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젊은 사무관 소신과 자부심은 좋은 일"…'기재부 강경입장' 영향줄까

기자회견서 신재민 전 사무관 사태 직접 언급
기재부는 여전히 고발 취하 가능성에 선 그어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압력'을 주장한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을 직접 언급하면서 기획재정부의 강경한 입장에 변화가 있을지 관심이다. 기재부는 지난 2일 공무상 비밀누설과 공공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신 전 사무관을 수사해 처벌해달라는 취지의 고발장을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한 바 있다. 신 전 사무관이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한 이후 고발 취하 여론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전직 사무관 문제를 거론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적자국채발행과 공기업 사장 임명에 청와대가 개입했다'고 주장한 신 전 사무관에 대해 "젊은 공직자가 자신의 판단에 대해 소신과 자부심을 갖는 것은 필요하고 좋은 일"이라면서도 "정책결정은 훨씬 더 복잡하다. 장관의 결정이 소신과 다르다고 해서 그것을 잘못됐다고 말할 수 없다"고 견해를 밝혔다. 이어 "본인의 소신은 소신이고 밝히는 방법은 얼마든지 다른 기회를 통해 밝힐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재부는 대통령의 발언이라는 점에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실국의 입장을 바탕으로 장관이 결정하는 것이라는 기재부 입장에 힘을 실어줬다"는 견해와 "대통령이 신 전 사무관에 대한 안타까움도 내비쳤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기재부의 중간 간부는 "신 전 사무관과 같이 일을 해본 것은 아니지만 열심히 한 친구였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대통령 발언을 들으니 안타까움이 크다"고 말했다.

관심은 기재부가 고발 취하를 선택할 지 여부다. 문 대통령은 신 전 사무관에게 "자신의 문제를 너무 비장하게 무거운 일로 생각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는데, 기재부에 유연한 자세를 주문한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또 "젊은 실무자들의 소신에 대해서도 귀기울이는 소통이 강화돼야 한다"고 해 기재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런 해석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9일 경제활력대책회의 직후 "(고발 취하를) 개인적으로 깊이 검토하겠다"고 말한 것과 맞물려 '고발 취하' 가능성에 설득력을 높인다. 구윤철 기재부 2차관은 경제활력대책회의 전날 신 전 사무관이 입원한 병원을 재차 방문하기도 했다.

기재부는 검찰고발 취소 논의 여부와 관련해서는 여전히 선을 긋고 있다. 한 관계자는 "검찰 고발 이후 아무런 입장 변화가 없다"면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는 말 외에는 다른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