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30대 초반 2년차 직장인 A씨는 일에 치여 살고 있는 가운데 유일한 낙이 하나 있다. 주말마다 멀리 떨어져 사는 친구들과 온라인에서 만난 함께 컴퓨터 게임을 하는 것이다. A씨는 “헤드셋을 끼고 대화를 주고받으면 함께 PC방 가서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했던 10여년 전 학창시절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20~30대 젊은층이 2000년대 유행했던 ‘문화 아이템’을 추석의 대상으로 소비하기 시작했다. 수년 전 ‘토토가’로 상징되는 1990년대 문화를 소환해 와 즐겼던 복고 열풍이 이제는 ‘2000년대 복고’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추억을 소환하는 가장 쉬운 아이템은 ‘음악’이다. 직장인 B(30)씨는 2주에 1번가량 코인노래방에 가서 고등학교 시절 우상이었던 ‘버즈’ 노래를 부른다. B씨는 “퇴근 후 잠시 들러 노래를 부르거나 주말에 고등학교 친구들과 코인노래방에 가서 2000년대 초중반 유행했던 노래를 부르면 학창시절이 떠올라 좋다”고 했다.
2000년대 후반 등장한 빅뱅, 소녀시대, 원더걸스 등 2세대 아이돌도 이제는 추억의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2세대 아이돌의 황금기로 불리는 2007~2009년에 나온 노래들은 ‘명곡’ ‘클래식’ 등으로 대우받고 있다. 이 당시 인기곡으로는 빅뱅의 거짓말(2007년), 원더걸스 텔미(2007년) 쏘핫(2008년), 소녀시대 GEE(2009년), 2EN1 파이어(2009년) 등이 있다.
회사원 C씨는 요즘 취미가 하나 생겼다. 퇴근 후 유튜브로 2000년대 한국 드라마 영상을 보는 것이다. C씨는 “2000년대 중후반에 나온 연애시대(SBS), 그들이사는세상(KBS), 커피프린스 1호점(MBC) 등 웰메이드 드라마가 많다”면서 “당시에 봤던 드라마를 다시 보거나 놓쳤던 드라마를 보면서 새로움을 느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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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소셜네크워크서비스(SNS) 싸이월드 다이어리, 사진첩을 다시 펼쳐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직장인 D씨는 “얼마 전 싸이월드 애플리케이션을 깔아 예전 다이어리를 봤다”면서 “20대 초반 작성한 글이라 오글거렸지만 풋풋했던 그때가 떠올라 오묘한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양윤 이화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노스텔지어(향수)로써 좋았던 때를 추억하는 것”이라며 “꿈 많고, 희망이 있던 10대후반~20대초반을 떠올리면서 팍팍한 현재 생활에 대한 위안을 얻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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