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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캐비어도, 고기도 ‘분자요리’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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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캐비어도, 고기도 ‘분자요리’로 만든다 액체질소를 이용해 분자요리하는 모습.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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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인류가 불을 사용하면서 얻은 가장 큰 혜택은 추위를 이겨낼 수 있는 '따뜻함'일 것입니다. 이 따뜻함 다음으로 얻을 수 있었던 혜택은 무엇일까요?

아마도 불에 먹거리를 익혀 먹을 수 있게 된 것이 아닐까요? 인류가 사냥한 동물을 익혀 먹을 수 있게 되었지만, 불꽃의 세기나 익히는 시간에 따라 사냥감의 맛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는 무수한 시행착오와 세월이 필요하지 않았을까요?


오늘날 '요리(料理)'라는 존재가 탄생하기까지 인류가 걸어왔던 길이 쉽지만은 않았다는 말입니다. '요리'는 먹기 좋게 만든 음식을 가리키는 명사이면서, 그 만드는 행위 자체를 일컫는 동사이기도 합니다. 음식을 만들거나 완성된 음식 그 자체를 의미하는 말이지요.

이 요리가 진화를 거듭하고, 과학이 발전하면서 요즘은 '분자요리'가 일반화된 것 같습니다. 요리에 풍미를 더하기 위해 재료의 가열방식을 달리해 질감을 조절하거나, 첨가 화합물의 열반응을 이용해 음식에 색깔을 입히는 등의 '과학적 요리'에서 한발 더 나아가 '분자미식학'으로 요리의 범위를 더 넓힌 셈이지요.


분자요리는 '분자미식학'이라거나 '분자 가스트로노미(molecular gastronomy)'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식재료를 분자 단위까지 철저하게 연구·분석해 만든 요리를 분자요리라고 합니다. 식재료 고유의 맛은 유지하되 다양한 물리적, 화학적 방법으로 식재료의 질감과 형태, 조직 등을 변형시켜 완전히 다른 형태의 요리로 재창조하는 것입니다.


분자요리는 요리사가 아닌 물리학자와 화학자가 규정한 개념입니다. 1988년 영국 옥스포드대학의 물리학자 니콜라 커티스와 프랑스의 화학자 에르베 티스가 식재료의 변형에 관한 국제워크숍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정립하게 됩니다. '가열로 인해 나타나는 식재료의 화학적 변형'을 무엇이라고 규정할지를 놓고 서로 고민하다 '분자요리'라고 명명하면서 널리 사용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니까 분자요리라는 개념은 이전부터 즐겨 사용돼 오던 요리 방식인데 정확한 개념과 명칭으로 불려지지 않았던 것이지요.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대표적 분자요리가 솜사탕이나 뻥튀기, 팝콘, 질소 아이스크림 등입니다. 열과 압력에 의해 식재료가 팽창하는 성질을 이용한 것입니다.

[과학을읽다]캐비어도, 고기도 ‘분자요리’로 만든다 분자요리 기법으로 만든 디저트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질소를 액화한 액체질소를 이용한 분자요리는 끓는점이 -196℃인 성질을 이용, 액체인 소스를 급속히 얼려서 고체인 가루형태로 만들거나 아이스크림 액체를 방울로 떨어뜨려 구슬아이스크림을 만들기도 합니다. 액체질소에 급속 냉각된 요리는 입자가 곱고 부드러워 독특한 질감을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분자요리법 중에서는 '수비드(Sous Vide) 요리법'이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진공포장이란 뜻의 수비드는 밀폐된 봉지에 식재료를 담아 일정한 온도로 물속에서 오래 익히는 요리법인데, 모든 영양소와 수분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물의 끓는점 아래인 60℃ 정도에서 천천히 장시간 조리하는 것이 비결입니다.


'구체화(球體化, Spherification) 요리법'도 즐겨 사용됩니다. 스페리피케이션이란 '구'라는 뜻의 'sphere'에서 유래된 분자요리법인데 알긴산나트륨과 염화칼슘의 반응을 이용해서 액체를 구나 젤 형태의 모양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해조류에 많이 들어있는 알긴산나트륨과 과일주스 등의 액체재료를 섞어 주사기나 스푼에 놓고, 염화칼슘이 들어있는 용기에 떨어뜨리면 마치 둥근 생선알처럼 모양이 변합니다.


드라이아이스를 이용해 재료를 탄산화시키는 방법도 있습니다. 드라이아이스가 물속에서 이산화탄소 기체로 변해 물에 녹는 과정을 이용해 과일 등 수분이 있는 재료를 드라이아이스와 접촉시켜 재료에 탄산을 넣는 요리법입니다.


분자요리는 이런 식의 색다른 모양과 식감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유용하게 이용되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인공육류(Vitro meat)'입니다.


목장이 아닌 실험실에서 탄생한 인공육류는 실제 가축의 근육 조직과 지방 세포를 수백만 배 증식시켜 만든 것입니다. 첨단 조직공학 기술로 실험실에서 육류를 배양하는 것이지요. 가축을 도축하면서 생명을 빼앗지 않아도 되고, 대량 사육에 따른 환경오염도 크게 줄일 수 있어 미래 식량 자원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과학을읽다]캐비어도, 고기도 ‘분자요리’로 만든다 분자요리의 '구체화기법'을 이용해 모양과 식감이 유사한 가짜 캐비어도 다량 만들 수 있습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콩이나 밀, 두부로 고기맛을 낸 '콩고기'류에서 한층 진화한 식재료입니다. 요즘 만들어지고 있는 인공육류는 진짜 쇠고기나 닭고기와 놀랄 만큼 흡사하면서도 맛이나 색깔이 똑같고, 육류에 함유된 콜레스테롤, 포화지방 등의 인체에 유해한 성분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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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톡톡 터지는 식감으로 유명한 캐비어를 만들기도 하고, 분자 칵테일을 제조하기도 합니다. 물론 캐비어의 가격이 비싼 만큼 해조류를 이용해 만든 가짜 캐비어입니다. 아예 가짜 캐비어를 만들어주는 기계도 판매되고 있습니다. 정확히는 캐비어 모양의 구형 구체 식재료를 만들어 주는 것이지요.


제법 유명한 레스토랑의 주방에는 주사기나 스포이드는 기본이고, 시험관까지 갖춰 놓고 있습니다. 칵테일을 파는 바도 마찬가집니다. 분자요리, 특히 구체화 요리법을 활용하기 위해서입니다. 이제 요리와 과학의 경계가 불분명해지면서 요리가 점점 진화하고 있습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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