각은 불편하다. 행동주의 펀드들이 지분 경쟁 혹은 경영권 분쟁 구조를 유도하면서 단기간에 주가를 급등시켜 시세 차익을 냈기 때문이다. 부적절한 회계 정황이 있거나 부당 내부거래, 혹은 오너나 경영진의 횡령ㆍ배임 의혹이 짙은 재벌 기업들을 골라 조용히 지분을 매집했다. 물론, 기업의 건전한 성장과 주주들의 이익 공유를 가로막는 불투명한 지배구조가 개선되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 것 역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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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관계자는 "행동주의 펀드들이 기업들에게 주주권 행사 확대를 요구하는 것은 대세"라며 "기업들이 이들에 대응하기 보다 선제적으로 선진국형 자본ㆍ지배구조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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