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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 그 많던 여학생은 다 어디로 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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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 그 많던 여학생은 다 어디로 갔는가 정은귀 한국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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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시거의 반전(反戰) 노래 중에 '그 모든 꽃들은 다 어디로 갔나요'란 노래가 있다. 피터 폴 앤 메리, 조앤 바애즈 등 많은 가수들이 부른 이 노래는 "꽃-소녀-남편-군인-무덤-꽃"으로 흐르는 일련의 흐름 속에서 꽃을 든 소녀가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평화롭게 가정을 이루며 사는 우리네 보통의 꿈을 한 치 에누리 없이 엎어버린다.


예쁜 소녀들을 아내로 맞은 남편들이 모두 군인이 되어 전쟁에 나가 죽음을 맞게 되기 때문이다. 군인들이 묻힌 무덤에 꽃이 피는 것으로 우리 삶의 슬픈 윤회를 그리는 이 노래는 전쟁의 비극성을 아프게 고발한다.

이 노래를 지금 시절에 다시 부르려는 것은 아니다. 전쟁 위험이 늘 무겁게 내려앉아 있던 한반도에 기적처럼 평화의 바람이 불었으니. 백두산 천지의 푸른 물 앞에서 손을 맞잡은 남과 북의 지도자를 우리는 꿈인 듯 생시인 듯 보았다. 평화를 조심조심 지키고 키워서 그 모든 꽃들의 향방이 무덤으로 돌아오는 비극은 절대 다시는 일어날 수 없도록 해야 할 책무가 우리에겐 있다.


그 노래가 새삼 떠오른 것은 '네 친구들은 다 어디서 뭐하고 있어'라는 질문을 취업 전선에 나선 질녀에게 던지던 아침 출근길에서다. 바야흐로 하반기 공채 시즌. 여대를 나온 질녀는 나름 당차게 자기 인생을 설계 중이다. 자소서와 인적성 시험, 면접에 이르는 과정 말이다. '글쎄, 이모. 다 뭐 하고 있을까. 왜 공부는 똑같이 하는데 회사에 가면 남자 천국이지.' 대학 입시보다 더 좁은 바늘구멍 같은 취업의 문을 지나면서 그 많던 여학생들은 다 어디로 가는가.

통계에 따르면 2018년 현재 여성 인구는 총인구의 49.9%를 차지하며 2017년 여학생의 대학 진학률은 72.7%로 65.3%인 남학생보다 7.4% 높다. 여성고용률도 지속적 증가 추세나 임금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율에서는 여성 41.2%, 남성 26.3%로 큰 차이가 난다. 여성의 월평균 임금도 남성의 67.2%에 그친다. 중앙정부의 여성 고위직 비율이나 여성 의원 비율에 이르면 격차가 더 벌어져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한참 못 미친다. 기업이나 공사의 여성 관리직 비율은 말할 것도 없고 남녀가 비교적 평등하다고 여겨지는 대학에서 보직 교수의 비율 또한 OECD 국가 중 거의 꼴찌 수준이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 대세지만 보편적 여성의 삶이나 정책을 결정하는 의사 결정권의 단계에서 보면 여성의 목소리는 아직도 한참 가려져 있는 게 현실이다. 교실에서 다부지게 공부하며 꿈을 키운 그 많은 여학생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얼마 전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말하길, 예전에 대학원 진학을 상담했더니 교수님께서 교수될 가능성 1위가 공부 잘하고 성격 좋은 남자, 2위가 공부 못하지만 성격 좋은 남자 그리고 여학생은 5순위쯤으로 밀려나니 포기하란 말을 하시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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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이 그래도 사람 보는 눈 있으셨나봐. 난 끝까지 공부하진 못했을 거야.' 겸양의 말을 하는 친구는 지금 외국계 회사 부사장이 되었지만 얼마나 많은 고투를 거쳤을지 짐작조차 쉽지 않다. 공부가 좋아 공부를 계속한 나는 그런 조언이 없었기에 겁 없이 이 길을 걸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사회의 건설적 구성원으로 여성의 목소리와 몫을 제대로 키워주는 과제는 우리 사회의 새로운 시험대로 남아있다. 교실에서 만나는 이 많은 여학생들이 40, 50대 관리자의 위치까지 살아남아 우리 사회 양성평등의 리트머스를 입증하기까지 얼마나 긴 세월을 더 기다려야 할까.


정은귀 한국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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