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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크고 둥근 검은 점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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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크고 둥근 검은 점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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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해였던가, 참 흉흉한 소문이 돈 적이 있다. 어느 유명한 중견가수가 남의 여자를 탐하다가 들켜서 보복을 당했는데, 신체의 은밀한 ‘그 부분’을 제거 당했다는 소문이었다. 중견가수가 넘봤던 여자가 하필 일본 야쿠자 두목의 여자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가수는 그 일로 심한 정신적·신체적 충격을 받았는데, 그 충격으로 인해 일체의 외부활동을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평소 같으면 말도 안된다고 여겼을 사안이지만 그 무렵 그 가수가 예정된 공연을 취소하고 잠적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바람에 소문은 일파만파로 커져 나갔고 마침내 기정사실처럼 여겨지게 됐다. 심지어 내노라는 대형 언론사들까지 소문을 다루면서 사라진 그 가수는 ‘남의 여자를 탐낸’ 파렴치한이 된 것은 물론이고, 곳곳에서 경쟁을 하듯 행방찾기에 열을 올리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


사실, ‘절단사건’이 사실이라고 한다면 그런 끔찍한 일을 당한 사람에게 마이크를 들이민다는 것 자체가 잘못이다. 하지만 언론윤리 같은 것은 당시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상당수 언론사들이 사라진 가수의 은신처를 찾는데에만 혈안이 돼 있었고 전국의 심산유곡의 암자들마다 ‘누구를 찾는다’며 찾아온 기자들의 발길이 그득했다. 어느 깊은 산골 작은 절집의 늙은 공양주 보살이 “내 생전에 그렇게 많은 기자들을 만나본 것을 처음이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결국 그 흉측했던 소문은 당사자인 중견가수가 공개석상에 나타나 바지 지퍼를 내리는 퍼포먼스를 한 뒤에야 마무리됐다. 생각해보면 그런 블랙코미디도 없다. 봉건 왕조시대도 아니고 겨우 불륜행각 정도에 신체 일부가 손상됐다고 생각하는 것도 웃기고 그 소문이 진짜라고 대중들이 철석같이 믿었다는 것도 기가 막힌다. 더 기가 막힌 건 진실을 밝히기 위해 직접 바지를 벗는 것 외에 다른 입증방법이 없었을 정도로 광기가 서렸던 대중의 관음증이다. 그리고 그 광기는 언론이 부추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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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류언론은 물론 인터넷, 유튜브 등에서는 ‘둥글고 큰 검은 점’에 대한 소문이 빠르게 번지고 있다. 어느 정치인과 영화보다 소문으로 더 유명한 여배우의 스캔들에서 시작된 소문은 제법 소설가로 이름 높았던 어떤 여류작가까지 가담하는 바람에 거의 진실의 경지에 이르렀고, 마침내 당사자가 ‘신체검증’을 하겠다고 나선 뒤에야 진정되는 추세다. 정치인의 입장에서는 바지를 내리는 것과 그리 다르지 않아 보인다.


대중의 관심이나 여론으로 움직이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하지만 개인의 신체와 같은 ‘전속적 인권’은 함부로 침해할 수 없는 영역이다. 설령 대중이 그런 영역을 넘나들려 한다면 언론은 그걸 지적하고 막아서야 한다. 그런 점에서 우리 언론은 아직 멀었다. 오히려 피해자가 소수이자 외톨이라는 점을 악용해 더욱 집요하고 가혹하게 덤벼들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어쩜 이번 일은 우리 언론의 치부에 ‘크고 검은 점’으로 남을 지도 모르겠다.




장용진 기자 ohngbear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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