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개국 617개사 참가, 4일간 펼쳐진 커피향 가득한 전시회 16만명 몰려
비즈니스 매칭 1075건 성사…아시아 최대 커피 전문 전시회 '산업성장' 도모
차(茶) 시장 성장… 관련 부스 108개→138개 "수십 가지 찻잎 선봬"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똑같은 커피인데 전에는 커피 맛을 시다고만 하셨는데 요즘은 맛있다고 해주십니다.” 주말인 11일 오후에 찾은 서울카페쇼. 로스터리 카페들이 모여있는 ‘커피 앨리’ 부스에는 아버지와 함께 온 딸부터 중년 부부, 혼자 온 대학생까지 나이와 성별을 불문하고 많은 인파가 붐볐다.
커피 앨리 부스는 14개의 작은 로스터리 업체들이 줄지어 붙어 있는 형태로 구성돼 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커피 맛도, 커피를 설명하는 방식도 각양각색이다. 관람객들은 마치 투어를 하듯 옆 부스로 옮겨 다니며 즐기는 모습이었다. 이 곳 관계자는 “많은 사람들이 스페셜티 커피맛을 알아가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하다”고 전했다.
서울카페쇼가 지난해 참관객 1096명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커피 구매에 있어 신뢰도를 주는 요인으로 응답자의 49%가 ‘로스터’를 꼽은 바 있는데, 로스터가 중요시 되는 이 같은 트렌드를 올해 서울카페쇼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커피 시음 좀 해볼 수 있을까요?”, “이 커피는 무슨 커피에요?”
올해 2월 카페를 연 ‘리이케 커피’에는 관람객의 질문 세례가 쏟아졌다. 이윤행 리이케 커피 대표는 “국내에서 열리는 커피 관련 행사 중 서울카페쇼가 가장 큰 전시회이기 때문에 신생 카페 입장에선 홍보하기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참여하게 됐다”고 전했다.
리이케 커피는 ‘신선함’이 강점이다. 매장에서 쓰는 생두는 3~4달 정도 쓸 수 있는 양만 구입해 빠르게 소비하고 다시 신선한 생두를 구입하는 식으로 신선함을 유지한다. 고객에게 판매하는 원두도 40g 소량 포장만을 고수한다. 200g을 구입해도 40g짜리 5개가 들어있다. 커피가 공기와 닿으면 산화가 진행돼 시간이 지날수록 커피 본연의 맛을 잃기 때문이다.
커피 맛을 설명하는 방식도 조금 다르다. 커피가 가진 맛과 향의 이미지를 ‘색깔’로 설명해준다. 산뜻한 맛이 나는 케냐는 노랑색, 짙은 맛의 콜롬비아는 남색이다. 보통 원두 맛에 대한 설명으로 블루베리, 땅콩, 과일 향 등이 쓰여 있는데 막상 소비자 입장에서는 커피 맛을 그렇게 느끼는 경우가 드물어 정답을 강요하는 것 같아 좀 더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전달하고 있다.
‘36-16 브루잉 카페’ 부스에서는 과실티처럼 향이 강하지만 먹기엔 부담스럽지 않은 북유럽 스타일의 커피를 맛볼 수 있었다.
한지로 부스를 꾸민 ‘메쉬커피’의 방향성은 ‘즐거움’이다. 단순히 커피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친형이 글을 쓰고 김기훈 대표가 그림을 그린 커피 관련 인문 서적도 메쉬커피가 즐거움을 전달하는 방식 중 하나다. 김 대표는 “저희 같은 작은 로스터리 카페가 자기 색을 낼 수 있는 기회인 것 같아서 참가했다”며 “평소 가보고 싶은 카페가 있었는데 그런 카페를 비롯해 작은 업체들이 모여 소통할 수 있다는 게 제일 좋은 점 같다”고 강조했다.
현장에서 만난 문현예(26) 씨는 “평소 인스타그램으로 봐온 카페가 서울카페쇼에 참가하는 걸 알게 돼 찾아왔다”며 “처음에는 커피 맛을 잘 몰라 여러 커피가 잘 구분이 가지 않았는데, 커피 맛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해주시니 각각의 맛이 느껴져 신기했다”고 했다.
직장인 이덕인(32) 씨도 “커피에 관심은 있지만 시간적인 여유가 부족하다 보니 가고 싶은 카페를 다 가지 못해 아쉬웠는데 작은 카페들이 옹기종기 모여있고, 각자 다른 분위기를 이곳에서 다 느껴볼 수 있어서 매년 찾아오게 된다”고 말했다.
이 밖에 전시회장을 벗어나 버스를 타고 송리단길, 한남동길, 망리단길에 있는 주요 로스터리 카페를 탐방하는 ‘서울 커피 버스 투어’ 출발지에도 많은 참가자가 몰렸다.
이처럼 개성 있는 로스터리 카페에 소비자 발길이 점차 증가함에 따라 자동화된 로스팅 머신에 대한 관심도 뜨거웠다. 전문 로스터가 하듯 완벽한 로스팅을 몇 번의 터치로 누구나 간편하게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스마트 로스팅 머신을 국내 기술력으로 개발한 ‘스트롱홀드테크놀로지’에 차려진 여러 개의 상담부스는 거의 꽉 차 있을 정도로 업계 관심도가 높았다.
한편, 국내 차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 서울카페쇼에도 차 관련 부스가 지난해 108개에서 138개로 늘었다. 관세청에 따르면 차 수입량은 2009년 448t에서 지난해 807t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서울카페쇼에 참가한 리쉬, 타바론, 트와이닝스 등 차 관련 업체 부스에는 모든 향을 맡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향을 지닌 수십 가지 찻잎이 전시돼 있었다. 시음 코너에는 차를 맛보기 위한 관람객 행렬이 이어졌다.
8일부터 11일까지 나흘간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카페쇼에는 총 40개국 617개 업체가 참여했다. 약 16만 명이 방문해 식을 줄 모르는 전 세계인의 커피 사랑을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뿐만 아니라 서울카페쇼의 1대 1 비즈니스 매칭 서비스를 통해 약 6000명의 바이어와 참가업체 간 1075건의 비즈니스 계약이 성사돼 글로벌 커피 비즈니스의 장으로서 입지를 확고히 했다.
서울카페쇼 주최사인 엑스포럼의 신현대 대표는 “올해 서울카페쇼는 커피 산업의 질적 성장에 기여하고자 온라인 사전 매칭으로 미팅 성사율을 높인 1대 1 비즈니스 매칭 서비스, 어워드 개최를 통한 비즈니스 기회 제공 등 새로운 시도를 했는데 이를 통해 많은 소상공인이 성과를 거둬 뜻 깊다”며 “앞으로도 단순히 전시회를 뛰어 커피 산업의 가치를 알리고, 산업 성장을 이끌 수 있는 비즈니스의 장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