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자전거를 휴대하고 지하철에 오른 승객 중 일부가 휠체어 이용 승객을 위한 공간에 자전거를 세워뒀다. (사진=이승진 기자)
[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일명 ‘자전거족’으로 인해 지하철이 몸살을 앓고 있다. 자전거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부쩍 늘어났지만, 자전거 민폐에 대한 단속이 없고, 자전거족을 위한 지하철 내 편의 시설도 부족해 승객들의 불만이 증가하고 있다.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와 경의중앙선·경춘선을 운영하는 코레일은 지하철 내 자전거 휴대 승차를 토요일과 법정공휴일에만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자전거를 휴대할 수 있는 지하철 칸은 맨 앞칸과 뒤칸으로 한정했다. 하지만 주말이면 자전거를 이용해 시 외곽이나 공원으로 나들이를 떠나기 위해 자전거를 휴대하고 지하철에 승차하는 시민들이 쏟아져 나오며 지하철이 이를 모두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17일 오후 지하철 경의중앙선 왕십리역. 팔당으로 향하는 지하철에 한 무리의 자전거족들이 올라타자 여기저기서 신음이 터져 나왔다. 자전거 바퀴가 지하철 승객의 발과 다리를 치고 지나갔기 때문이다. 자전거를 세워둬야 할 공간이 없어 자전거를 휴대하고 오른 이들은 자전거를 앞뒤로 움직이며 공간을 만들기 바빴다. 일부는 휠체어를 이용하는 승객 등 교통약자를 위한 공간으로 마련된 장소에 자전거를 세워두기도 했다.
서울 지하철 1~8호선의 경우 2009년부터 자전거 이용 활성화를 위한 서울시 정책에 따라 자전거 휴대 승차 공간을 설치했다. 하지만 전동차 207개 편성 중 27개 편성 54칸(3.3%)에만 설치하고 운영해 늘어나는 자전거 이용인구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경의중앙선은 하루 6차례 자전거 거치대가 설치 돼 있는 전철을 운행한다. 한국교통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11월 기준 서울에만 자전거를 이용하는 인구가 329만명에 달했다. 전국적으론 1300만명이 넘는 인구가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전거 이용에 따른 일반 승객은 물론 자전거족 모두에게서 불만이 나오고 있다. 직장인 박모(31)씨는 “맨 앞뒤 칸과 주말에만 자전거를 휴대할 수 있는 것으로 아는데 평일에도 아무 칸에 자전거를 휴대하고 타는 사람들이 종종 보인다”며 “좀 더 확실한 공지와 단속이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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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통공사는 여객운송약관 제36조에 따라 정해진 규정을 어기고 자전거를 휴대하고 승차할 시 900원의 부가금을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부가금이 턱없이 낮아 실효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이를 단속할 수 있는 인원도 없는 상황이다. 자전거 휴대를 휴일 여부 관계없이 전면 금지한 지하철 9호선은 1050원, 신분당선의 경우엔 2000원에 그친다.
자전거 동호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주모(49)씨는 "나라에서는 자전거를 많이 이용하자고 하는데 정작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지하철에 자전거를 휴대하는 사람에게 차라리 돈을 조금씩 더 받거나, 벌금을 늘려서 자전거 거치대를 늘리데 투자하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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