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의원, 가이드에게 다가가 다짜고짜 얼굴 때려
운전기사 말리지만 가이드 팔 비틀고 폭행
폭행 당한 가이드, 안경 부러지고 얼굴에 피 흘린 채 911 신고
폭행 합의 과정서 “나도 돈 한 번 벌어보자. 너도 나 한 번 쳐보라”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경북 예천군의회 박종철 의원이 외국 연수 중 현지 가이드를 폭행한 폐쇄회로(CC)TV 영상이 공개됐다.
박 의원은 앞서 “때린 게 아니라 손톱으로 긁은 것”이라고 주장, ‘폭행 혐의’에 대해서 강하게 반박했지만, 영상에는 박 의원이 주먹으로 가이드의 얼굴을 때리는 장면이 담겨있어 파문이 예상된다.
9일 예천군의회에 따르면 박 의원을 포함한 군의원 9명과 의회사무국 직원 5명은 지난해 12월20일부터 7박10일 동안 미국 동부와 캐나다로 연수를 다녀왔다.
CCTV 촬영 시점은 연수 나흘째인 지난해 23일 오후 6시15분께(현지 시각)다. 영상을 보면 박 의원은 관광버스 뒷좌석에 누워있다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앞쪽에 있는 가이드에게 다가가 다짜고짜 A 씨의 얼굴을 오른쪽 주먹으로 때렸다.
가이드는 몸을 숙이고 얼굴을 감싸 쥔 채 고통스러워했지만, 박 의원은 계속해서 가이드를 때렸다.
보다 못한 운전기사가 나서서 말렸지만, 박 의원은 가이드의 팔을 비틀며 폭행을 멈추지 않았다. 또 현장에 함께 있던 이형식 의장이 뒤늦게 제지하지만, 박 의원은 의장을 밀어낸다.
약 4분 동안 폭행을 당한 가이드는 안경이 부러지고 얼굴에 피를 흘린 채 현지 긴급구조대인 911에 신고했다. 이때 예천군 관계자들은 “끊고 얘기 좀 하고 통화를 하라”, “(전화를) 끊어 보라”며 신고를 말리기도 했다.
CCTV에는 이 같은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피해를 입은 가이드는 인근 응급실로 이송돼 얼굴에서 안경파편을 꺼내는 치료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 의원으로부터 무차별 폭행을 당한 가이드 A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버스 안에서 바로 뒷자리에 있던 의장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뒤에서 술에 취해 누워있던 박 의원이 일어나 제게 다가와 갑자기 주먹을 날려 안경이 다 부서졌고 얼굴에 피가 났다”고 설명했다.
폭행 이유에 대해서는 “얘기를 나누는 중 갑자기 폭력을 행사해 피할 방법이 없었고 나머지 의원은 현장을 보지 못했다”고 했다.
A 씨는 군의원 두 사람의 중재로 박 의원으로부터 합의금을 받고 이 사건에 대해 합의하려 했지만, 박 의원은 합의금을 송금하지 않았고 사과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 의원은 합의문을 작성한 뒤 A 씨에게 “나도 돈 한 번 벌어보자. 너도 나 한 번 쳐보라”고 했다고 A 씨는 전했다.
한편 앞서 박 의원은 CCTV가 공개되기 전 언론에 “주먹으로 때린 게 아니라 손톱으로 긁은 정도”라고 해명했다. 파문이 확산하자 박 의원은 지난 4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자신이 맡고 있던 군의회 부의장직을 사퇴했고 소속정당이던 자유한국당에서 탈당했다. 시민단체는 박 의원을 경찰에 고발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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