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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젠더 전쟁·갑질…2018년 달군 사회 이슈들, 내년엔 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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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로 시작해 젠더 전쟁으로 번진 남녀 갈등
여전한 안전불감증…수많은 목숨 앗아간 인재
비정규직, 갑질 문화…산업 사회 고질적 병폐

미투·젠더 전쟁·갑질…2018년 달군 사회 이슈들, 내년엔 달라질까 해돋이 명소인 강원 강릉시 정동진 해변에서 새해 해맞이에 나선 관광객들이 장엄한 일출을 바라보고 있다./정동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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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다사다난했던 2018년이 저물고 있다. 올해는 사회 다방면에서 굵직한 사건·사고가 이어지면서 이슈화됐다. 그중에는 고질적인 병폐도 있었고, 시대 변화의 흐름에 따라 새롭게 떠오른 이슈들도 다수 있었다. 일부는 여론의 힘을 얻어 제도나 인식의 변화를 이끌어내기도 했지만, 반대로 여전히 우리 사회의 ‘아픈 손가락’으로 남아버린 이슈도 존재했다.

◆나도 당했다, #MeToo(미투운동) = 올해는 미투로 시작한 한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1월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가 성추행 사실을 폭로하면서 촉발된 미투운동은 한국 사회를 완전히 헤집어놨다. 연예, 언론 등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영향을 끼친 미투운동은 3월 강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손꼽히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정무비서 성추행 폭로로 절정에 달했다. 그리고 안 전 지사를 포함해 미투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에 대한 법의 심판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고, 여러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어 냈다. 권력형 성폭력 범죄처벌강화를 목적으로 하는 이른바 '미투법률'이 지난 10월 국무회의를 통과해 10월16일 공포됐고, 범정부 단위의 성희롱 성폭력 근절추진협의회가 출범하는가 하면 정부가 공공부문 민간부문을 총망라한 성폭력 예방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미투·젠더 전쟁·갑질…2018년 달군 사회 이슈들, 내년엔 달라질까 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4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안 전 지사는 이날 무죄를 선고받았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젠더 전쟁’으로 변질된 남녀 갈등 =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던 남녀갈등은 미투운동을 촉매제로 폭발했다. 미투운동의 피해자 대부분을 차지한 여성들의 반발심은 페미니즘으로 확대됐다. 특히 여성을 대상으로 한 강력범죄, 디지털 성범죄를 제대로 처벌해야 한다는 집회가 잇따라 열렸고 한편에서는 외모를 가꾸는 노동으로부터 벗어나자는 ‘탈코르셋’ 운동도 전개됐다. 그러나 일부 과격한 페미니즘 운동은 ‘백래시(Backlash·반발)’ 현상을 낳았다. 온라인 남성혐오 커뮤니티인 ‘워마드’에 올라온 각종 ‘남혐’ 게시글들은 남성들은 물론 같은 여성들에게도 외면당했다. 결국 이렇게 촉발된 남녀 갈등은 ‘젠더 전쟁’이라는 표현까지 만들어 냈고, 연예계 등 사회 전반으로 확산됐다. 이처럼 대한민국의 숨 막히는 남녀 대결은 페미니즘과 안티 페미니즘, 여혐·남혐 논쟁으로 번져 대한민국을 들끓게 하고 있다.

◆끊이지 않는 인재(人災), 안전불감증 = 올해는 사건·사고가 유독 많이 발생했다. 새해 벽두였던 1월20일 오전 2시, 서울 종로의 한 여관에서 중국집 배달원이 성매매 요청을 거절한 여관 주인에 앙심을 품고 휘발유를 뿌린 뒤 불을 질렀다. 10여명의 사상자를 낸 방화범 유해명은 1심과 2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같은 달 경남 밀양의 세종병원에서도 화재가 발생해 의사 1명, 간호사 1명 등 모두 46명이 사망하고 109명이 다쳤다. 대피가 어려운 노인 환자들이 많은 탓에 사망자 수가 크게 늘었다. 7월에는 윤창호법의 근간이 된 BMW 음주운전 사고가 부산에서 발생해 사회적 공분을 샀다. 뿐만 아니라 또한 강릉 KTX 탈선 사고, 고양 저유소 탱크 폭발 사고, 종로 국일고시원 화재, KT 아현지사 화재, 고양시 온수관 파열 등 크고 작은 사건·사고로 인해 수많은 목숨을 잃었다. 살기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던 새 정부의 공허한 외침 속에 우리는 ‘살아있음에 감사해야 하는’ 한 해를 보내야 했다.

미투·젠더 전쟁·갑질…2018년 달군 사회 이슈들, 내년엔 달라질까 1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비정규직 및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철폐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과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비’극으로 귀결된 ‘비’정규직 문제 = 12월11일 오전 3시22분께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의 9·10호기 트랜스타워 4c 5층 컨베이어에서 숨진 채 발견된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 고(故 )김용균(24)씨의 소식이 연말 정국을 강타했다. 촛불혁명으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과제 1호인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제기되는 시점에서 발생한 공공기관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의 사망 사고는 결정타였다. 사실상 '사회적 타살'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국민적 분노가 커지고 추모 분위기도 확산되고 있다. 전체 공공부문 비정규직 41만6000여명 중 10만60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는 있었지만, 정작 처우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 노동계의 주장이다. 정부가 비정규직 제로라는 허상에 빠져 근로자 처우 개선은 등한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나는 오너다’ 갑질공화국, 대한민국 = 올해 ‘갑질’은 외신에서 영어표기(Gapjil)로까지 언급될 정도로 ‘핫 이슈’였다. 반복되는 갑질 횡포에 분노한 을들의 반격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원년이라는 평가도 있다.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일가의 갑질은 한 해 내내 사회를 달궜고,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갑질은 사회의 분노를 폭발시켰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의 직장갑질 지수는 35점(100점 만점)으로, 100개 회사 중 35개에서 갑질 논란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 결과에서도 직장생활 경험이 있는 만 20~64세 남녀 1500명 중 73.7%가 직장 내 괴롭힘 피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상황이 이렇자 정치계에서도 갑질 근절을 위한 움직임이 시작됐다. 국회가 사용자나 근로자가 지위 또는 관계 우위를 이용해 신체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못 하게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의결한 것이 대표적이다.

미투·젠더 전쟁·갑질…2018년 달군 사회 이슈들, 내년엔 달라질까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폭행, 강요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16일 경기도 수원남부경찰서에서 검찰에 송치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수원=강진형 기자aymsdream@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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