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원춘부터 과천 토막살인까지

[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살인으로도 모자라 시신을 훼손, 유기하는 등 천륜을 저버린 잔혹한 범죄가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완전범죄'에 대한 허상이 이 같은 비극을 부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최근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경기도 과천 토막살인 사건의 범인 변모(34)씨는 사체를 훼손한 이유에 대해 "범행을 감추고자 그랬다"고 진술했다. 변씨는 지난 10일 새벽 자신이 운영하던 노래방에 찾아온 손님 A(51)씨와 말다툼을 벌인 끝에 그를 살해한 뒤 시신을 참혹하게 훼손하고 서울대공원 인근 수풀에 유기했다.
이처럼 살인 후 시신을 훼손ㆍ유기하는 대형사건은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발단은 2012년 경기도 수원서 발생한 '오원춘 토막살인 사건'이 꼽힌다. 잔혹하고 엽기적인 범행에 당시 사회적 충격이 컸다. 이전에도 비슷한 수법의 범행은 있어왔으나, 강력한 파장을 부른 이 사건 이후 관련범죄는 눈에 띄게 늘기 시작됐다.
오원춘 사건이 발생한 지 석 달 만에 제주도에서 주민 강성익이 여성 관광객을 살해한 뒤 사체를 훼손, 유기하는 '올레길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다음 해인 2013년에는 경기도 용인에서 당시 19세였던 심기섭이 10대 여성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는 '엽기 살인' 사건이 벌어졌다. 당시 심기섭이 범행에 사용한 도구나 범죄 이후 보인 행태 등은 10대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엽기적이고 잔혹했다.

그 뒤로도 박춘풍에 의한 '수원 팔달산 토막살인 사건'(2014년), 부천 초등생 토막살인ㆍ시화호 토막살인(2015년), 조성호에 의한 대부도 토막살인(2016년) 등이 해마다 반복됐다. 지난해에는 당시 만 16세였던 김모양이 초등학생을 납치한 뒤 살해, 시신을 훼손하는 끔찍한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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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시신 훼손 범죄는 시신 자체에 흥미를 갖는 '사이코패스'에 의해 발생하기도 하지만, 우발적 살인사건에서도 범죄 은폐를 위한 행동으로 적지 않게 발견된다. 이번 과천 토막살인 사건도 후자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살인범들이 가장 부담을 느끼는 것은 본인의 눈앞에 시신이 있다는 사실"이라며 "일단 시신의 부피를 줄여 보이지 않게 해야 한다는 의식과 함께 범죄를 숨겨야한다는 생각이 발현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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